“주름진 도시는 아름답다”
어느 건축가의 말이다.
베를린은 2차대전 거의 마지막 격전지였다. 도시는 앙상한 잔해속에서 지금 같은 모습으로 재건된 것이다. 역사성이 있는 건축물들과 장소들은 천천히 재생, 복원되고 있었다.
아직도 곳곳에는 총탄이 스친 흔적과 폐허가 노출된 채 남아 있다. 당기고 펴서 미용성형한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주름을 그대로 둔 채 재건성형을 한 것 같은 인상이다.
19세기말 카이저 빌헬름 2세가 빌헬름 1세를 기념하여 지었으나 20세기 중반 폭격으로 구관 일부만 남았다.
크고 화려했던 교회의 잔해를 둔 채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과 재료로
수렴하는 것 같은 신관을 만들고 종탑을 짓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 포츠담 광장 입구에서 본 20세기 초의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호텔 식당의 벽체 보존부도 인상적이었다.
찰리 채플린과 그레타 가르보가 묵었을 만큼 영화로웠던 시절은
얇은 유리로 둘러친 연녹색 벽을 통해 짐작될 뿐이지만 묘하게 리뉴얼된 현대적 레스토랑과 잘 조화되고 있었다.
그밖에도 오라니엔 부르거 대로변에 있던 19세기 중반의 유대교 회당(Synagoge)은 황금빛 금구를 두른 아름다운 돔으로 베를린 어느 건축물보다 화려했다. 당시..유대인들의 자부심과 재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은 반 유대교 활동에 저항하며 독일에서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문제를 고민하는 상징과 같은 장소다.
전쟁으로 일부 파괴되었다가 복원되었다. 100여년 동안 마차 우편배달을 위한 마사와 우편국, 숙소 등으로 운영되었지만 21세기 들어 갤러리로 전환되었다.
누군가 우스갯 소리로 서로 다른 연필 네 자루를 독일친구 4명에게 주면서 나눠가지라고 하면 네 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누가, 왜, 그것을 가져야 할지 토론하느라....
베를린은 느리다.
천천히 고치고 다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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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박물관장이자 이 대학 미술사 담당 교수로 도자사 전공인 장남원 선생이 이번 여름 그쪽 어느 기관 초청으로 독일을 한 달간 방문하며 견문한 이야기다.
문화재 업계선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아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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