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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aboutEgypt] 성가족의 이집트 방문(1) 콥트 정교회의 성탄절

by taeshik.kim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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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환




2023년 1월 5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1952년-현재) 러시아 대통령이 정교회 성탄절(Nativity of Christ)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1월 6일 정오부터 1월 7일까지 36시간 동안의 휴전을 지시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휴전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Russian Orthodox Church)의 수장인 키릴(Kirill: 1946년-현재) 제17대 총대주교의 청원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합니다.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하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하나님과 함께 천국에서 영광과 영생을 누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설교한 뒤 구설수에 오른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입니다.]

러시아 정교회와 마찬가지로 이집트 기독교 분파인 콥트 정교회(Coptic Orthodox Church) 역시 가톨릭이나 개신교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리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차이는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일까요?

그 대답은 각 교회가 따르는 태양력 차이에 있습니다.

1582년 10월 로마 가톨릭 교회(Catholic Church)의 제 226 대 교황 그레고리오 13세(Gregory XIII: 1502-1585년)는 가톨릭 교회가 기원전 46년 제정된 율리우스력(Julian calendar)보다 더 정확한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을 도입한 후 가톨릭 교회는 모두 이를 따를 것을 명령했습니다.

둘 다 태양력(太陽曆)에 해당하는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의 가장 큰 차이는 윤년(閏年: leap year)을 보다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율리우스력의 경우, 지구의 정확한 공전주기와 비교하여 128년마다 하루의 편차가 발생하는데 그레고리력은 이런 오차를 보다 정확하게 보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방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와 콥트 정교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의 이런 명령을 따르지 않았으며 따라서 율리우스력에서 12월 25일에 해당하는 날이 그레고리력에서는 1월 7일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편차는 이후 더 벌어지게 되는데 오는 2101년에는 하루 더 늘어나서 1월 8일이 성탄절이 될 예정입니다.]

한편, 개신교에서는 1700년 초반 그레고리력을 따라 12월 25일을 성탄절로 기리고 있으며 동방 정교회의 독립 교회 중 하나인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청(Ecumenical Patriarch of Constantinople) 역시 1922년 그레고리력을 따를 것을 명령함에 따라 일부 동방교회 역시 12월 25일을 성탄절로 기리고 있습니다만 부활절(Easter)은 여전히 율리우스력을 따르고 있습니다.

콥트 정교회 신도들은 서방 교회의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당하는 1월 6일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혹은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않는 단식을 준수하며 (이런저런 건강 상의 이유로 단식을 할 수 없는 신도들은 기도로 단식을 대체합니다) 일부 신도들은 ‘성탄절 금식’(Holy Nativity Fast)이라고 불리는 특별 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역법체계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콥트력(Coptic Calendar)에서는 성탄절 바로 전달을 키아크(Kiahk) 달이라고 하는데 단식은 이 키아크 달에 해당하는 11월 25일에서 1월 6일까지 43일 간 지속됩니다.

[콥트력의 네 번째 달인 ‘키아크’라는 명칭 고대 이집트어의 kA-ḥr-kA “카 위의 카”(Ka Upon Ka)에서 파생되었으며 ‘카’(ka)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던 ‘생명력’(life force)을 의미합니다.]

이 기간 동안 단식을 행하는 신자들은 고기는 일절 먹지 않고 채식만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특이하게도 해산물을 먹는 것은 허용됩니다.

단식은 1월 6일에 거행되는 성탄절 미사와 함께 끝납니다. 아울러 당일에는 신도들의 집에서 성탄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리는데 이때는 단식 기간 동안 먹을 수 없었던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연회에서는 특히 쌀과 마늘, 그리고 삶은 고기를 빵에 얹은 양고기 수프 요리인 파타(fattah)로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콥트 정교회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은 분리되지 않는다는 『칼케돈 신조』(Creed of Chalcedon)가 채택된 415년 칼케돈 공의회(Council of Chalcedon)를 계기로 독자적인 교회로 분리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이집트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은 복음서 저자인 성 마르코(St. Mark)가 기원후 42년경부터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하여 선교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로 알려져 있는데 성 마르코는 알렉산드리아의 초대 교황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후 로마황제 직할 속주였던 이집트는 제국 내에서 매우 중요한 기독교 국가로 자리잡았으나 7세기 아랍에 의해 정복되면서 교세가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현재 콥트 정교회 신도는 약 950-1,000만 명으로서 (2021년을 기준으로) 약 1억 200만 명에 달하는 이집트 전체 인구 중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무슬림이 대다수인 이집트에서 가장 큰 소수 종교집단입니다.

소수집단이긴 하지만 교육수준이 높아 사무직 비중이 높으며 중산층 이상의 비중 또한 높습니다.

[콥트 정교회 신자로서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는 1992-1996년 간 제6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이집트의 외교관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Boutros Boutros-Ghali: 1922-2016년)를 들 수 있습니다.]

끝으로, 그레고리력의 6월 1일에 해당하는 콥트 교회력의 아홉 번째 달 바샨스(Bashans) 24일은 아기 예수를 비롯한 성가족이 이집트 땅으로 건너온 날로 여겨지는데 이집트 전역의 콥트 교회는 이날을 예수 그리스도가 이집트에게 영광을 베푼 날로 기리고 있습니다.

다음 회차부터는 성가족의 이집트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샨스 달은 고대 이집트어 p(A)-n-ḫnsw “콘수의 것”(The One of Khonsu)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이는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69년)에 거행되었던 신전축제 일정이 반영된 명칭입니다.]

사진 출처: https://www.copticsolidarity.org/2017/01/06/7732/

#콥트정교회 #율리우스력 #그레고리력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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