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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aboutEgypt] 성가족의 이집트 방문(2) 베들레헴에서 이집트로

by taeshik.kim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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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환


성가족이 이집트로 피신한 이야기는 《신약성서》에 아주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요셉과 성모, 그리고 아기 예수는 천사의 인도를 따라 헤로데 1세(Herod I: 기원전 73-43년)의 영아학살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했습니다(2:13-15):

“박사들이 돌아간 뒤에, 주님의 천사가 꿈에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헤롯이 아기를 찾아서 죽이려고 하니, 일어나서,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라. 그리고 내가 너에게 말해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요셉이 일어나서, 밤 사이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헤롯이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이것은 주님께서 예언자를 시켜서 말씀하신 바, ‘내가 이집트에서 내 아들을 불러냈다’ 하신 말씀을 이루시려는 것이었다.”

「마태복음」 저자는 천사의 고지에 따라 성가족 일행이 베들레헴(Bethlehem)을 떠나 이집트로 피신했다가 이스라엘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구약성서』 「호세아」의 예언(11:1), 즉 “이스라엘이 어린 아이일 때에, 내가 그를 사랑하여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냈다”는 말씀이 실현되는 것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간 연속성과 일관성 – 다시 말해, 《구약성서》가 앞으로 도래할 메시아에 대한 예언이라면 《신약성서》는 그 예언이 성취된 것에 대한 증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태복음」에는 성가족이 이집트 어디에서 머물렀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성가족이 이집트로 피신해야 한 이유와 헤로데 1세가 사망한 이후 나사렛(Nazareth)으로 귀환했다는 사실을 짧게 기술할 뿐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공백은 성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여러 전설과 소위 ‘유아기 복음서’(infancy gospel) 혹은 ‘원복음서’(proto-evangeliun) 등과 같은 『신약성서』의 외경(外經: apocrypha)에 의해 메워졌습니다.

이들 외경에는 아기 예수와 관련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유형 별로 보면 베들레헴에서 이집트로 가는 여정에서

(1) 사막에 사는 맹수들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드렸다는 이야기(「僞-마태복음」 18-19장)

(2) 아기 예수가 발을 디딘 곳마다 사막에서 피는 ‘예리코의 장미’(roses of Jericho) 혹은 안산수(安産樹)가 피어났다는 이야기

(3) 아기 예수의 명령에 따라 무화과나 대추야자 나무가 땅에서 솟아나거나 그 가지가 성가족에게로 기울었다는 이야기(「僞-마태복음」 20장)

(4) 아기 예수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른 땅에 샘이 솟아나게 했다는 이야기

(5) 아기 예수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을 괴롭히던 더러운 영들이 물러나고 나병이 치유되었다는 이야기(축귀사역)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한편, 중세 유럽에서는 「마태복음」과 여러 유년기 복음서의 이야기에 근거하여 성가족의 이집트 피신을 묘사한 성화가 다수 제작됩니다.

이는 당시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였으며 16세기부터는 외경에 언급된 에피소드들도 성화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로 피신하는 장면을 그린 성화에서는 보통 성모와 아기예수는 당나귀를 탄 모습으로, 요셉은 이들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아래 그림 참조).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7-1337년), <이집트로의 피신>(Flight into Egypt, 1304-1306년)



아울러 성가족이 이집트로 탈출하는 장면은 관람자를 기준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집트에서 나사렛으로 귀환하는 장면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각각 묘사하는 것 역시 도상적 관례로 고착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성화에서는 외경 중 하나인 「야보고 원복음」에 등장하는 히브리 산파 살로메(Salome)나 요셉의 아들인 야보고(James)가 성가족과 함께 동행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가족의 여행과 관련하여,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나이 반도(Sinai Peninsula)를 통과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크게 3개의 경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경로를 선택하든 이 지역에서는 사막의 열기와 야생동물, 그리고 적대적인 사막부족 등과 같은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들처럼 일정 규모의 집단을 이루어 이동했습니다.

콥트 정교회(Coptic Orthodox Church) 기록에 따르면 성가족은 베들레헴에서 가자(Gaza)를 거쳐 시나이 반도 북단을 육로로 통과하여 파마(Farma)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파마는 나일강의 동쪽 끝 지류에 위치한 고대의 항구도시 펠루시움(Pelusium)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전승에 따르면 사막을 통과하는 동안 성부와 천사가 매일 경로를 정해주고 인도해주었으며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위험을 하나하나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마치 모세(Moses) 인도 하에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 민족처럼 이들이 일용할 양식 역시 기적적으로 제공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콥트 정교회는 『신약성서』에 언급되지 않은 성가족의 이동경로와 이집트 내의 체류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을까요?

그 해답은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23대 대주교였던 테오필로스(Theophilus: 384-412년)가 쥐고 있습니다.

그레고리력으로 11월에 해당하는 콥트 교회력의 세 번째 달 하토르(Hathor) 6일 전날 밤 그가 긴 기도를 마치자 성모께서 친히 나타나셔서 성가족이 이집트 피난 과정에서 겪은 모든 일을 알려주셨으며 그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빠짐 없이 기록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그의 회고록에 기록했습니다.

앞선 회차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그레고리력의 6월 1일에 해당하는 콥트 교회력의 아홉 번째 달 바샨스(Bashans) 24일은 아기 예수를 비롯한 성가족이 이집트 땅으로 건너온 날로 여겨집니다.

다음 회차부터는 이집트에서의 성가족의 이동경로를 테오필로스 대주교의 기록에 따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콥트정교회 #외경 #유아기복음서 #테오필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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