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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Best of best, 수선전도首善全圖의 수선首善

by taeshik.kim 2024.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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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도성都城이라 하면 글자 그대로 성곽으로 두른 도읍을 의미했으니, 구체로는 현재 우리가 한양도성이라 일컫는 나성羅城이 둘러친 공간 구역 안쪽을 말한다.

이곳이 서울이라 지금의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가 본래는 엄격한 의미의 도성이며, 이곳이 바로 서울이다. 

이 도성은 조선 왕조 건국 직후에 이미 둘러치기 시작해 후대에 끊임없는 보수가 있었지만, 그 공간 구역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조선왕조 오백년 내내 저 구역은 그대로였다. 물론 도시 구역이 성밖으로 계속 확장해가기는 했지만, 한양도성은 죽죽 그 자리에 있었다. 

따라서 조선시대에 제작한 도성지도란 곧 저 한양도성 안쪽 지도를 말한다. 실제 그런가는 차치하고 생긴 모양은 천상 자궁 딱 그것이다. 

조선시대, 특히 그 후기 도성을 증언할 때 빠지지 아니하는 지도가 수선전도首善全圖라는 괴물이라, 이르기를 김정호가 제작한 것이라 하나,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많은 박물관 같은 데서 조선후기 서울 양태라 소개하는 것들이 모조리 저 수선전도를 말미암는다. 

그렇다면 전도全圖라는 말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거니와, 전체 지도를 한 장으로 표현한 것을 말하고, 그렇다면 수선首善은 무엇일까? 

위선 저 말 구체하는 뜻을 몰라도 맥락으로 봐서, 그리고 그 지도가 표현하는 양상을 봐서 의미는 딱 하나밖에 없다. 수도 전도라는 뜻일 수밖에 더 있겠는가? 더구나 우두머리, 머리를 의미하는 대가리 수首라는 글자가 떡 하니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수선首善에서 首는 이 경우 대가리라는 본래하는 의미를 함유하기는 하지만 이에서는 실상 부사 best에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하며, 따라서 수선은 가장 뛰어난 것 the best of the best, 나아가 모범을 의미한다.

그것이 도시로 치환될 때는 말할 것도 없이 도시 중에서 우두머리 혹은 모범을 차지하는 것이 도읍 capital이니 그런 까닭에 수선이라 하면 곧 도읍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이 지도는 수선총도首善總圖라 했다.



흔히 저 말 출처로 사기史記 유림열전儒林列傳이나 한서漢書 유림전儒林傳 서문을 인용하곤 하는데, 후자는 전자를 인용한 데 지나지 아니해서 곧 저 말은 사기를 모범으로 삼는다 한다.

사기에 이르기를

故教化之行也, 建首善自京師始, 由內及外

라 했으니 이는 그런 까닭에 교화를 행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것을 세워 서울에서 시작해 안쪽을 거쳐 바깥으로 미치게 하는 것이다는 정도를 의미하거니와, 이에서 수선이라는 말이 수도를 의미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다만 같은 사기에서는 저 말을 액면 그대로 활용하기도 했으니, 제도혜왕세가齊悼惠王世家에 이르기를 “齊孝王懼, 乃飲藥自殺. 景帝聞之, 以爲齊首善, 以迫劫有謀, 非其罪也,”라 했으니 이는 제 효왕이 두려워 독약을 마시고는 자살했다. 경제가 그 말을 듣고는 제왕이 (모의에 가담한 자들 중에서는) 가장 나으며 협박에 의해 모의한 것이니 그의 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정도를 의미하거니와, 이 경우가 그렇다.     

나아가 같은 사기 서남이열전西南夷列傳에 이르기를 “滇王始首善, 以故弗誅.”라는 구절이 보이니, 이는 전왕滇王은 애초에 가장 나은 사람이기에 그 때문에 주벌당하지 않았다는 정도를 의미하거니와, 이 경우도 가장 낫다는 맥락으로 썼다. 

실록을 검색하니 성종실록 10권, 성종 2년 6월 8일 기유 세 번째 기사 1471년 명 성화成化 7년 사헌부司憲府 대사헌大司憲 한치형韓致亨이 올린 상소문에 저 말이 가장 먼저 수도를 의미하는 뜻으로 등장하거니와

요망한 무리를 경성京城에 잡거雜居하게 하여 수선首善의 땅을 더럽힐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신 등은 엎드려 원하건대 세종조世宗朝 고사故事에 의하여, 무릇 무격巫覡이 있는 곳이 보이면 다 성 밖으로 몰아내어 음란한 말을 쫓고 방사한 말을 그치게 하면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라 하는 것으로 보아, 이 경우는 굳이 서울을 지칭해 수선이라는 말을 쓴 맥락을 짐작하겠으니, 서울은 가장 깨끗해야 하는 도시인데, 그런 깨끗해야 할 도시를 푸닥거리를 하는 자들을 활보하게 함으로써 더럽힐 수는 없노라는 맥락에서 쓴 것으로 보아야 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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