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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황포돛배 백마강 낙조

by taeshik.kim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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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이 버팅기다 기어이 탈이 난 몸뚱아리 추스리며 천안아산역으로 향했으니 거기서 동행키로 한 지인이 모는 자가용을 타고는 부여로 곧장 내달았지만 고장난 몸이 쉬 돌아오진 않아 내내 고역이었다.

동행한 지인 중에 제주댁이 있어 물 냄새 맡고 싶은 욕망인지 부여 가서 꼭 황포돛배를 타고 싶다해서 저지른 결행이었다.

그 지인이 말로만 듣던 백제금동대향로도 이참에 꼭 친견하고 싶다 해서 백마강으로 나서기 전 부여박물관을 먼저 훑었으니 향로 친견하고선 감탄 자아내는 모습이 새삼 신기하기도 했으니 나는 너무 자주 대해서 저런 감흥이 없는갑다 한다.




박물관서 생각보다 시간을 더 보내는 바람에 돛배는 다음을 기약할 뻔 했다. 구드래나루서 왕복하는 표를 끊으고서 막상 타 보니 승객은 우리 일행 꼴랑 셋이었다.

운항 시간이라 해 봐야 엎어지면 정수리 닿을 곳이라, 또 이렇다 할 감흥이 있기는 힘든 곳이라 나로선 내심 와 이 배 탄다고 부여를 찾는 사람이 있구나 해서 의외이긴 했거니와 그러고 보니 나로선 근 삼십년 만에 다시 타본 돛배다.

뭘 말이 돛배지 동력선이라 또 사대강 사업 비롯한 보가 아니면 이 겨울 갈수기에 배가 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삼십년 전 그땐 꿈꾸는 백마강 각종 버전이 뱃전 확성기서 요란하게 울려퍼졌으니 배호 임채무 주한미 등등이 기억에 남는다.

마침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고 또 돛배가 안내하는 데가 백제 멸망을 증언하는 낙화암과 고란사인 데다 틀어주는 노래 또한 아주 구슬피 백제 멸망을 회고하는지라 낙조에 벌겋게 물든 백마강 물결로 격발이 없을 수는 없다.

하긴 백제 사직이 종언한지 물경 천삼백육십삼년인가? 살아있는 것으로 죽지 않은 것 없지만 칠백년 영화를 누린 왕조가 스러져간 일이 어찌 허심할 수만 있겠는가?




이곳을 돌아본 모든 시인묵객이 읊은 그 마음에서 나라고 어찌 예외일 수 있겠는가?

꼭 백제라서 그러리오? 신라의 달밤 역시 한치 어긋남이 없고 평양을 본 사람들은 기자를 읊고 고구려를 소환했고 송도를 가는 사람들은 왕씨 왕조가 구가한 영화를 폐허에 비견했다.

썩 찬란하다 하기는 힘들지만 그런대로 백마강 낙조는 볼 만 했으며 그에다 상실과 소실에서 비롯하는 애잔을 수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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