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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black ice vs. 살얼음, 번역자의 책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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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은 "노견路肩(로견)"을 바꾼 낱말이다.

"노견"을 글자풀이를 해서 한동안 "길어깨"라 하기도 했다.

노견- 길어깨- 갓길.

처음에는, '갓길'이 뭐냐, 그냥 고상하게 '노견'이라 하자 는 주장도 있었다.

갓길.

이 낱말은 외국어 로드숄더 road shoulder, 또는 노견을 기가 막히게 거의 완벽하게 '번역'해 놓은 낱말이다.

겨울이 오니, '블랙아이스 black ice'라는 낱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도 바꾸어보면 어떨까?

길얼음?

살얼음?

얇은얼음?

로빙路氷?

흑빙黑氷?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이걸 뭐라고 하지? 생각하다가,

얼음막!!

"얼음막"이라고 하면 어떨까?

직업이 번역이다 보니, 늘 저 말을 이 말로 번역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옛날에 우리 회사가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었다.

회사 바로 옆에 구기터널이 있다.

저 구기터널을 "구기굴길"이라 하면 더 멋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아무렴! 터널보다는 굴길이 더 멋있지.

우리나라 터널 가운데 실제로 "oo굴길"이라고 이름 붙인 곳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

들었는데, 거기가 어딘지 잊었다.

언어가 만들어진 환경이 다르므로, 번역에서 등가어(같은값을 지니는 번역 대체어) 찾기가 쉽지 않고, 완벽히 등치시킬 수 없는 때가 많다.

번역자는, 에이, 거뭐 원어 발음대로 쓰고 원어를 괄호에 넣어주지 뭐.

라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번역어 낱말은, 듣는 사람이 듣는 순간 곧바로 뜻을 짐작할 수 있는 게 좋은 낱말이다.

계속 찾아내야 한다.


***


이상 한국고전번역원 박헌순 선생 글이라 새길 대목이 많다.

당장 편하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수입했다가 지들만의 세계로 빠진 대표 분야가 고고학이다.

일본말 찌꺼기 가져다가 남발하니 그 세계를 벗어나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고

그런 세상을 함몰해 사는 자들은 그런 족보도 없는 말을 쓰는 자신들을 전문가라 행세하기에 이른다.

한편 저 글에 이정우 선생이 이르기를

블랙아이스는 도로 표면에 코팅한 것처럼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현상이라서 도로살얼음이라고 정했다네요..2021년 10월 8일 국토부 도로 순화어 행정규칙

이라 한다.

그냥 살얼음이라 하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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