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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3

매화 피지 않으니 시상 없어 부질없이 작년 봄만 추억하네 한시, 계절의 노래(253) 매화를 찾아[探梅] [宋] 석원조(釋元肇) / 김영문 選譯評 빙설이 시 재촉해몸조차 여위도록 산 뒤와 산 앞을몇 번이나 돌았던가 나뭇가지 끝에서봄소식 못 만나서 부질없이 난간에 기대작년을 추억하네 氷雪催詩瘦入肩, 幾回山後又山前. 枝頭不見春消息, 空倚闌干憶去年. 남녘에서 매화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지는지라 오늘 나도 집 근처 매화나무 인근을 맴돌았다. 옛 사람들의 탐매(探梅) 활동을 흉내낸 것이나 아직 이곳의 매화는 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시를 쓴 송나라 원조(元肇) 스님은 빙설이 시를 재촉해 봄소식을 찾아 나섰다고 했다. 빙설은 왜 시를 재촉했을까? 바로 빙설 속에 핀 매화를 읊도록 재촉했음이다. 몸조차 야윌 정도라고 했으니 빙설에 덮인 매화를 보려고 이 스님이 얼마나 .. 2019. 1. 25.
주렴 걷자 떠오른 달에 절하는 마음 한시, 계절의 노래(252) 새로 뜬 달에 절하다(拜新月) [唐] 이단(李端) / 김영문 選譯評 주렴 걷자새로 뜬 달 보여 얼른 계단 내려가절 한다 낮은 소리라남은 듣지 못하고 북풍만치마끈 날린다 開簾見新月, 便卽下階拜. 細語人不聞, 北風吹裙帶. 어제는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음력 무술년(戊戌年) 섣달 기망(旣望: 음력 16일)이라 일년 중 가장 큰 달이 떴다. 많은 사람들이 둥근 달을 보며 각자의 소원을 빌었으리라. 이 시가 중국 당나라 때 지어졌으므로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풍습이 매우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인 이단(李端)은 남성이지만 시 속 화자는 그 형상으로 보아 여성인 듯하다. 달을 보고 절을 하며 수줍게 소원을 비는 여성을 시인이 훔쳐보고 쓴 시가 분명하다. 북풍이 불고 있으.. 2019. 1. 24.
소리 없는 곳에서 듣는 우레소리 한시, 계절의 노래(251) 무제(無題) [現代中國] 루쉰(魯迅) / 김영문 選譯評 온 사람들 검은 얼굴로쑥덤불에 묻혀 사니 어찌 감히 슬픈 노래로대지를 흔들 수 있나 마음은 드넓게광활한 우주와 이어져 소리 없는 곳에서우레 소리 듣는다 萬家墨面沒蒿萊, 敢有歌吟動地哀. 心事浩茫連廣宇, 於無聲處聽驚雷. 루쉰의 첫 번째 필명은 알검생(戛劍生)이다. 창과 칼을 든 투사라는 의미다. 만청(晩淸) 지식인들의 상무정신과 한족 중심주의를 잘 보여주는 필명이다. 안으로 만주족 조정의 부패와 밖으로 제국주의의 침략에 직면한 중국 한족 지식인들은 양무운동, 변법유신운동, 혁명운동을 통해 오랑캐 만주족 황실을 타도하고 한족 중심의 새로운 정부를 건립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웨이위안(魏源), 궁쯔전(龔自珍), 캉유웨이(康有爲).. 2019. 1. 23.
매화, 오백년간 보고 싶은 님 한시, 계절의 노래(250) 유후촌 『매화백영』 시에 화답하다[和劉後村梅花百詠] 75번째 [宋] 방몽중(方蒙仲) / 김영문 選譯評 옛 친구들 스러지고새 친구 드물지만 오로지 매화만곳곳에서 의연하네 흰 머리 자라서삼천 길 될 때까지 고매한 꽃 오백 년 간싫도록 보고 싶네 舊友凋零新友少, 惟梅到處只依然. 願言白髮三千丈, 飽看高花五百年. 매화는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고하게 일찍 피는 품성 때문에 지사(志士)의 고결한 절개를 상징한다. 남북조시대부터 눈속 매화를 읊은 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수당(隋唐) 이후에는 더욱 많은 시인들이 매화의 깨끗하고 곧은 기상을 노래했다. 또 송대 이후로는 ‘사군자’를 읊거나 그리는 문인들이 늘어나면서 ‘매화백영(梅花百詠)’이란 제목을 걸고 시를 짓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적.. 2019. 1. 22.
눈보라 속 밤을 뚫고 돌아오는 그는? 한시, 계절의 노래(249) 눈을 만나 부용산 주인 댁에 묵다[逢雪宿芙蓉山主人] [唐] 유장경(劉長卿) / 김영문 選譯評 해 저물어 푸른 산아득해지고 날 추우니 휑한 초가가난하구나 삽짝에서 개 짓는 소리들려오나니 눈보라 속 밤에 누가돌아오누나 日暮蒼山遠, 天寒白屋貧. 柴門聞犬吠, 風雪夜歸人. 한 편의 시는 하나의 세계다. 각각의 시어는 모두 그 세계를 빈틈없이 짜맞추며 완전한 구조를 이룬다. 겨우 20자로 이루어진 이 오언절구도 모든 시어가 제자리에서 제각기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며 눈오는 밤 가난한 시골집에 묵어가는 나그네의 심사를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춥고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박하지 않은 인정과 또 그런 사람들의 일상에 공감하는 시인의 마음이 시 전체 행간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 2019. 1. 21.
바람이 실어오는 낙화, 백설이 빚은 풍경 한시, 계절의 노래(248) 백설곡 열 수(白雪曲十首) 중 첫째 [明] 하경명(何景明) / 김영문 選譯評 고운 임 아침에설경 즐기러 술상 차려 높은 누대자리 잡았네 중춘의 달밤인가의심하는데 바람은 낙화까지보내오누나 美人朝玩雪, 置酒臨高臺. 秪疑仲春月, 風送落花來. 봄을 기다리는 심정을 요란하지 않게 드러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었고 아직도 펄펄 눈발이 날린다. 고운임은 새하얀 눈 세상을 즐기려고 높은 누대에 술상을 차려 백옥 같은 설경을 바라본다. 천지는 온통 옥빛으로 가득하다. 때는 아침이지만 마치 봄이 무르익는 달밤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하얀 눈꽃이 매화인양 벚꽃인양 펄펄 날아와 술잔 속으로 스며든다. 이 정도면 겨울에 휘날리는 눈꽃이 아니라. 봄에 쏟아지는 꽃비라고 해.. 2019.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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