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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6

가위로 물 오려 만든 눈꽃 한시, 계절의 노래(244) 깜짝 눈[驚雪] [唐] 육창(陸暢) / 김영문 選譯評 이상하게 북풍이세게 부는데 앞마당은 달빛이환히 비친 듯 하늘 신선 어찌 이리솜씨 좋은지 물을 잘라 꽃 만들어펄펄 날리네 怪得北風急, 前庭如月輝, 天人寧許巧, 剪水作花飛. 가위로 물을 오려서 눈꽃을 만든다니...기발하고 아름다운 비유다. 영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이 금방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킴의 손녀는 “눈은 어디서 와요? 할머니!”라고 묻는다. 킴은 자신을 위해 가위손으로 눈을 만들어 날리던 젊은 시절의 연인 에드워드를 회고한다. 에드워드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옛 성에 살다가 킴의 어머니 펙의 인도로 마을로 내려 온다. 늙은 발명가에 의해 인조인간(AI)으로 탄생한 에드워드.. 2019. 1. 17.
이른 매화, 녹지 않은 눈 한시, 계절의 노래(243) 이른 매화[早梅] [唐] 융욱(戎昱) / 김영문 選譯評 한 그루 차가운 매화새하얀 옥 가지 마을 길 저 멀리시내 다리 곁에 폈네 물 가까워 꽃이 먼저피어난 줄 모르고 봄 왔어도 눈이 아직녹지 않았나 의심했네 一樹寒梅白玉枝, 逈臨村路傍溪橋. 不知近水花先發, 疑是經春雪未銷. 아직 봄은 멀지만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으로 매화 시 한 수를 올린다. 물론 앞으로도 매화 시는 더 이어질 것이다. 본래 어떤 꽃이든 시내 곁 양지쪽 화초가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해준다. 이 시도 그렇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인은 매화와 눈을 연관시키면서도 흔히 우리에게 익숙한 눈 속 매화를 읊지 않았다. 저 멀리 시내 옆 매화나무에 백옥 같은 하얀색 그 무엇이 묻어 있다. 이직 매화가 피기는 너무 이른 철이라.. 2019. 1. 16.
얼음이 된 매화, [宋] 양공원(楊公遠) <빙매(氷梅)> 한시, 계절의 노래(242) 빙매(氷梅) [宋] 양공원(楊公遠) / 김영문 選譯評 영롱한 눈에 덮인꽃송이 어여뻐라 밀랍 꽃받침 붉은 색만남아 있는 듯 하구나 한 밤 내 맑은 추위에바람이 얼음 얼려 분명히 그 몸이수정궁에 있도다 絕憐花帶雪璘瓏, 彷佛惟存蠟蒂紅. 一夜淸寒風結凍, 分明身在水晶宮. 빙설에 덮인 매화. 애처럽고도 어여쁘다. 공교롭게도 낮에는 눈이 내리고 밤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매화 꽃 위에 쌓인 눈이 꽁꽁 얼어붙어 영롱한 빛을 낸다. 빙설이 덮인 천지사방이 모두 수정궁일 뿐 아니라 얼음을 둘러쓴 각각의 매화 송이도 모두 작은 수정궁이다. 홍매의 꽃받침 부분 붉은색만 겨우 드러나 있지만 꽃송이에 덮인 하얀 빙설에 붉은색이 투과되며 은은하고 아련한 빛을 낸다. 세한삼우(歲寒三友)의 기상과 사군자(四.. 2019. 1. 13.
[明] 주첨기(朱瞻基) <사계절 경치[四景] 중 겨울> 한시, 계절의 노래(241) 사계절 경치[四景] 넷째 [明] 주첨기(朱瞻基) / 김영문 選譯評 못 머리에 육각 눈꽃자욱이 휘날리니 못물은 물결 없이얼어붙어 평평해지네 유리판 삼만 이랑한 눈에 바라보이고 서북쪽 좋은 산엔옥 병풍 펼쳐놓네 池頭六出花飛遍, 池水無波凍欲平. 一望玻璃三百頃, 好山西北玉爲屏. 일망무제 호수에 눈발이 쏟아진다. 호수 물은 갓 얼어붙어 투명한 유리판 같다. 호수 건너 서북쪽 산은 평소에도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했는데 이제 눈이 쌓이자 봉우리와 골짜기와 바위와 초목이 모두 백옥으로 조각한 병풍으로 변한다. 수평으로 펼쳐진 유리 호수와 수직으로 치솟은 옥 병풍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청정한 겨울 경치를 자랑한다. 눈 덮인 산에 올라본 분들은 잘 아시리라. 눈과 상고대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2019. 1. 12.
[宋] 공평중(孔平仲) 조촐한 음주[小酌] 한시, 계절의 노래(240) 조촐한 음주[小酌] [宋] 공평중(孔平仲) / 김영문 選譯評 해지니 산성에저녁 오는데 누런 구름 금방눈발 쏟을 듯 이러매 더더욱술 독 하나 열어 자주 취하며 남은 겨울 보내야지 落日山城晚, 黃雲雪意濃. 更須開一甕, 頻醉送殘冬. 애주가들에게는 모든 게 음주 모티브다. 삼라만상, 희로애락, 인생만사, 사시사철이 전부 술 마실 핑계로 작용한다. 젊은 시절 제법 주당인양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닐 때 이렇게 호언장담하곤 했다. 술에는 네 단계가 있다. 첫째, 청탁불문(淸濁不問)으로 소주든 막걸리든 가리지 않는다. 둘째, 안주불문(按酒不問)으로 안주가 있든 없는 술을 마신다. 셋째, 원근불문(遠近不問)으로 술집이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어디든 가서 술을 즐긴다. 넷째, 생사불문(生死不問)으.. 2019. 1. 10.
비취 구름 두르고 비단 병풍 풀어놓은 동백 한시, 계절의 노래(239) 동백(山茶) [宋] 왕자(王鎡) / 김영문 選譯評 밀납 봉오리 녹색 꽃받침바야흐로 햇살 비쳐 학 정수리 붉은 빛을천 가지 피워내네 눈 개이기 기다려봄소식 깊이 스미니 비취 구름 에둘러서비단 병풍 펼쳐놓네 蠟包綠萼日才烘, 放出千枝鶴頂紅. 待得雪晴春信透, 翠雲圍繞錦屏風. 어느 계절인들 꽃이야 아름답지 않으랴만 무채색 겨울에 피는 동백은 진정 경이롭다는 수식어에 합당하다. 겨울 내내 짙푸른 빛을 유지하는 잎은 송백의 기상을 뛰어넘으며, 단정학(丹頂鶴)의 정수리 같은 붉은 꽃잎은 열정의 장미 빛깔에 뒤지지 않는다. 삭막한 흑백의 계절에 송백의 기상에다 장미의 열정을 더했으니 이보다 더 처연한 아름다움이 어디 있으랴? 아직은 매운 삭풍이 천지간을 휘감고 곳곳에 쌓인 눈이 혹한의 기세를.. 2019.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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