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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60

푸른 하늘 끝을 묻는데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 한시, 계절의 노래(323) 봄날 절구 여섯 수[春日六絶句] 중 둘째 [송(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봄날 취함은술과 관계 없고 교외 거닐며길도 묻지 않네 푸른 하늘은어디서 끝날까 하얀 새가허공으로 사라지네 春醉非關酒, 郊行不問塗. 靑天何處了, 白鳥入空無. 어린 시절 연을 날릴 때 바람이 좀 세게 불면 자주 연줄이 끊기곤 했다. 줄이 끊긴 연은 너풀너풀 땅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더러는 푸른 하늘 저편으로 가뭇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얀 점이 되어 사라지는 연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게 저 산 너머에 내가 꼭 가야만 할 어떤 곳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저 산 저 멀리 저 언덕에는/ 무슨 꽃잎이 피어있을까/ 달이 뜨며는 해가 지며는 꽃은 외로워 .. 2019. 4. 29.
저 개시끼 좀 어케 해봐요 野有死麕(야유사균) : 저 들판에 죽은 노루 白茅包之(백모포지) : 흰 띠풀로 싸네 有女懷春(유여회춘) : 저 아가씨 바람나니 吉士誘之(길사유지) : 멋진 총각 유혹하네 林有樸樕(임유박속) : 저 숲속엔 떡갈나무野有死鹿(야유사록) : 저 들판엔 죽은 사슴白茅純束(백모순속) : 흰 띠풀로 묶어주네有女如玉(유여여옥) : 저 아가씨 옥과 같네 舒而脫脫兮(서이탈탈혜) : 아아 죽을 것만 같아요無感我帨兮(무감아세혜) : 제 앞치만 만지지 마세요無使尨也吠(무사방야폐) : 저 개 좀 짓게않게 해봐요 《시경詩經·소남召南》 편이 채록한 민요 중 하나다. 죽은 노루 죽은 사슴은 아마도 이 처녀 유혹하는 남자가 사냥해서 잡은 것이 아닌가 한다. 봄이 와서 씩스팩을 자랑하는 헌걸찬 사내놈이 마침 춘정을 이기지 못한 아가씨를 .. 2019. 4. 25.
떨어져 진흙되어 화초 보듬는 꽃잎처럼 한시, 계절의 노래(322) 기해잡시(己亥雜詩) 다섯째(其五) [청(淸)] 공자진(龔自珍, 1792~1841) / 김영문 選譯評 가없는 우수 속에태양은 기우는데 시인의 채찍 동쪽 가리키니거기가 바로 하늘 끝 붉게 진 꽃잎도무정하지 않을지니 봄날 진흙 되어다시 화초 보듬는다 浩蕩離愁白日斜, 吟鞭東指卽天涯. 落紅不是無情物, 化作春泥更護花. 이 시 한 수가 있음으로써 중국 근대의 모든 시는 빛을 잃는다. 실로 중국 오천 년 고대사를 마감하고 근현대사의 시작을 알린 시다. 나는 석사논문을 쓰면서 공자진의 『공정암전집유편(龔定盦全集類編)』을 읽다가 이 시를 처음 접했다. 소름이 돋았다. 침몰과 생성, 사망과 부활, 역사와 개인의 모든 이치가 이 작은 칠언절구에 구현되어 있었다. 먼저 침중하게 떨어지는 석양은 아편.. 2019. 4. 25.
오므린 파초 이파리 같은 마음 한시, 계절의 노래(321) 대신 써주다 두 수[代赠二首] 중 첫째 [당(唐)] 이상은(李商隱, 812~858) / 김영문 選譯評 누각 위에서 황혼 무렵바라보려다 그만 둠은 옥 계단 끊어진데다고리 같은 달 때문 파초는 잎 못 펴고라일락은 꽃잎 맺혀 함께 봄바람 향해서각자 수심에 젖네 楼上黄昏欲望休, 玉梯横绝月如钩. 芭蕉不展丁香结, 同向春风各自愁.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현제명, 「그 집 앞」) 사랑은 보고픈 마음이다. 포근한 봄날 저녁 파초는 새 순을 뽑아 올리고 라일락은 진한 향기를 발산한다. 임 그리는 마음 참을 수 없어 ‘그 집 앞’을 서성이지만 오히려 임의 눈에 띌까 부끄러워 다시 발걸.. 2019. 4. 22.
서울에서 만난 그대, 꽃지는 계절에 강남에서 재회하고 한시, 계절의 노래(320)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江南逢李龜年]  [唐] 두보(杜甫, 712~770) / 김영문 選譯評  기왕의 저택에서평소에 자주 봤고 최구의 집에서노래 몇 번 들었던가 때 마침 강남 땅에풍경이 찬란한데 꽃 지는 시절에또 그대를 만났구려  岐王宅裏尋常見, 崔九堂前幾度聞. 正是江南好風景, 落花時節又逢君.   이구년(李龜年)은 당 현종(玄宗) 때 활약한 연예계 스타. 작곡, 연주, 노래에 모두 뛰어났다. 당시에 악성(樂聖)으로 불렸으니 지금 가왕(歌王)으로 불리는 조용필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렸다고 할만하다. 그의 명성은 궁궐에까지 알려져 당 현종이 불러서 총애했으며, 현종의 아우 기왕(岐王) 이범(李範)도 자주 그를 불러 노래를 들었다. 최구(崔九)는 최척(崔滌)이다. 중국에서는 흔히 형.. 2019. 4. 19.
소 풀고 밭뙤기 그늘에서 먹는 새참 한시, 계절의 노래(319) 봄날 즉흥시 다섯 수[春日卽事五首] 중 다섯째 [송(宋)] 서방좌(舒邦佐, 1137~1214) / 김영문 選譯評 곡우엔 못자리 총총누에는 두 잠 자니 뽕 따는 아가씨들그네뛰기도 그만 뒀네 앞마을에 찾아오는상춘객도 드문 시절 짙은 그늘에 소 풀어 놓고밭에서 새참 먹네 穀雨催秧蠶再眠, 采桑女伴罷鞦韆. 前村亦少遊人到, 牛歇濃陰人餉田. 곡우는 곡식을 살찌우는 비다. 입춘에서 시작한 24절기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대개 4월 20일 전후다. 실제로 농촌에서는 곡우에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준비한다. 본격적인 농사철로 들어선다. 옛날에는 양잠도 매우 중요한 농사의 하나였다. 누에를 쳐서 고치를 생산하고 고치에서 실을 뽑아 옷을 만들어 입었다. 누에는 고치를 짓기까지 모두 네 잠을 잔다... 2019.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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