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임인식이라는 사진작가는 내가 익히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50~60년대를 증언하는 사진작가로는 독보를 구가한다 할 정도로 각종 사진집에서 작가 목록이 빠지지 않거니와, 그의 유족이 기증한 그의 사진들이 이미 기증처인 서울역사박물관 한 켠을 장식한 까닭이었다.
그의 사진은 전형하는 기자의 그것이었으니, 그 시대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비교적 작가적 왜곡없이 충실히 담아내고자 하는 그런 흔적이 아주 뚜렷했다. 그런 까닭에 막연히 아 이 양반 전직 사진기자인가 보다 했더랬다.
그런 점에서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 15일 개막해 내년 3월10일까지 이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그때 그 서울' 특별전은 임인식이라는 작가를 탐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그가 셔터로 포착한 지금과 가까운 시대의 모습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한테는 더 소중하다 할 만하다.
1920년, 평북 정주 산인 그가 포착한 모습들은 시대로 보면 50~60년대에 집중한다. 한국전쟁기와 그 직후 참상이라 할 장면들과 더불어 그에서도 웃음이 떠나지 아니하는 사람과 풍경을 참말로 다채롭게 담았으니, 그의 사진 그 자체가 그 시대를 고스란히 증언하는 실록이자 대하드라마 대본이다.
보니 그는 내 예상대로 기자 출신이다. 그의 행적에서 조금 독특한 점은 1963년 미국 이민신청을 했다는데, 실제 미국으로 이주하기는 1987년이었다고 하며, 아마도 미국에서 죽 살다가 1998년 2월에 귀국하고는 그해 4월4일 향년 79세로 타계했다. 생몰년이 내 선친과 거의 같아서 묘하다.
그의 관련 유품과 사진 1천3점은 유족에 의해 2013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됐거니와, 듣자니 그의 아드님과 손자님도 같은 사진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개중 140여 점을 선별해 소재 혹은 주제별 배치를 했으니 폐허가 된 서울, 하늘에서 본 서울, 격동기 서울, 삶의 현장 남대문시장, 서민들의 휴식처 고궁, 생업과 놀의 공간 한강, 골목 안 아이들, 스포츠 문화의 확산 8가지가 그것이다.
그가 담은 한국은 내가 태어나기 전 모습이지만, 아다시피 나는 깡촌 출신이라, 실상 저가 담은 그것은 내 어린시절 그것이도 해서 아련한 그 시절로 실어나르는 타임머신이기도 하다.
안쓰럽기도 하면서 그래도 코흘리개 해맑은 아이들 웃음을 시종 잃지 않으려 한 긍정의 힘을 나는 본다.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잠시 짬을 내어 다녀왔다. 연휴라 그래서인지 모르겠고, 또 이렇다 할 해설 혹은 고민이 필요없는 당대의 실록이라서인지 다들 편안하게 많은 사람이 관람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고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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