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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눈보라 속 밤을 뚫고 돌아오는 그는?

by taeshik.kim 201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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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49)


눈을 만나 부용산 주인 댁에 묵다[逢雪宿芙蓉山主人] 


[唐] 유장경(劉長卿) / 김영문 選譯評 





해 저물어 푸른 산

아득해지고


날 추우니 휑한 초가

가난하구나


삽짝에서 개 짓는 소리

들려오나니


눈보라 속 밤에 누가

돌아오누나


日暮蒼山遠, 天寒白屋貧. 柴門聞犬吠, 風雪夜歸人.





한 편의 시는 하나의 세계다. 각각의 시어는 모두 그 세계를 빈틈없이 짜맞추며 완전한 구조를 이룬다. 겨우 20자로 이루어진 이 오언절구도 모든 시어가 제자리에서 제각기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며 눈오는 밤 가난한 시골집에 묵어가는 나그네의 심사를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춥고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박하지 않은 인정과 또 그런 사람들의 일상에 공감하는 시인의 마음이 시 전체 행간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추운 겨울 날 해가 저물면 산골 푸른 산은 더욱 창망한 색깔로 아득하게 멀어진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日暮途遠)”는 말이 바로 이런 경지다. 





우리 인생이 이런 저녁 창망한 경치와 무엇이 다르랴? 첫째 구의 ‘모(暮)’와 ‘원(遠)’이 전통 가옥의 장부 이음처럼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다음 구절도 마찬가지다. 우리 말에도 ‘빈한(貧寒)’이란 말이 일상어로 쓰이는 것처럼 ‘추위(寒)’와 ‘가난(貧)’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의 시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겨울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여기에다 ‘창망함(蒼)’과 ‘휑함(白)’이란 시어 또한 추위와 가난의 색깔로 얼마나 극적인 대비인가? 바로 창백(蒼白)하다는 말이 연상된다. 삽짝(柴門)과 눈보라(風雪)도 이 시의 주제와 관련하여 더 이상 적절할 수 없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빈(貧)’과 ‘한(寒)’을 강화해주는 대들보와 서까래다. 눈보라 치는 밤중에 귀가하는 사람은 무엇 하다 돌아오는 것일까? 알 수 없다 그것은 시를 읽는 사람이 상상해야 할 몫이다. 춥고 가난하더라도 우리 이웃들은 소박한 인정(人情)과 따뜻한 공감(共感)으로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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