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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517

반세기 전 산불을 떠올리며 지금은 김천시에 통합된 경북 금릉군 대덕면 조룡1리 샛터라는 산촌에서 나는 태어났다. 국민학교 들어가던 그해 우리집은 이 샛터를 터나 그 인근 수백미터 떨어진 양지마을이란 곳으로 이사를 갔다. 샛터에 대략 스무 집, 양지마을에 대략 열댓집 있었는데 옹기종기 양지바른 산기슭마다 동네를 이루는 전형적인 산촌이다. 기와집은 드물어 대부분이 초가였고, 전기는 내가 이사하던 그 무렵에 들어왔고, 전화는 고교 졸업하던 해인가 들어왔다. 태어난 마을 샛터에서 살 때인 것만은 분명하니 적어도 45년은 더 지난 시절이다. 소백산맥이 흘러내린 비봉산이라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있어, 이 산이 우리 마을 진산이라 할 만한 곳이라, 그 기슭에 현재는 직지사 말사인 봉곡사라는 비구니 사찰이 있다. 이 비봉산 정산 밑으로 거대한.. 2019. 4. 8.
지차체장 겸직 금지할 때가 아니라 교수 겸직부터 금지를! 지자체장 체육회장 겸직금지법 내년 1월 시행…지방 '전전긍긍' 기자 출신 정재숙 청장을 얼마 전 만났더니, 사람들이 청장 끝나면 중앙일보로 복귀하는 줄 알더란다. 휴직 중인 줄 알더란다. 이게 다 교수놈들 때문이다. 교수직 유지한 채 공직에 진출하는 교수놈들 때문이다. 왜 교수만이 겸직이 허용되는가? 겸직 없애야 한다. 혹자는 교수 출신은 자리에 미련이 없는 까닭에 소신 행정을 한다고 하기도 하나, 실제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그와는 전연 반대라, 소신행정은 저리가라고 "꼴리는대로 행정"이 판을 친다. 이런 자 대부분이 실무경험 전무한 것은 논외로 치고, 그마나 실무경험이라는 것도 해당 기관 자문위원이니 무슨 위원이니 완장 차고 지랄 떤 일이 고작이라, 행정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그 자리에 임.. 2019. 4. 5.
연구소와 학계가 월성의 운명을 좌우한다? 무슨 근거로? 발굴 5년차 신라 월성, 새로운 과제는 '정비' 그제 경주 월성 발굴성과를 현장 취재한 우리 공장 관련 후속 박스 기사이어니와, 그 말미에는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의 간단한 멘트가 붙었으니, 전후맥락 다 짤라버리고 개중에 "최종 정비 계획은 조사가 종료될 무렵 연구소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는 대목이 있다. 나는 비단 월성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문화재현장에서 광범위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나타나는 이 인식을 이제는 때려부수어야 한다고 본다. 이 경주 월성만 해도, 박근혜 정부시절 무리하게 밀어붙인 사업이라, 신라왕경복원사업 일환이었음을 다시금 상기하고자 하거니와, 이를 위해 이럴 때 언제나 문화재청은 자문단을 구성하게 되거니와, 이 자문단에 나 역시 초창기에 포함되었.. 2019. 4. 4.
세계의 발견 혹은 그와의 접촉 이 점에서 나는 한반도 역사를 통괄하건대 몇 차례 획기를 주목한다. 첫째 신라에 의한 일통삼한기 무렵이며, 둘째 몽고 간섭기이며, 셋째 식민지시대이며, 넷째 박정희 시대다. 첫째 신라에 의한 일통삼한 전쟁은 한반도가 세계와의 진정한 첫 접촉이라고 나는 본다. 이에서 신라가 맞붙은 중국 당은 세계 제국이었다는 단순한 사실 외에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한반도를 휘젖고 다닌 소정방이니 설인귀니 유인궤니 하는 자들은 지구 절반을 전전한 자들이다. 그들의 지휘 아래 십만 혹은 수만에 달하는 당인唐人이 한반도 곳곳을 장기간 휘젓고 다녔으니, 이를 통해 나는 한반도는 세계를 보는 창을 넓혔다고 본다. 둘째, 몽고간섭기는 그야말로 한반도의 지구촌 편입이었다. 그들의 무대는 개경이 아니라 북경이었으며, 북경은 세계의 수.. 2019. 3. 29.
기회의 균등과 공무원, 특히 학예직의 꿈 *** 이하는 March 27, 2017 글이어니와 전재한다. 그제 문화재 전문기자를 희망한다는 어느 청년의 편지를 받았다. 나한테 방법을 묻는데 답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을러서겠지만, 글쎄 어찌해야 할지를 나 역시 갈피잡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에서 이 스무살 난 청년이 묻기를 "문화재 전문기자를 하려면 사학과를 나와야 하느냐"고 한다. 다른 거창한 것 몰라도, 이에 대해서만은 격발하는 바가 없지 않아, 늘상 하는 말로써 다시금 저 논제와 관련해 평소 이곳저곳에서 뇌까린 내 생각들을 정리해 몇 마디 보태어 재방송하고자 한다. 우리는 은연중 과거제는 전근대 유산이요,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추천제가 선진 모델이 되는양 생각하는 경향이 다대하다. 이는 결국 봉건제와 중앙집권제를 둘러싼 쟁투와도 같아, 각기.. 2019. 3. 27.
문화재 현장의 '원형'과 '상고주의' 요즘 들어 내가 부쩍 쓰는 말이다. 내가 한 켠 몸담은 이 업계, 문화재계 말이다. 거의 고질에 가까운 병폐가 있으니, 뿌리깊은 상고주의가 그것이다. 그래 나 역시 그에 한때 포로가 됐고, 그 탈출을 부르짖는 지금도 그것을 못내 떨치지 못하는 대목이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말이다, 내가 볼수록 이 상고주의 병폐는 심각해, 나는 이것을 에둘러 원형(아키타입, archetype) 고수주의라는 말로 바꿔어 시종해서 비판하곤 한다. 원형...이건 굳이 전공으로 나누자면, 건축사와 고고학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인데, 실은 건축사만 아니라 각 부문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위력을 발휘한다. 지금 우리가 문화재가 부르는 것들, 유·무형을 막론하고 이 업계 투신한 자들 뇌리에는 언제나 원형이라는 것이 있어야 .. 201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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