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漢詩 & 漢文&漢文法556 눈발에 푸른 대나무 옥가지 걸치니 한시, 계절의 노래(222) 눈을 마주하고(對雪) [唐] 고변(高駢) / 김영문 選譯評 육각형 눈꽃 날려 문 안으로 들어올 때 청죽이 옥 가지로 변하는 걸 바라보네 이 순간 기쁜 맘에 높은 누대 올라 보니 인간 세상 온갖 험로 모두 희게 덮여 있네 六出飛花入戶時, 坐看靑竹變瓊枝. 如今好上高樓望, 蓋盡人間惡路岐. 눈이 내리면 대개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눈을 처음 보는 아이들조차 즐거워한다. 왜 즐거워할까? 거의 육십 평생을 살아왔지만 잘 모르겠다. 빙하시대의 어떤 기억이 인류의 유전자 속에 남이 있는 것일까? 비보다 가볍고 포근한 느낌 때문일까? 차별 없이 펼쳐지는 드넓고 흰 천지에서 안온함과 평등함을 감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이유가 작용하는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눈이 내.. 2018. 12. 11. 눈이 내리니 술 생각 간절하고 한시, 계절의 노래(221) 유십구에게 묻다(問劉十九) [唐]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새로 빚은 술거품은초록빛 개미 조그만 화로는붉은빛 진흙 저녁 되어 흰 눈이내리려는데 더불어 술 한 잔마실 수 있소 綠蟻新醅酒, 紅泥小火爐. 晚來天欲雪, 能飮一杯無. 나는 술을 귀로 가장 먼저 느꼈다. 어릴 때 시골집에선 농주(農酒)나 제주(祭酒)로 쓰기 위해 흔히 술을 담갔다. 안방 아랫목 따뜻한 곳에 술 단지를 묻어두면 며칠 후 뽀글뽀글 술 괴는 소리가 들렸다. 귀로 술을 느낀 후에는 코로 술 향기가 전해져 왔다. 막걸리 특유의 은은한 냄새가 온 방을 가득 채웠다. 아부지께서는 술을 거를 때까지 며칠을 참지 못하시고 작은 바가지로 자주 단지 속 술을 떠서 드시곤 했다. 술이 괼 때 술 단지 속을 들여다보면 작은 거품.. 2018. 12. 7. 겨울비 한시, 계절의 노래(220) 찬 비[寒雨] [宋]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무슨 일로 겨울날비가 창을 때리는가 밤에는 두둑두둑새벽에는 주룩주룩 만약에 하늘 가득흰 눈으로 변한다면 외로운 뜸배 타고저녁 강에 낚시 하리 何事冬來雨打窗, 夜聲滴滴曉聲淙. 若爲化作漫天雪, 徑上孤篷釣晚江. 이 시가 당나라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을 모티브로 삼고 있음은 마지막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다. 유종원의 「강설」 마지막 구절이 바로 “혼자서 추운 강의 눈을 낚는다(獨釣寒江雪)”이다. 대자연과 마주한 인간의 절대 고독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추운 강의 낚시질은 조옹(釣翁)의 선택에 의한 의도적 행위이므로 주체적으로 고독과 마주선 인간의 경건함과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이후 이 시의 ‘독조한강(獨釣寒江)’ 또는 .. 2018. 12. 6. 눈을 낚는 삿갓 쓴 늙은이 한시, 계절의 노래(219) 강설(江雪) [唐] 유종원(柳宗元) / 김영문 選譯評 즈믄 산에 나는 새끊어지고 만 갈래 길 사람 자취사라졌다 외로운 배 도롱이 입고삿갓 쓴 늙은이 혼자서 차가운 강눈을 낚는다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簑笠翁, 獨釣寒江雪. 이 한 수 시만으로도 유종원은 시인으로 불림에 부족함이 없다. 동서고금 시 작품 중에 대자연 속 인간의 절대고독을 이처럼 절실하게 노래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운율에서 그러하다. 이 시는 언뜻 오언절구처럼 보이지만 오언고시로 불러야 정확하다. 오언고시 중에서도 그 형식이 매우 독특하다. 이 작품은 짝수 구 끝에 측성으로 운을 달았을 뿐더러 첫째 구에까지 운을 달았다.(절구는 대개 평성으로 운을 단다) 이는 칠언시의 압운 법칙에 따른 것이므로 훨.. 2018. 12. 5. 내가 이 세상에서 무얼 하랴? 한시, 계절의 노래(218) 진주 말 위에서 짓다[眞州馬上作] [宋] 왕안석(王安石) / 김영문 選譯評 주린 말 따라서한낮에 길 가는데 모래 바람 눈에 들어봉사 될 듯 괴로워라 마음이 피로하여몸 또한 지쳐감에 이 신세 가련하다세상에서 뭔 일하랴? 身隨饑馬日中行, 眼入風沙困欲盲. 心氣已勞形亦弊, 自憐於世欲何營. 왕안석은 송나라 신종(神宗) 때 대 개혁가다. 중국 현대 유명한 정치가 장제스(蔣介石)는 역대 탄복할 만한 정치가로 진한(秦漢) 이전에는 주공(周公)을 꼽았고, 진한 이후로는 오직 왕안석을 들었다. 왕안석은 안일과 부패에 젖어 쇠락해가던 북송을 개혁하기 위해 실로 경천동지할 만한 신법(新法)을 시행했다. 애초에 신종(神宗)은 유능한 지방관이었던 왕안석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개혁의 전권을 맡겼다. 하지.. 2018. 11. 30. 맹호연을 표절한 이숭인의 첫눈 첫눈[新雪] [高麗] 이숭인(李崇仁·1347~1392) 아득한 세밑 하늘 첫눈 산천 두루 덮었네새들은 산속 나무둥지 잃고 스님은 바위에서 샘물 찾네주린 까마귀 들녘서 끼욱끼욱 언 버드나무 시냇가에 누웠네어느 곳이 인가인지 먼 숲에서 흰연기 오르네 蒼茫歲暮天, 新雪遍山川. 鳥失山中木, 儈尋石上泉. 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 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 이숭인 문집인 《도은집陶隱集》 권 제2에 수록됐다. 어느 해인가 내린 첫눈이 폭설이었던 듯, 하지만 이것이 실경은 아니라고 나는 본다. 마치 그림 보고 썼거나, 탁상에서 안출한 인상이 짙다. 이 시와 아주 흡사한 전대 시편이 있으니 중국 당대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서울로 가는 도중 눈을 만나[赴京途中遇雪]'라는 제하 작품이거니와, 다음과 같다. 迢遞秦京道,蒼茫.. 2018. 11. 28.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9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