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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61

눈보라 속 밤을 뚫고 돌아오는 그는? 한시, 계절의 노래(249) 눈을 만나 부용산 주인 댁에 묵다[逢雪宿芙蓉山主人] [唐] 유장경(劉長卿) / 김영문 選譯評 해 저물어 푸른 산아득해지고 날 추우니 휑한 초가가난하구나 삽짝에서 개 짓는 소리들려오나니 눈보라 속 밤에 누가돌아오누나 日暮蒼山遠, 天寒白屋貧. 柴門聞犬吠, 風雪夜歸人. 한 편의 시는 하나의 세계다. 각각의 시어는 모두 그 세계를 빈틈없이 짜맞추며 완전한 구조를 이룬다. 겨우 20자로 이루어진 이 오언절구도 모든 시어가 제자리에서 제각기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며 눈오는 밤 가난한 시골집에 묵어가는 나그네의 심사를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춥고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박하지 않은 인정과 또 그런 사람들의 일상에 공감하는 시인의 마음이 시 전체 행간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 2019. 1. 21.
바람이 실어오는 낙화, 백설이 빚은 풍경 한시, 계절의 노래(248) 백설곡 열 수(白雪曲十首) 중 첫째 [明] 하경명(何景明) / 김영문 選譯評 고운 임 아침에설경 즐기러 술상 차려 높은 누대자리 잡았네 중춘의 달밤인가의심하는데 바람은 낙화까지보내오누나 美人朝玩雪, 置酒臨高臺. 秪疑仲春月, 風送落花來. 봄을 기다리는 심정을 요란하지 않게 드러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었고 아직도 펄펄 눈발이 날린다. 고운임은 새하얀 눈 세상을 즐기려고 높은 누대에 술상을 차려 백옥 같은 설경을 바라본다. 천지는 온통 옥빛으로 가득하다. 때는 아침이지만 마치 봄이 무르익는 달밤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하얀 눈꽃이 매화인양 벚꽃인양 펄펄 날아와 술잔 속으로 스며든다. 이 정도면 겨울에 휘날리는 눈꽃이 아니라. 봄에 쏟아지는 꽃비라고 해.. 2019. 1. 20.
병 많은 그대, 요새 몸은 어떠신가? 한시, 계절의 노래(247) 한준에게(寄韓樽) [唐] 잠삼(岑參) / 김영문 選譯評 그대 평소에병이 많았는데 헤어진 후 아직편지도 못 받았네 북방은 혹독하게추운 땅이거늘 몸은 지금어떠신가 夫子素多疾, 別來未得書. 北庭苦寒地, 體內今何如.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나그네」는 본래 조지훈의 「완화삼」에 대한 답시다. 조지훈이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라고 읊은 시를 「완화삼—목월에게」라는 제목을 달아 편지로 보내자, 박목월은 「나그네---지훈에게」라는 시를 지어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답시를 통해 우리나.. 2019. 1. 20.
[明] 이몽양(李夢陽) <황하 얼음[黃河氷]> 한시, 계절의 노래(246) 황하 얼음 두 수(黃河氷二首) 중 둘째 [明] 이몽양(李夢陽) / 김영문 選譯評 한 밤중 하얀 얼음망망한 곳에 바람 부니 모래만휘날아 오네 양원(梁園)에 온밤 내내눈이 내려서 마른 나무에 모두매화 피었네 夜氷白莽莽, 風來但飛沙. 梁園一夜雪, 枯樹皆梅花. 망망한 황하 얼음판은 끝없이 펼쳐지고, 그 위로 모래 섞인 겨울바람만 휘몰아친다. 모래 섞인 바람은 황사다. 중국에서는 풍사(風沙)라고 한다. 중국 서쪽과 북쪽 사막에서 불어온다. 그 서북풍을 타고 온밤 내내 눈이 내려 양원(梁園)을 뒤덮었다. 아침에 문을 여니 세상은 온통 매화가 핀 듯한 눈꽃 천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눈꽃은 메마른 인간 세상을 포근하게 감싼다. 춥고 황막한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건 하얀 눈이다. 이.. 2019. 1. 19.
향기는 그윽한데 매화는 보이지 않고 한시, 계절의 노래(245) 매화를 찾아 열 수(尋梅十首) 중 둘째 [宋] 서서(徐瑞) / 김영문 選譯評 시냇물 꽁꽁 얼고길은 멀리 뻗어있는데 눈송이 드문드문땅에 내려 녹고 있네 그윽한 향 스쳐 와도꽃을 찾지 못해서 마음대로 발길 따라외나무다리 건너보네 氷溪凍合路迢迢, 雪片疏疏着地消. 幽香襲人無覓處, 信步行過獨樹橋. 매화 향기를 암향(暗香) 또는 유향(幽香)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언뜻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그윽하게 스쳐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달밤에 비치는 성근 그림자(疏影)와 함께 전통적으로 매화를 수식하는 일상 어휘로 쓰인다. 대구에 살 때 금호강변으로 자주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한 번은 어디선가 그윽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 향기는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졌다가 다시 스치고, 스치.. 2019. 1. 18.
가위로 물 오려 만든 눈꽃 한시, 계절의 노래(244) 깜짝 눈[驚雪] [唐] 육창(陸暢) / 김영문 選譯評 이상하게 북풍이세게 부는데 앞마당은 달빛이환히 비친 듯 하늘 신선 어찌 이리솜씨 좋은지 물을 잘라 꽃 만들어펄펄 날리네 怪得北風急, 前庭如月輝, 天人寧許巧, 剪水作花飛. 가위로 물을 오려서 눈꽃을 만든다니...기발하고 아름다운 비유다. 영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이 금방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킴의 손녀는 “눈은 어디서 와요? 할머니!”라고 묻는다. 킴은 자신을 위해 가위손으로 눈을 만들어 날리던 젊은 시절의 연인 에드워드를 회고한다. 에드워드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옛 성에 살다가 킴의 어머니 펙의 인도로 마을로 내려 온다. 늙은 발명가에 의해 인조인간(AI)으로 탄생한 에드워드.. 2019.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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