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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545

연구소와 학계가 월성의 운명을 좌우한다? 무슨 근거로? 발굴 5년차 신라 월성, 새로운 과제는 '정비' 그제 경주 월성 발굴성과를 현장 취재한 우리 공장 관련 후속 박스 기사이어니와, 그 말미에는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의 간단한 멘트가 붙었으니, 전후맥락 다 짤라버리고 개중에 "최종 정비 계획은 조사가 종료될 무렵 연구소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는 대목이 있다. 나는 비단 월성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문화재현장에서 광범위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나타나는 이 인식을 이제는 때려부수어야 한다고 본다. 이 경주 월성만 해도, 박근혜 정부시절 무리하게 밀어붙인 사업이라, 신라왕경복원사업 일환이었음을 다시금 상기하고자 하거니와, 이를 위해 이럴 때 언제나 문화재청은 자문단을 구성하게 되거니와, 이 자문단에 나 역시 초창기에 포함되었.. 2019. 4. 4.
세계의 발견 혹은 그와의 접촉 이 점에서 나는 한반도 역사를 통괄하건대 몇 차례 획기를 주목한다. 첫째 신라에 의한 일통삼한기 무렵이며, 둘째 몽고 간섭기이며, 셋째 식민지시대이며, 넷째 박정희 시대다. 첫째 신라에 의한 일통삼한 전쟁은 한반도가 세계와의 진정한 첫 접촉이라고 나는 본다. 이에서 신라가 맞붙은 중국 당은 세계 제국이었다는 단순한 사실 외에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한반도를 휘젖고 다닌 소정방이니 설인귀니 유인궤니 하는 자들은 지구 절반을 전전한 자들이다. 그들의 지휘 아래 십만 혹은 수만에 달하는 당인唐人이 한반도 곳곳을 장기간 휘젓고 다녔으니, 이를 통해 나는 한반도는 세계를 보는 창을 넓혔다고 본다. 둘째, 몽고간섭기는 그야말로 한반도의 지구촌 편입이었다. 그들의 무대는 개경이 아니라 북경이었으며, 북경은 세계의 수.. 2019. 3. 29.
기회의 균등과 공무원, 특히 학예직의 꿈 *** 이하는 March 27, 2017 글이어니와 전재한다. 그제 문화재 전문기자를 희망한다는 어느 청년의 편지를 받았다. 나한테 방법을 묻는데 답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을러서겠지만, 글쎄 어찌해야 할지를 나 역시 갈피잡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에서 이 스무살 난 청년이 묻기를 "문화재 전문기자를 하려면 사학과를 나와야 하느냐"고 한다. 다른 거창한 것 몰라도, 이에 대해서만은 격발하는 바가 없지 않아, 늘상 하는 말로써 다시금 저 논제와 관련해 평소 이곳저곳에서 뇌까린 내 생각들을 정리해 몇 마디 보태어 재방송하고자 한다. 우리는 은연중 과거제는 전근대 유산이요,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추천제가 선진 모델이 되는양 생각하는 경향이 다대하다. 이는 결국 봉건제와 중앙집권제를 둘러싼 쟁투와도 같아, 각기.. 2019. 3. 27.
문화재 현장의 '원형'과 '상고주의' 요즘 들어 내가 부쩍 쓰는 말이다. 내가 한 켠 몸담은 이 업계, 문화재계 말이다. 거의 고질에 가까운 병폐가 있으니, 뿌리깊은 상고주의가 그것이다. 그래 나 역시 그에 한때 포로가 됐고, 그 탈출을 부르짖는 지금도 그것을 못내 떨치지 못하는 대목이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말이다, 내가 볼수록 이 상고주의 병폐는 심각해, 나는 이것을 에둘러 원형(아키타입, archetype) 고수주의라는 말로 바꿔어 시종해서 비판하곤 한다. 원형...이건 굳이 전공으로 나누자면, 건축사와 고고학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인데, 실은 건축사만 아니라 각 부문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위력을 발휘한다. 지금 우리가 문화재가 부르는 것들, 유·무형을 막론하고 이 업계 투신한 자들 뇌리에는 언제나 원형이라는 것이 있어야 .. 2019. 3. 25.
미륵사지석탑 원형 훼손 논란은 자업자득이다 자업자득이다. 나는 '원형'이라는 말을 문화재에서 없애야 한다고 그리 오래도록 외쳤다. 하지만 여전히 원형이라는 게 무엇인가의 절대준거가 있다고 착각한다.누가? 문화재업계 종사자들부터 원형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묻는다.원형이란 무엇인가?아니, 물음을 치환한다. 원형이라는 게 있기나 한가? 그럼에도 밑도끝도 없는 '원형'이라는 망상에 허우적이며 벗어날 줄을 모른다. 이 원형주의에 빠진 독버섯은 구체적으로 다양한 문화재업계 중에서도 고고학, 건축학, 그리고 보존과학 이 세 놈이 특히 더 그래해서 원형이 있다고 착각한다. 참고로 무형문화재 분야에서는 유형문화재 분야에 통용하는 '원형'이라는 말이 거의 사라졌다. 항용 내가 주장하듯이, 필요하면 종묘제례악에도 조수미 부르고, 피아노도 쓸 줄 아는 융통이 .. 2019. 3. 24.
보湺에 대한 반감과 이명박에 대한 증오는 구별해야 한다 보(湺)란 무엇인가?댐DAM이다. 2천만 수도권 젖줄인 한강은 그 자체로는 결코 젖줄일 수 없으니, 팔당댐이라는 보를 막아서야 비로소 젖줄이다. 한반도는 보 없이는 농사는 단 한 군데도 지을 수 없다. 농사는 보가 이룩한 위대한 성취다. 보가 있어야 또랑을 내며, 또랑이 있어야 사람이 마실 물을 길어오며, 농작물이 목을 축인다. 보 없는 곳이 없다. 한반도는 단군조선 이래, 아니 단군 이전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 보와 역사를 같이했다. 인류 문명은 물과의 쟁투였으며, 그 쟁투는 언제나 보와 함께였다. 보가 없어야 물이 맑아진다는 주장은 물이 없어야 인간이 산다고 주장과 같다. 보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텃밭 한번 제대로 가꿔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단 한 번이라도 농사다운 농사라곤 지어보지.. 201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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