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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3

살구꽃비에 옷깃은 촉촉히 젖어들고 한시, 계절의 노래(1) 절구(絶句) [宋] 승지남(僧志南) / 김영문 選譯評 늙은 나무 그늘 속에다북쑥 싹 짧게 돋아 지팡이에 몸 기대고다리 동쪽으로 건너가네 살구꽃비에 내 옷이촉촉하게 젖어드는데 얼굴 스치는 버들 바람도차갑지 않구나 古木陰中系短篷, 杖藜扶我過橋東. 沾衣欲濕杏花雨, 吹面不寒楊柳風. 절기가 청명에 이르면서 꽃샘추위도 한 풀 꺾였다. 얼굴에 스쳐오는 바람에 훈기(薰氣)가 느껴진다. 완연한 봄바람이다. 그 봄바람에 ‘행화우(杏花雨)’ 즉 ‘살구꽃비’가 쏟아진다. 가랑비나 보슬비에만 옷이 젖는 것이 아니다. 살구꽃비에도 봄옷이 촉촉하게 젖는다. 옷을 적시는 물질은 습기가 아니라 향기다. 그러므로 향기로 옷을 적시는 비는 세우(細雨)나 미우(微雨)가 아니라 향우(香雨)다. ‘살구꽃비(杏花雨)’는.. 2019. 4. 6.
주막을 물었더니 살구꽃 마을을 한시, 계절의 노래(311) 청명(淸明) [唐] 두목(杜牧, 803 ~ 852) /김영문 選譯評 청명절 부슬부슬봄비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마음 찢기네 여보게 주막은어디 있는가 목동 멀리 가리키네살구꽃 마을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우리는 요즘 추석에 성묘하는 것이 이미 풍속이 되었다. 옛날에는 한식(寒食)에 성묘하고 산소에 가토(加土)를 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 선조들의 무덤이 무탈한지 살폈다. 산소의 흙이 무너진 곳에는 새로 흙을 덮어주고 잔디가 죽은 곳에는 새로 잔디를 심었다. 한식과 청명은 대개 하루 차이인데 이 무렵에는 땅의 생기가 가장 왕성하여 부지깽이를 꽂아둬도 싹이 난다고 할 정도다. 중국에서도 옛날에는 ‘청명소묘(淸明掃墓)’라는 말을 자연스럽.. 2019. 4. 6.
뇌염 걸렸다는 가짜뉴스에 대한 루쉰의 반응 한시, 계절의 노래(310) 내가 뇌염에 걸렸다는 보도를 접하고 장난삼아 짓다[報載患腦炎戱作] [現代] 루쉰(魯迅, 1881~1936) / 김영문 選譯評 치뜬 눈길로 어떻게고운 눈길 빼앗겠나 그런데 뜻밖에도여인들 마음 어겼다니 나에 대한 저주를이젠 수법 달리해도 여전히 얼음 같은나의 머리만 못하리라 橫眉豈奪蛾眉冶, 不料仍違衆女心. 詛呪而今翻異樣, 無如臣惱故如氷. 1934년 중국 톈진(天津) 『대공보(大公報)』 「문화정보(文化情報)」 코너에 루쉰이 심한 뇌염에 걸려 10년 동안 두뇌활동을 할 수 없다는 가짜뉴스가 실렸다. 당시 중국에도 얼토당토않은 가짜뉴스가 횡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루쉰은 당시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베이징에 계신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에 그는 베이징 미명사.. 2019. 4. 5.
버들피리 불다보니 어느새 청명이라 한시, 계절의 노래(309) 청명 날 우연히 쓰다[淸明日偶述] [明] 소담(蘇澹) / 김영문 選譯評 배꽃은 적적한데제비는 펄펄 날고 작약 울과 난초 밭둑에여린 잎 돋아나네 곳곳에서 아이들은버들피리 불면서 봄놀이 지속하며청명 날에 이르렀네 梨花寂寂燕飄零, 藥檻蘭畦嫩葉生. 處處兒童吹柳笛, 扶持春事到清明. 어릴 때 우리 시골에서는 버들피리를 ‘홀때기’라고 했다. 3월 말이나 4월 초쯤 거랑가(강변)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면 낫으로 알맞은 줄기를 잘라 껍질을 통째로 비틀어 벗겨냈다. 그것을 홀때기 뺀다고 했고, 그렇게 뺀 홀때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쪽 끝 겉껍질을 1cm 정도 얇게 벗겨내고 그 부분을 입으로 불면 소리가 났다. 또 하나의 제작법은 벗겨낸 홀때기 중앙 윗 부위에 네모나게 구멍을 뚫은 후 그 부분.. 2019. 4. 5.
누굴 위해 피운지도 모르는 복사꽃 한시, 계절의 노래(308) 하규 마을 남쪽 복사꽃[下邽莊南桃花] [唐] 백거이(白居易, 772~846) 촌 남쪽에 끝도 없이복사꽃 피어 다정한 나만혼자서 왔네 저녁 바람에 붉은 꽃잎땅 가득 해도 누굴 위해 피는지아무도 몰라 村南無限桃花發, 唯我多情獨自來. 日暮風吹紅滿地, 無人解惜爲誰開.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백거이는 중당 문단을 장식한 대문호다. 시마(詩魔) 또는 시왕(詩王)이라 불릴 정도였으니 당시에 그의 명성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는 특히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시를 쉽게 썼는데, 이는 그의 신악부(新樂府)뿐 아니라 모든 시에서 드러나는 경향이다. 이 때문에 북송 문호 소식(蘇軾)은 “원진은 경박하고 백거이는 속되다(元輕白俗)”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런 소식도 만년으로 갈수록 백거이 시와 .. 2019. 4. 3.
살구꽃 만발한데, 친구는 사라지고 한시, 계절의 노래(307) 고향 살구꽃[故鄕杏花] [唐] 사공도(司空圖, 837~908) / 김영문 選譯評 꽃에 부치고 술에 부쳐새로 핀 꽃 기뻐하려 왼손에는 꽃가지 잡고오른손엔 술잔 잡네 묻노니 꽃가지여그리고 술잔이여 옛 사람들 어찌하여함께 오지 않았는가 寄花寄酒喜新開, 左把花枝右把杯. 欲問花枝與杯酒, 故人何得不同來.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이다. 『주역』 64괘의 배열도 기본적으로 도전괘(倒顚卦)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지천태(地天泰) 다음에는 그것을 뒤집는 천지비(天地否)가 오고, 수화기제(水火旣濟) 다음에는 그것을 뒤집는 화수미제(火水未濟)가 온다. 말하자면 천지만물이나 세상만사의 이치가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이 피고 지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 2019.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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