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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2291

구정毬庭, 고려시대의 축구장 고려사나 고려사절요를 읽다 보면 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저 문제의 심각성을 어떤 역사학도도 지적한 일을 못 봤다. 저 구정이란 구毬하는 마당, 혹은 구장[庭]이라는 뜻으로 이 경우 毬란 바로 격국擊鞠 혹은 타구打毬 혹은 격구擊毬라 일컫는 스포츠로 폴로 경기를 말한다. 말타고 막대기로 공을 쳐서 골을 넣는 경기라, 이 스포츠가 고려시대에는 특히 성행한 것으로 보아, 신라시대에는 그랬다는 기록이 없어서 그렇지, 동시대 당나라에서는 현종 이륭기가 광팬으로 이 스포츠를 직접 혹닉한 것으로 보아 신라에도 도래해 성행했음에 틀림없다. 물론 구정毬庭이 꼭 격구 폴로만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데는 의문 혹은 반론이 없지는 아니해서 축구蹴毬 또한 약칭해서 구毬라 하니, 이 경우 축국은 현대 스포츠 축구의 그것과 매우.. 2024. 2. 3.
과거제가 사설 학원시대를 열다 앞서 나는 쌍기에 의한 광종 9년(958) 과거제 도입을 이야기하면서 그 첫 시험에서 진사進士 갑과甲科에 급제한 최섬崔暹이라는 사람 또한 한국사 최초로 과거를 통해 등단한 인물임을 대서특필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 최섬이라는 인물이 급제 이후 딱 한 번 사서에 모습을 드러내니, 고려사 권93 열전列傳 권 제6 제신諸臣 김심언金審言이라는 사람 열전이라, 관련 대목 기술은 다음과 같다. 金審言, 靜州靈光縣人, 初從常侍崔暹學. 暹坐寐夢, 審言頂上出火, 氣屬于天心, 異之, 妻以女. 김심언金審言은 정주靜州 영광현靈光縣 사람으로, 처음에 상시常侍 최섬崔暹에게서 배웠다. 최섬이 앉아 졸다 꿈을 꾸었는데, 김심언 정수리 위에서 불이 나오다가 그 기운이 하늘 한 가운데로 붙으니, 이를 이상하게 여겨 〈자기〉 딸을 그에.. 2024. 2. 2.
외국인 특채로 벼락 출세한 쌍기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첫 급제자 최섬 쌍기雙兾라는 이는 한국사에서는 과거제를 도입한 인물로 대서특필한다. 그는 신라나 고려 사람이 아닌 짱꼴라 쏼라쏼라 젤싼거 담싼거 외치던 중국 후주後周 사람이다. 그 짝에서 벼슬하며 무승군 절도순관 장사랑 시대리평사 武勝軍 節道巡官 將仕郞 試大理評事 라는 데까지 승진한 상태에서 마침 광종 7년(956)에 광종을 제후로 책봉하는 사신단 우두머리 봉책사封冊使 설문우薛文遇를 따라 고려로 왔다가 병이 나서 그만 귀환하지 못하고 개경에서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병이 나으니 광종이 그래 니 수고했데이 그래 이제 괜찮나? 따신 아메리카노 한 잔 하제이 하며 불러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 그래 경이 생각하기에 우리 고려는 우째야 나라가 부강해지고 발전할 꺼 같노? 기탄없이 말해보레이 하는 질의에 응하여 통역을 통.. 2024. 2. 2.
땅딸보에 못생긴 강감찬, 최수종은 아니었다 한동안 강감찬 하면 최수종을 떠올릴 것이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실제의 강감찬은 하이틴스타 원조에 해당하는 최수종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다. 역사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 외모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데 첫째 열라 잘 생기거나 둘째 열라 못생길 때 딱 두 가지 경우가 있을 뿐이다. 우리 감찬이 형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외모가 흔적으로 남았다. 더 불행하게도 전자가 아니라 후자였다. 고려사 권94 열전列傳 권 제7 제신諸臣 항목이 정리한 강감찬 열전 한 대목이다. 邯贊性淸儉, 不營産業. 體貌矮陋, 衣裳垢弊, 不踰中人. 그렇게 어려운 말은 없다. 대강 이런 뜻이다. 감찬은 성정이 청렴하고 집안 일은 돌보지 않았다. 외양은 왜소하고 남루하고, 옷가지는 더럽고 낡아서 보통 사람보다 낫지 않았다. 그랬다. 감찬이.. 2024. 2. 1.
목은 이색을 어찌 볼 것인가? 고려사 전공 A 교수의 목은 이색에 관한 책을 붙잡고 연짱 두세 시간 동안 본문 280쪽 중 120쪽을 독파했다. 중간 감상을 적는다. 1. 이색은 최치원의 복사판이다. 필자가 말하는 이색은 삶이 내가 일필휘지로 탈초하여 신라사학보인가 한국고대사탐구를 통해 공간한 '황금방 최치원의 비애' 그 복사판이다. 최치원이 그러했듯이 이색 역시 화려한 금뱃지를 무기로 세상을 경영하고자 고국에 돌아왔지만, 세상이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경륜이 아니라 외교문서 수발에 지나지 않았다. 최치원은 쏟아지는 중놈들 전기 써달라는 청탁을 견디지 못하고 가야산으로 들어가서는 아무도 몰래 죽어버렸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옥스브리지 하버드예일 장학생 출신 이색에게 권력이 요구했던 것은 너는 외교 문서나 짓고, 그거 데스킹이나 하고 자빠.. 2024. 2. 1.
[강동육주를 심판한다] (1) 거란 중심주의 시각 고려거란전쟁에서 이른바 강동육주江東六州가 언제나 매개 변수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지적했거니와, 하지만 이 강동6주라는 말은 근대 역사학이 만들어낸 데 지나지 아니하고, 무엇보다 고려 측 기록, 곧 고려사나 고려사절요를 보아도 州는 가당치도 않고, 변방 군사 요새 지역이라는 의미가 강했으니, 그보다는 성城이라는 개념으로 치환해 이해하는 편이 옳다. 더구나 내용을 뜯어보면 6주가 아니라, 거란에서 할양받은(엄밀히는 거란 묵인 하에 고려가 여진을 정벌하고 얻은) 땅에다가 8개 성을 설치한 것으로 문헌에는 보인다. 앞서 나도 지적했듯이 이 강동육주라는 말이 여러 모로 당시 두 나라 사이 국제관계를 설명하는데 편리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 해서 편리하다 해서 퉁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근대 역사..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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