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비 핑계, 기상 핑계로 고구마는 순만 대강, 그것도 절반만 거두어 놓고선 상경하며 마미께 신신부탁.
괜히 캔다 하지 마시고, 내가 날씨 사정 보아 내려와서 캘 테니 가만 놔두시오 했으나 그러마 하셨으나 믿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순 거둔 밭 절반은 이미 뇐네가 고구마를 캐다 달랐다.
나머지 남은 고구마 순을 거두고, 내친 김에 오전에 조금 남은 두 골 고구마를 캤다.
내 아무리 농민의 아들이요, 어릴적 이런 일엔 이골이 났다지만, 이런 육체노동이 어찌 고되지 않으리오.
그래 맞다 삭신이 쑤시고 허리가 부러질 듯하다.
안 하던 육체노동이니 오죽하겠는가?
이웃 밭에서는 온 식구가 매달려 고추를 따고, 깨를 턴다.
바람 타고 깨 냄새가 고구마 밭으로 넘어온다.
들깨인지 참깨인지는 냄새로는 내가 모르겠다.
언뜻 보니 들깨를 심어놨었으니 들깨 아니겠는가?
그 깨 냄새가 그리 좋다.
혹 이른바 재래시장 같은 데 가서 깨 쪄서 기름 짜내는 냄새 맡은 적 많으리라. 그 냄새 그리 좋다.
저 냄새 비스무리한 게 산초 기름이다.
중국에서는 황후나 후궁 방을 일러 산초나무 초椒를 써서 초 머시기라 했는데 내가 요새 왜 이런가?
이제 생각도 언뜻 나지 않으니 말이다.
암튼 산초는 향으로 썼거니와, 내 보건대 들깨 참깨도 향으로 쓰지 않았으리라는 보장 없다.
그만큼 그 냄새가 향기로운 까닭이다.
냄새라고 하면 아랫목에서 된장 익어가는 냄새만큼 정다운 것도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 냄새가 남자의 굄을 유발하기에는 문제가 있으니, 적어도 굄을 유발하는 비아그라 종류라면 깨 혹은 산초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긴 요샌 워낙 좋은 향수가 많이 나오니, 그들에 견준다면 재래 전통이라 라이벌을 형성할 수는 없으리라.
오늘은 야릇하게 전형하는 가을 날씨다.
축축한 낙엽도 뒤집어 놓으면 한두 시간이면 바싹 마를 듯한 화창함이다.
감나무 이파리나 태우며 이효석 흉내나 다시 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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