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분榮墳, 출세는 조상 음덕
요새 사가정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양반 조선전기 문한文翰의 대명사와 같아 무지막지한 글을 남겼고, 또 조선전기 그 화려한 문물정비에 관여하지 않은 데가 없다. 그 자신은 시에 미친 사람으로 표현하곤 했으니, 그 문집 역시 방대하기 짝이 없다. 이 사가정은 세종이 다음 세대를 대비하고 키운 이른바 집현전 학사 출신이지만, 이 집현전 그룹이 계유정난을 고비로 생사가 갈라졌으니, 사가정은 그가 남긴 글도 그렇고, 실제 행적도 그러해서 물타기 전형이라, 그 자신 성삼문이나 박팽년만큼 비분강개형도 아니고, 그렇다 해서 그 반대편에 서서 정난을 주도할 만한 배짱도 없는 천상 서생 그것이라 막상 계유정난이 났을 때는 대세에 편승해 훈작도 받고 해서 무난한 삶을 살았고, 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대적으로 정치..
202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