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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1903

신들린 듯한 나를 돌아보며 미친 놈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어느 순간 내가 신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순간을 지나고서는 생소는 없었다. 제아무리 처음 보는 유물 유적이라 해도, 제아무리 처음 대하는 문화 역사 문헌이라 해도 이 순간을 지나니 모든 것이(물론 수사학상 과장이 포함됐다.) 해설되고 해석되며, 친숙이 되었다. 고고학? 이것도 이 짓 오래하다 보면 제아무리 내가 처음 보는 생소라 해도, 후다닥 한 번 보는 것으로 더는 생소가 아니었으니, 이후 어디를 가서 그와 비슷하거나 같은 것을 만나도 음 저건 켈트요 저건 에트루리아요 저건 로마요, 저건 페르시아요, 저건 앗시리아요 하고 떠들게 된다. 요사 금사를 읽으면서 나는 고려를 보고 신라를 본다. 요사 금사를 보며 나는 대원신통과 진골정통을 생각하며, 내가 생각하고 구.. 2024. 1. 12.
[백수일기] 쌩까인 화장품 패밀리 세일 어느 저명한 화장품 회사가 패밀리 세일인지 뭔지 한다고 지인이 마눌님께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와서 마눌님께 전달했더니 이런 톡백이 돌아온다. [마눌스] 쇼핑은 사치임..화장품도 구리모 하나 사서 퉁치면 되는 것임. [마눌스] 실직자 마누라에게 XXXXX 패밀리세일이 아니라 패밀리할아버지세일와도 패스해야 함. 음, 진짜 나를 실직자로 아는구나. 하긴 뭐 집에서는 고향에서는 예수님도 개취급 당했으니, 그만큼 위대한 성인인 나 역시 그런 개취급이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전쟁에 임하면 초목이 모두 떨었지만 집안에서는 닭과 개가 모두 업신여긴다고 한 것은 공을 두고 한 말이다." 화랑세기가 풍월주 김흠순을 두고 이른 말이라, 오늘따라 이 말이 귓가를 아프게 때린다. 2024. 1. 9.
[독설고고학] 술 쳐먹는 거 수치다 기자사회가 한때 그랬다. 웬 술을 그리 쳐먹고 그리 억지로 쳐먹였는지 온통 술판이었던 시절이 있다. 이 놈들 전날밤 퍼질러 쳐먹고 출근해서는 종일 자빠자다 또 낮술 쳐마시곤 들어와서 또 자빠자고 그게 기자정신이라 떠들어댔다. 주말이면 골프채 잡고 접대 골프 치느라 바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연구자라는 놈들이 언제 술 쳐먹을 시간이 있단 말이며 언제 필드 나갈 시간이 있단 말인가? 틈만 나면 쳐마셔대니 오십 넘으면 다 나자빠져서 볼 만한 글이라곤 한 편도 없고 고작 하는 일이라고는 십년전 이십년전 쓴 박사 논문 긁적거려 단행본이라 던지고 기조강연이나 하고 자빠졌거나 종합토론 사회나 하면서 대가인양 뻐겨대거나 관공서 불러주는 데 가서는 돈 받고 이 유적은 중요하니 사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어용 글밖에 못.. 2024. 1. 8.
[백수일기] 곱창을 타고 스며든 폭설 예보 며칠만인지 집 밖을 나섰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약속은 근 일주일만에 첨으로 잡은 듯하다. 나간 김에 몰아서 세 건을 내리 잡았다. 대미는 곱창이었다. 경복궁역 인근 단골 곱창집. 사장님이 첨엔 몰라본다. 빵모자를 나중에 벗었더니 그제야 알아보시고선 서비스가 많아진다. 진즉에 벗을 걸. 낼름내름 줏어먹고는 밥을 볶았다. 곱창은 오늘도 진리요 내일도 진리리라. 인근 음악다방으로 옮긴다. 넌 위스키 난 진토닉. 오늘 따라 사장님 감성이 딱 내 감성이다. 계속 낼 서울 일대 폭설 예보가 날아든다. 저번 폭설은 용산을 담았으므로 내일은 궁을 담으려 한다. *** 늙어서 안 사실...술은 입으로, 사랑은 눈으로 늙어서 안 사실...술은 입으로, 사랑은 눈으로WILLIAM BUTLER YEATS가 1916년에 낸.. 2024. 1. 8.
[백수일기] 주말 잘 보내십시오, 주말? 민속박물관 들렀다가 마침 퇴근하는 김종대 관장과 함께 박물관 문을 나서는데 저짝에서 김관장께 저리 인사한다. 주말? 아 오늘이 금요일인가 하고는 캘린더 뒤져보니 진짜 금요일이다. 백수가 되면 진짜로 요일 감각을 상실해서 매일매일이 주말이라 요일에 신경 쓰지 아니하니 이걸 두고 초탈이라 하려나 모르겠다. 이 생활 정착하면 날짜도 상실하는데 그래서 그런 일이 두려워 다들 부러 약속을 빼곡히 잡는지도 모르겠다만 나 역시 언제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약속을 잡지 않는다. 당분간은 이대로 즐기려 한다. 민박은 갑진년 띠전 용 전시회를 볼 겸 들렀으니 마침 김 관장 퇴직이 코앞이라 인사 겸해서 들러 커피 한 잔 얻어마셨다. 열흘 남았댄다. 나서는데 민박 입사 기준으로 사십년이라 하니 참말로 질긴 인연인갑다 싶다... 2024. 1. 5.
[백수일기] 갓 백수된 윤용현 박사에게 고한다 국립대전과학관 윤용현 박사가 지난 연말로 백수가 되었으니, 엄밀히 따지면 공로연수라, 그 공식시효는 내년 1월 1일자로 발생하겠지만, 똥끼나밑끼나 이제 백수 맞다. 그래서 하는 양태 보아 하니 이런저런 백수 선배들 조언을 듣고는 연구실이라는 것도 낸 모양이라 어디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미리 구한 모양이라, 삼식이는 죽음이라는 교훈에 철저하고자 백수 되자마자 냅다 아침마다 그쪽으로 튀기 시작한 모양이라, 이건 잘했다고 말해둔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에는 아래와 같은 사진을 올리면서 아침 식단을 바꿨네 마네 하는데 이건 진정한 백수가 아니라 가짜 백수다. 왜 그런가 윤 박사한테 일러준다. 첫째 백수는 혼차서 저리 잘 차려 먹어서는 안 된다. 백수는 굶어서 돈을 아껴야 한다. 하루 한끼 혹은 두끼로 대체하되, 후..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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