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학번에게 있어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그 분야 전공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물론 이렇게 되어버린 데는 80년대 학번 당사자들에게 책임도 있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사회가 고도화할수록 자기 전공 외에는 몸을 사리고 전공자들은 적어도 자기 나와바리에서는 힘을 갖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80년대 세대가 이 모양이 되어버린 것은 일차적으로,
80년대 내내 신입생만 입학하면 선배들이 잡아다가 전공불문 '사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서적들을 원하던 원하지 않던간에 읽혔기 때문이다.
이것을 당시에는 소위 '의식화 교육'이라고 했는데.
이 때문에 잡다한 사회과학 서적을 난독하게 된 것은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의 학생들 뿐 아니라 공대, 의대, 심지어는 미대 학생들까지도 잡아다 읽었어야 했단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인문학, 사회과학계의 온갖 잡설들을 대학 내내 접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에도 대학가를 횡행하던 각종 사회과학서적의 저술가들은 재야 이론가들도 있었지만, 대학의 교수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무난하게 대학에서 정년을 했고 또 많은 사람은 정계에 진출해서 현실참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교수 업무 이외의 일에도 많이들 뛰어 다닌 것으로 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대학 때 들은 소리 치고 맞는 소리가 하나도 없다는 데 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 거기 나온 사실. 내가 대충 수집한 자료로도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 당시 대학가를 횡행하던 독립운동사, 그리고 남한의 친일파 이야기까지, 많은 부분이 과장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남한은 그렇게 친일파가 주도한 사회도 아니었고, 북한이 소위 독립운동가가 주도했다 해서 그 나라가 나아진 것도 하나도 없다.
한국경제의 발전? 이거야 말로 정말 문제인데 멀쩡한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이 1990년대 후반까지도 조만간 한국은 외채 때문에 무너진다는 이야기를 저주처럼 떠들고 다녔다.
지금은 그 시대를 지나 나라가 G8에 들어가니 마니 하니 입닫고들 가만히 있는데 그 당시 한국이 조만간 망한다고 이야기한 사람 중에는 지금도 활동하는 이가 많다. 물론 자신이 떠들던 이야기에 대해서는 일고의 반성도 없다.
1980년대. 학과를 막론하고 끌어다가 그렇게 잡다하게 책을 읽혀 놓으니 우리가 전공 불문. 당연히 그 당시 떠들던 소리들은 어떻게 맞는 것인지 뭔지 관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그 당시 한국이 조만간 망하고 한국은 친일파 천지이며 나라가 무릇 제대로 되려면 북한처럼 자주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떠들던 놈들은, 지금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말이다.
참으로 당시 인문학 사회과학의 학자라는 사람들이 비겁했던 것이-.
그 당시 그 정도 헛소리를 했으면 뭐라도 이제는 반박 논리도 나와야 하는데
지금도 그 당시와 비슷한 이야기를 음성의 톤만 낮춘 채 반복하는 사람 천지다.
다른 세대는 몰라도 1980년대 학번은 전공불문.
당연히 사회과학 인문학에 대해 비판할 권리가 있다.
그 당시에 그 젊음을 투자한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 권리다.
그때 대학강단에서 생각나는 대로 떠들며 한국은 조만간 외채 때문에 망하고 종속적이라 글러먹었다고 한 놈들.
세상에서 이미 다 잊고 있는 줄 알겠지만, 아마 나처럼 그 당시 그 떠들던 소리들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내가 보기엔 몇백만은 될거다.
춘추필법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이를 두려워해야 한다.
군사독재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만 비겁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비겁한 것이 각종 곡학아세에 직필하지 않고 진영논리에 따라 입닫고 있는 자들이다.
#사회구성체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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