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漢詩 & 漢文&漢文法560 꽃놀이 끝난 마을 북쪽엔 꾀꼬리가 한시, 계절의 노래(318) 늦봄 꾀꼬리 소리를 듣다[春晚聞鶯] [宋] 장간(張侃) / 김영문 選譯評 마을 남쪽 북쪽에꽃놀이도 드문 시절 저녁 바람 비를 날려가지 가득 녹음이네 남몰래 봄빛과함께 도는 저 꾀꼬리 시인이 섬세하게시를 짓는 모습 같네. 村北村南花事稀, 晚風吹雨綠盈枝. 黃鸝暗與春光轉, 似怕騷人細作詩. 봄이 짙어지면 봄놀이는 눈과 코에서 귀로 옮아간다. 매화, 살구꽃(杏花), 복사꽃(桃花), 오얏꽃(李花), 배꽃(梨花) 등등 화사한 봄꽃은 지고 녹음이 드리운다. 꾀꼬리를 비롯한 온갖 새들이 녹음 속에서 지저귄다. 꾀꼬리가 지저귀는 소리를 흔히 “꾀꼴꾀꼴”이라고 형용한다. 나는 어린 시절 고향 탑밭 소나무숲에서 꾀꼬리 소리를 처음 듣고 “꾀꼴꾀꼴”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의성어인줄 깨달았다. 꾀꼬리 .. 2019. 4. 18. 밤을 답사하다 보면 비녀도 떨어뜨리기 마련 한시, 계절의 노래(317) 답가 가사 네 수[踏歌詞四首] 중 셋째 [唐] 유우석(劉禹錫, 772~842) / 김영문 選譯評 새 가사 감미롭게서로 이어 화답하며 바람 이슬 앞 소매 떨치고쪽머리 기울이네 달 지고 까마귀 울 때운우 끝나 흩어지자 노는 아이 밭둑에서꽃비녀를 주웠네 新詞宛轉遞相傳, 振袖傾鬟風露前. 月落烏啼雲雨散, 遊童陌上拾花鈿. “얼음 우에 댓닢 자리 보아/ 님과 내가 얼어 주글망정/ 정준 오늘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고려가요, 「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 ‘얼다’라는 말은 어떤 물체가 추워서 어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남녀가 육체적으로 한 몸이 되는 것도 가리킨다. 한 겨울 얼음 위에서 한 몸이 되어 얼어 죽더라도 정든 님과 함께 하는 이 밤이 더디 새도록 기원하고 있다. 뜨거움에 애.. 2019. 4. 13. 꾀꼬리 울음이 하늘 끝 꽃을 적셔주리 한시, 계절의 노래(316) 하늘 끝[天涯] [唐] 이상은(李商隱, 812~858) / 김영문 選譯評 봄날하늘 끝에 있으니 하늘 끝에해가 또 지네 꾀꼬리 울음에눈물 있다면 가장 높은 곳 꽃을적셔주리라 春日在天涯, 天涯日又斜. 鶯啼如有淚, 爲濕最高花. 하늘 끝은 더 이상 갈 데 없는 막다른 곳이다. 그 앞은 단애(斷崖), 즉 절벽이다. 그곳으로 봄날 태양이 진다. 나아갈 곳이 없는 자리다. 그곳은 부여 낙화암이며, 굴원의 멱라수이며, 「와호장룡」의 무당산 절벽이다. 시인 이상은에게는 곧 닥쳐올 당나라 망국의 자리이자 인생의 끝자리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봄날 황혼녘 꾀꼬리가 운다. 꾀꼬리는 눈물도 없이 가슴을 찢으며 운다. 백석의 명편 「흰 바람벽이 있어」도 이 시와 같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 2019. 4. 12. 산사에서 찾은 떠난 봄 한시, 계절의 노래(315) 대림사 복사꽃[大林寺桃花] [唐] 백거이(白居易, 772~846) / 김영문 選譯評 인간세상 사월이라향기로운 꽃 다 졌는데 산속 절집 복사꽃비로소 활짝 폈네 봄 떠난 후 찾지 못해길이길이 아쉽더니 이곳 산사 속으로돌아든 줄 몰랐다네 人間四月芳菲盡, 山寺桃花始盛開. 長恨春歸無覓處, 不知轉入此中來. 대림사는 중국 여산(廬山) 정상 근처에 있는 유명한 절이다. 백거이는 원화(元和) 12년(817년) 음력 4월에 친한 벗 17명과 함께 대림사를 유람했다. 때는 음력 4월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양력 5월에 해당한다. 세속 평지에는 짧은 봄날이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초여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으리라. 그런데 뜻밖에도 높은 산 절집에 화사한 복사꽃이 활짝 펴 있었다. 예상치 .. 2019. 4. 11. 늙음과 시절 탄식해봐야 한시, 계절의 노래(314) 난정기(蘭亭記) [宋] 왕백(王柏) / 김영문 選譯評 풍류 인물 성대한 모임난정에 잦았지만 각석 글자 분분해도어찌 진본 글씨 있으랴 늙음과 시절 탄식사모할 게 무엇이랴 천 년 동안 어느 누가기수 성인 기억했나 風流盛集數蘭亭, 刻石紛紛豈有眞. 嗟老感時何足慕, 千年誰記浴沂人. 동진(東晉) 왕희지(王羲之)는 영화(永和) 9년(353년) 삼월 삼일 벗, 친척 등 40여 명의 사람들과 회계(會稽) 난정(蘭亭)에서 봄모임을 가졌다. 술을 마시고 시를 지으며 화창한 봄날을 한껏 즐겼다. 그 풍경을 「삼월삼일난정시서(三月三日蘭亭詩序)」에 기록해놓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늦봄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봄바람을 쐰 후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공자와 제자들의 봄나들이가 난정 모.. 2019. 4. 10. 봄비 내린 빈뜰에 다투어 돋는 풀 한시, 계절의 노래(313) 봄비 내린 후[春雨後] [唐] 맹교(孟郊, 751~814) / 김영문 選譯評 어제 밤 잠깐 사이내린 가랑비 하늘이 만물을살리려는 뜻 무엇이 가장 먼저알아차렸나 빈 뜰에 풀 새싹다투어 돋네 昨夜一霎雨, 天意蘇群物. 何物最先知, 虛庭草爭出. 가수 정태춘은 “봄은 오고 지랄이야”라고 노래했다.(「섬진강 박 시인」) 청춘을 지나 중년에 접어든 사람의 시니컬한 반응이다. 세월이 중년으로 들어서서 노년을 향해 치달려 가면 어린 시절의 감성과 열정이 시들어 새봄도 데면데면한 느낌으로 맞기 쉽다. 게다가 먹고살기에 바빠 꽃놀이 할 마음이나 시간조차 나지 않는 경우엔 저절로 “봄은 오고 지랄이야”라는 욕지거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봄비가 오고 새싹이 돋는 게 내 목구멍 풀칠과 무슨 상관이란 말.. 2019. 4. 10.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9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