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道峯山) 영국사(靈國寺)에서 [道峯山靈國寺]
서거정徐居正(1420~1488), 《사가시집四佳詩集》 제5권 시류詩類
산 아래다 어느 해에 불찰을 열었던고 / 山下何年佛刹開
길손이 와서 온종일 배회할 만하구려 / 客來終日足徘徊
창을 여니 구름 기운은 처마를 밀쳐 들오고 / 開窓雲氣排簷入
베개 베니 시내 소리는 땅을 말아서 오누나 / 欹枕溪聲捲地來
층층의 옛 탑은 부질없이 하얗게 서 있고 / 古塔有層空白立
글자 없는 조각난 비는 풀에 반쯤 묻혔네 / 斷碑無字半靑堆
내 여생엔 인간의 일을 모조리 버리고 / 殘年盡棄人間事
향산에 결사하여 돌아가지 않으련다 / 結社香山擬不回
[주-D001] 향산(香山)에 …… 않으련다 : 백거이(白居易)가 일찍이 형부 상서(刑部尙書)로 치사(致仕)하고 나서 향산의 스님 여만(如滿)과 함께 향화사(香火社)를 결성하고는 승속(僧俗)이 서로 종유하면서 향산거사(香山居士)라 자칭했던 데서 온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4
***
사가정이 말하는 도봉산 영국사는 현재 터만 남았다. 영국사라는 절은 없어지고 조선중기 율곡 시대에는 이미 그 자리에 조광조를 기리는 도봉서원이 섰으며, 그 창건 기문은 율곡이 썼으니, 그 전문은 이미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도봉서원기로 보는 창건기 도봉서원 레이아웃
사가정 저 증언은 도봉서원이 서기 전 그 자리를 차지한 영국사에 대한 증언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층층 옛 탑은 부질없이 하얗게 서 있고[古塔有層空白立]"는 논급은 화강암으로 만든 석탑을 말하는 듯하다. 혹 모르겠다. 원나라 영향을 받았다면 대리석 탑일지도.
나아가 "글자 없는 조각난 비는 풀에 반쯤 묻혔네[斷碑無字半靑堆]"는 이 사찰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어느 고승 비문일 텐데, 그것이 이미 그 시대에 조각이 났으며, 글자가 없다 했다.
이 비석이 틀림없이 아래에서 말하는 혜거국사비일 것이다. 그 탑비가 이미 저 상태인 것으로 보아 저 시대 영국사는 이미 전성시대를 지나 쇠락기에 접어들지 아니했나 상상해 본다.
도봉산 혜거국사 흔적을 찾아
'역사문화 이모저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성환의 AllaboutEgypt] 이집트어로 이 단어는?(24) 이집트 토끼 - 레푸스 아이귑티아카 (0) | 2023.01.02 |
---|---|
영분榮墳, 출세는 조상 음덕 (0) | 2023.01.02 |
사가정 서거정이 증언하는 원주 흥법사 진공대사 탑비 (1) | 2023.01.01 |
구리, 제련도 하지 못하고 채굴도 못한 조선왕조 (0) | 2023.01.01 |
[유성환의 AllaboutEgypt] 이집트어로 이 단어는?(23) 1년의 마지막 날들 에파고메네스 윤일 (0) | 2022.12.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