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미술관 한국실은 작다. 아시아 갤러리 도입부에 몇 개 진열장이 전부다. 그래도 중국이나 일본실로 들어가려면 한국라운지를 거쳐야 한다.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가 전시 위주이고 유수 현대 도예가 작품도 자리한다. 그 외 수장 현황을 보면 삼국시대 토기에서 백남준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를 걸친다.
수장고에서 한국도자기들을 더 볼 수 있었는데 대체로 우수한 청자이고 청화백자 가운데도 중요한 유물이 있다.
전체 한국 컬렉션 70% 이상은 고려청자.
우리 눈에 익숙한 고려후기 편호와 매병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 몇 년안에 근처 방 하나가 한국실로 개조될 예정이란다.
지금보다 안정된 전시공간을 독립적으로 갖게 되리라 본다.
특강은 Fullerton Hall이라는 곳에서 열렸다.
1898년에 만든 이 홀은 특히 천장 스테인드글라스가 아주 멋있었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우리가 아는 바로 그 Tiffany & Co. 첫 디렉터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작품이다.
강연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왔다.
나는 청자를 물질문화적 관점에서 이야기 했는데 강의 후 여럿은 한국유물 전시장으로 몰려가 다시 보며 환담을 나누었다.
그 가운데 마주친 컬렉터 한 분은 “사츠마 sazhuma 薩摩” 도자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 분청사기였다면서 강연을 듣고 질문도 하고 전시를 관람하는 열의를 보였다.
저녁 무렵에는 지연수 큐레이터와 함께 강연에 오신 모 인사 집에 초대받아 담소를 나누고 저녁을 함께했다.
시카고 유수한 컬렉터들과 한국미술에 관심을 가진 애호가들...
시카고 한인들이 자력으로 기금을 모아 새로 준비 중인 한국문화센터 관련이야기...등등.
해외박물관에서 한국유물을 만나면 반갑다가도, 이내 곧 그 전시 공간들 때문에 속상해지곤 한다.
몇십 배 유물을 보유하고 후원을 받아가며 전시와 사업을 이어가는 다른 나라의 경우들을 생각하면 기다리며 응원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후원도 해야 한다.
지금 세계 추세는 탈 민족주의 박물관이지만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깍지를 걷어내고 세계사 흐름에 한국의 ‘이야기’를 올려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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