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이성시 선생을 조우하고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선생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박환무 선생이 동석하곤 하는데 오늘도 그랬다. 
저녁 자리엔 여러 분과 같이 했다가 파하고선 셋이서 카페서 실컷 떠들다 왔다. 
이런 자리는 여느 때나 똑같아서 셋이 만나면 학문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은 재미 없을 수도 있지만, 나도 그리고 선생들도 다 재미있어 하고, 무엇보다 나 역시 저 분들을 통해 배우는 바가 적지 아니하고, 저들 또한 속내야 어떨지 모르나 나를 통해 그렇다고 하니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이성시 선생이야 한국학계에는 2001년 10월, 도서출판 삼인을 통해 선보인 《만들어진 고대:근대국민 국가의 동아시아 이야기》(박경희 옮김. 박경희 선생은 바로 박환무 선생 어부인이시다)를 통해 화려하게 등단했으니, 물론 그 이전에도 이래저래 한국사학계, 특히 고대사에서는 알려지기는 했지만, 이성시라는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한 계기는 누가 뭐라 해도 저 책이 결정타였다. 
저 책이 선풍을 일으키는 도화선 중 하나가 김태식이라고 자부한다. 그만큼 그때 서평 또한 강렬했다. 
내가 이성시 선생을 대면으로 조우한 때가 바로 저 무렵이다. 
주선은 일본 유학파(도교도립대) 박환무 선생이 했으니, 내가 박환무 선생을 알게 된 것은 이보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양반이 서강대 사학과 출신이라, 당시 나는 서강대 대학원에 적을 둔 상태였고, 그런 인연으로 이종욱 선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선생을 자주 접촉하게 되었다. 
저 무렵 선생과 더욱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다른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목간이었다. 
이 목간 이야기는 내가 이곳저곳에서 산발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한 만남이 한국목간학 탄생 직접 도화선이 된다는 점에서 왜 그러한지는 훗날 따로 다시 정리할 기회를 보려한다. 
누구에게나 다 그러겠지만, 선생은 시종 지금도 학형學兄으로 대우하며, 그런 선생이 나는 감사하기 짝이 없다. 
저 만들어진 고대는 실상 한국에서 이성시라는 이름을 각인하기도 했지만,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통해 선생은 일본에서도 전국스타로 부상한다. 
이것이 기어이 각종 타이틀로 옥죄게 되는데, 정년퇴직 때까지 선생은 그가 봉직하는 와세다대학에서 중요 보직은 다 꿰차게 되는 빌미가 된다. 
내 기억에 그는 대학원장을 했고,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그 선후관계 혹은 중복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와세다대학 재단까지 치고 들어가 재단 이사까지 하게 된다. 
이 무렵이 가장 바빴을 때가 아닌가 하는데, 그런 선생을 보면서 가장 우려스런 대목이 저렇게 보직에 맛들다 보면 학자로서의 생명은 끝나고 말리라는 우려였다. 
실제 그런 사람을 나는 너무 많이 봤다. 보직에 맛든 교수, 더는 연구자가 아니라 정치꾼이며 행정가일 뿐이다. 
한데 선생한테는 희한한 점이 있었다. 저런 중책들을 맡고서 외려 연구는 더 묵직해졌고, 내가 알기로 단 한 번도 연구에서 손을 놓은 적이 없으며, 줄기차게 연구를 쏟아냈다. 
그래서 외려 저런 보직들에는 소홀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으니, 그렇다고 대충 물렁물렁 그런 자리 맡을 성정도 아니니 둘 다 잘해냈으리라 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보직을 자주 맡는다 해서 꼭 연구자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보기를 선생은 훌륭하게 보여줬다. 
다만, 진짜 연구로 인생을 걸고 싶다면, 두 번 다시는 이성시 선생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인생, 그런 행로는 이성시로 끝나야 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저런 분이 더러 있어, 가까운 내 주변에서는 내 주례 선생님(함자를 올리지 못하겠다.) 같은 분도 있다.
오늘의 교훈.
이성시만큼 할 자신 있으면 보직이건 기관장이건 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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