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에 날아간 미국행의 꿈

여러 번 말했지만 명색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지만 나는 영국과 더불어 그 본토라 할 만한 미국은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한 미국은 거금 30년을 거슬러 올라간 시점이니, 그때 나는 체육부 소속 기자로서 19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취재를 빙자해 딱 한 달간 애틀랜타에 체류한 일이 전부다. 

이 애틀랜타는 코카콜라 본사와 DNN 본사가 있는 도시라, 이 두 거대 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막강했고, MIT 공대인가가 아마 그쪽에 있어 당시 올림픽 경기 중 일부 경기장으로 그 공대 건물을 이용하기도 하지 않았나 희미하게 기억하나, 것도 그뿐이라, 이렇다 할 인상이 남은 것은 없다. 

덧붙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 본향이라, 그가 한동안 작업한 데가 미첼하우스인가로 박물관 용도로 전환해서 있었지만, 그마저도 올림픽 개막 한 달 전인가 몽땅 불에 타는 바람에 나는 주로 핸드볼 경기장 왔다갔다 하며 그 잔해만 본 기억이 있다.

여담이나 당시 핸드볼 선수로 맹활약한 이가 지금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적지 않은 족적을 남기는 임고경이었고, 그가 여자핸드볼 주장이었다.  

당시에도 임오경은 또릿또릿했으니, 그런 성정이 국회의원이 되어 저리 발현할 줄이야? 당시 여자핸드볼은 결승까지 올랐다가 덴마크에 분패하고 은메달에 만족했다.

그래도 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이겠냐만 당시엔 금메달을 기대했기에 그만큼 실망이 컸다는 말은 해 둔다. 

아참 그리고 이 애틀랜타 외곽에는 에모리대학이 있으니, 이곳은 내 대학 은사 중 한 분으로 문학비평에 일가를 이룬 이상섭 선생님이 유학한 데였고, 그 유명한 윤치호가 한동안 적을 둔 곳이기도 했지만, 저 에모리대학만 해도 외곽을 오가며 그 캠퍼스 입구쪽만 지나쳤을 뿐이고 내부는 구경도 못했다. 

그 올림픽 취재를 마치고선 귀국하기 전날 딱 하루 올랜도 쪽인가로 구경을 갔으니, 그 오가면서 미시시피강을 보며 컬처컬럽 노래 배경을 생각하기도 했더랬다. 

이것이 내가 직접 호흡한 미국 전부라, 군부대 생활을 카투사로 했기에 그런지, 미국이라면 진절머리가 나서 미국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가 근자 이러다가 진짜로 미국 제대로 물도 먹지 못하고 죽을 것만 같아 올 연말은 미국 여행을 하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선 결행하기 직전이었더랬다. 

하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이 발목을 잡을 줄이야?

나야 어차피 미국을 간다 해서 내가 무슨 등산 광이라고 로키 산맥을 달리겠으며, 미시시피 평원을 가로지르겠는가?

죽어나사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을 떠돌 뿐인데, 간다면 내가 돌아봐야 할 곳이 전부 이런 데일 뿐일진대, 그 주된 코스가 모조리 국립 혹은 국립에 버금하는 기관들이라, 이번 셧다운에 모조리 다 약속이나 한듯이 셧다운이라 갈 이유를 상실해 버리고 말았다.

비단 저들 기관이 문을 닫아서겠는가? 다른 연방기관들 또한 문을 모조리 닫으니 입출국 자체도 거의 봉쇄된 형국이라 어차피 접어야 할 꿈이 되고 말았다. 

저런 변수가 없었더래면 나는 마침 그곳에서 개막한다는 스미스소니언 협회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이건희 특별전'도 관람하려 했지만, 그 박물관도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그 개최조차 불투명에 빠지고 말았다. 

뭐 양쪽 박물관에서야 셧다운 사태가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보고 한두 주쯤 미뤄질 것으로 본다했지만, 글쎄 그럴까?
 
美 셧다운 여파에 '이건희 특별전' 연기…내달 개막 행사 미뤄져

송고 2025년10월30일 12시06분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 이메일서 "재개관 이후 전시 개막 예정"

美 셧다운 여파에 '이건희 특별전' 연기…내달 개막 행사 미뤄져 | 연합뉴스

 
이래저래 미국은 나랑 연이 안 맞나 보다. 

동력을 상실한 미국행 기운이 언제까지 살아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