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번역22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네스트 헤밍웨이 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가 소설 제목으로 삼으면서 더욱 유명세를 탄 이 말은 for whom the bell tolls 를 번역한 것이라, 심드렁한 사람들은 그냥 종이겠니 하겠지만, 예서 관건은 toll이라는 동사가 의미하는 바다. 이 동사는 말할 것도 없이 종을 칠 때 나는 소리를 형상화한 것으로써, 우리는 종이 땡땡 울린다 하지만 저네들은 톨(토울) 톨 정도로 생각했나 보다. 원래 저 말은 영문학에서는 16~17세기에 독특한 성향을 보이는 metaphysical poetry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존 던 John Donne(1572~1631)이 교회에서 행한 설교문에서 나오는 한 구절이다. 한데 이 경우 to toll이라는 동사는 죽음을 전제로 한.. 2023. 4. 16. 번역과 논문의 간극? 문제는 형편없는 논문의 대량생산유통이다 By 박헌순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을 옹호해주고 격려해주는 여러 선배 학자가 항상 드는 논리는 이런 것이다. "번역하는기 논문 쓰는 거보다 어렵습니다. 논문은 지가 모르는 부분은 빼놓고 넘어갈 수가 있는데 번역은 한 글자도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우리 학계가 번역의 가치를 인정 안 하려는건 큰 문젭니다." 라고 한다. 번역 분야에서 생계를 이어온 나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진짜로 번역이 더 어려운 일일까? 하는 의문이 늘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번역이든 논문이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것은 초고난이도의 일이다. 대충 아무렇게나 한다면 번역이든 논문이든 쉽다. 현재 우리나라에, 출판이 되었든 웹서비스에 있든, 번역자료와 논문자료를 상호 비교했을 때에, 읽.. 2023. 1. 15. 서너달 만에 해치운 자치통감 완독 주변에 한학에 뛰어난 분이 꽤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따라가지 못할 분들이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술술 원전 읽는다 생각하면 커다란 착각이다. 한문으로 먹고 산 전통시대 아무리 뛰어난 한학자라도 한문 원적을 술술 읽었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착각이다. 한적漢籍은 왜 번역되어야 하는가? 번역본으로 읽으면 술술 읽히기 때문이다. 물론 번역에는 오역이 있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한학자라도 오역은 있기 마련이다. 내가 권중달 교수가 완역한 자치통감 31권을 읽는데 한두 달을 소비했다. 한데 내가 이걸 원전으로 읽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번역본에서 내가 필요한 곳, 의문나는 곳은 반드시 원문을 봐야 한다. 번역본은 이렇게 반드시 봐야 할 곳을 제외한 원문 읽기의 수고를 왕청나게 덜어준다. (2013... 2022. 12. 10. 톨스토이 《부활》, 그 첫 문장 번역을 논한다 기자가 쓰는 기사도 그렇지만, 작가 또한 제목과 첫 줄과 마지막 줄에 목숨을 건다. 외국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도 이 세 가지는 더 유념해야 하는 이유다. 거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골자를 압축하는 까닭이다. 두어 번 지적했지만, 아예 작품 제목이 패착을 빚은 대표 케이스로 어네스트 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냐》가 있으니, 16세기 영문학에서 형이상학 시 돌풍을 주도한 존 던 John Dunne의 설교에서 따온 저 제목 영어 원제는 《For Whom the Bell Tolls》라, 저 옮김이 꼭 오역이라 할 순 없지만 그냥 종이 아니라 이 경우는 조종弔鐘이라 했어야 한다. 그 벨은 사람이 죽어 추념할 때 울리는 종인 까닭이다. to toll이라는 동사가 그런 뜻이다. 저리 옮겨 놓으면 학.. 2022. 12. 4.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vs. 《Extraordinary Attorney Woo》 vs. 《非常律師禹英禑》 맨 뒤 비상율사 우영우는 나는 몰랐는데, 외우 이정우 선생이 중국에 저런 제목으로 소개됐단다. 글자 그대로는 비상非常한 재능을 갖춘 율사律師, 곧 변호사인 우영우禹英禑라는 뜻이다. 원전이 한국어이며 한국에서 한국어로 방영되는 이 드라마 제목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인데, 저 셋을 비교하면, 이제 반환점을 돈 16부작 이 드라마가 말하는 '이상한'은 조금 이상하며, 그보다는 영어 Extraordinary 혹은 비상非常 이라는 표현이 훨씬 본래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맥락에 가깝다고 나는 본다. 작가가 일부러 의식했겠지만, 이상한 이라는 말은 다분히 중의적이다. 이상異常이란 평범 혹은 상식과는 다르다는 뜻이니, 이 경우 부정의 의미와 긍정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다만 한국어에서 이상이라는 말은 전자에 .. 2022. 7. 27. 《퇴고필지推稿必知》, 한문고전의 번역 지침서 고전번역지원협력사업 고전번역지원협력사업 support.itkc.or.kr 아무리 문리가 뛰어나도 한문을 번역할 때 갖은 실수를 하게 된다. 특히 용어나 관직 체계, 지명, 전거에서 엉뚱한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만든 《퇴고필지推稿必知》라는 책이 참조가 된다. 이 책을 기획한 정영미 선생과 증보판까지 낸 이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이루지 못했다. 참고로 제목은 내가 지었다. 2022. 7. 24.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