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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20

번역의 고통, 음악 용어의 경우 번역을 할 때 누구나 소심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나는 음악에 관한 부분이 나오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쩔쩔맨다. 금성옥진(金聲玉振)이라는 상투적인 말도 '쇠북'이라는 게 뭔지 막막하다. 번역을 할 때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독자에게 바른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그나마 금성옥진에 대한 설명으로는 비교적 많이 이해한 부분이다. 《주자어류》 권58 〈맹자 8〉에 선생이 우연히 율려에 대해 언급하였다. 주희: 관(管)에는 길고 짧음이 있다면 소리에는 맑고 탁함이 있다. 황종은 가장 길어서 소리가 가장 탁하고, 응종은 가장 짧으니 소리가 가장 맑다. 시거: 황종은 본래 궁음이지만 《주례》에서 천신(天神) 인귀(人鬼) 지시(地示)에게 제사지낼 때는 그 음악을 혹은 황종으로 궁을 삼거나 혹 임종으로 궁을 삼.. 2020. 12. 22.
번역 역주는 찬撰이다 撰이라는 말이 흔히 통용하기를 편찬, 창작에 가깝지만 중국에서는 고래로 자기 작품이 아닌 남의 작품을 편집하는 일도 이 말로 표현하곤 했으니, 이런 전통이 지금도 남아있다. 한데 이 말이 대체로 순수한 창작물을 선호해서 사용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 위진남북조 양나라 태자 소통이 자기집을 드나드는 문사들과 함께 묶은 시문 엔쏠로지인 문선文選을 보면 판본에 따라 소통 撰이라 적은 일이 많거니와 이 대목에 고래로 문선 주석서가 옛날에는 순수 창작이 아닌 자료 편집 정리에도 찬 이라는 말을 썼다는 언급이 보이는 점이 그 한 증거다. 우리 지식인 사회에선 역주나 번역 같은 데다가 저런 식으로 그런 결과물을 찬이라 표현하는 일은 드물다. 나는 이것이 번역 역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아직은 낮은 평가와 연결.. 2020. 11. 9.
龍과 dragon 누차 지적했듯이 용을 드래곤, 드래곤을 용으로 번역해서는 안된다는 단적이 보기다. 물론 안다. 관습이 굳어져 이젠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쯤은. 동아시아 룡은 水를 관장하는 귀신이다. 반면 양코베기 드래곤은 사악함의 대명사이면서 불을 뿜는다. 이 드래곤은 서양에서 퇴치 대상인 이유다. 물론 동아샤에서 일부 용도 나쁜 짓을 한다 해서 퇴치 대상이 되기도 하나, 압도적인 의미는 善神이다. 경복궁에서 출토한 조선후기 용 그림, 그리고 용 글자 도안 水자는 용이 물을 관장하는 신이기에 화재 방지라는 염원을 담았다. 양놈 드래곤 같으면 저래 할 수 있겠는가? 베오울프 봐라. 나쁜 드래곤은 때려죽어야 한다. 성서에서도 두세번 드래곤이 나오는데 나뿐 놈이다. 이거 누군가는 총대 메고 혁명해야 한다. 번역.. 2020. 10. 16.
생소한 작품의 번역, 특히 해제에 대하여 외국 작품을 소개할 적에 항용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가 해제를 어느 부분에 어느 만큼 하느냐가 관건으로 대두한다. 책머리에 너무 자세한 내용을 깊이 있게 실으면 독자가 진을 빼기 마련이다. 그리고 해당 텍스트가 어느 정도 국내 독서계에 익숙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논어》 《맹자》를 번역하면서 서두에 해제를 잔뜩 붙일 필요는 없다. 이 《샤나메》는 보니 페르시아 중세 문학인가 보다. 그러고 이 작품 이름조차 들어본 사람도 거의 없으리라..내가 그런데 당신들은 오죽하겠는가? 한데 이 역본은 이런 생소한 작품을 목차에서 보듯이 느닷없이 본문으로 직행한다. 이 방식 좋지 않다. 이런 생소한 작품은 책머리에 해당 작품을 아주 간단히 소개하는 글을 한두 페이지 분량으로 소개함으로써 생소함을 없앤 다음, 본문으로 들.. 2020. 9. 15.
일본 구미 책만 열라 번역하는 한국지식인사회 August 16, 2014 게재 글을 주축으로 그에다가 덧붙인다. 주로 내가 관심 있는 역사학과 고고학 미술사학 건축학을 중심으로 얘기하지만, 여타 다른 분야 학문세계도 하등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일본 친구들이 우리 학계에서 나온 책 일본어로 번역해 내는 일 거의 없다. 그나마 좀 있는 것들도 거개 그 번역 내력을 보면 자비 번역이다. 다시 말해 일본 학계에서 일본학계에 필요하다 해서 번역하는 책이 없다! 그 무대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옮겨가면 더 하다. 반면, 일본이나 구미학계 책들로 저들 분야에서 한국어 번역물은 무지막지하게 많다. 얼마나? 졸라 많다. 얼마나 졸라?열라 많다. 그네들 고유 영역은 물론이고 이른바 한국학 분야라 해서 예외가 아니어서, 외국 학계가 내놓은 한국학 웬만한 책은 거의 다 .. 2019. 8. 16.
撰, 역주나 번역은 저술이요 창작이다 '撰(찬)'이라는 말은 편찬한다, 저술하다는 뜻이다. 동한東漢시대 문자학도 허신(許慎)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이 글자를 수록하면서 풀기를 "오로지 가르치는 것이다. 말씀[言]이 뜻이고, 巽이 소리인 형성자다[專教也. 从言巽聲]"라고 했거니와, 이를 통해 허신 시대에 통용한 이 글자 일반적인 의미가 교수敎授에 있었음을 본다. 글을 쓰거나 짓는 일을 흔히 '撰述(찬술)'이라 하거니와, 이 합성어다가 등장한 시점은 정확히 추적하기는 힘드나, 아주 오래된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우리한테 통용하는 관념에 의하면, 撰은 문학작품으로 볼지면 이른바 순수창작을 말한다. 하지만 전통시대 撰이라는 말이 고래로 자기 작품이 아닌 남의 작품을 편집하거나, 혹은 그것을 주석注釋하거나, 나아가 현대어 혹은 다른 문화권 말로 번.. 201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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