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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곡지 연꽃 만나러 갔다가 메모리카드에 멘붕하고 이러다간 올핸 연꽃을 놓칠 듯한 절박감에 새벽에 시흥 관곡지로 날랐다. 사진기 꺼내 두어 장 찍는데, 느낌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사진기 화면에 "카드가 없습니다"는 표시가 뜬다. 열었다. 메모리 카드가 없다. 혹 사진기 가방에 메모리 카드가 있는가 깡그리 뒤졌는데도 없다. 카드가 한두 장도 아닌데, 그 모든 카드가 단 하나도 없다. 얼마 전 나는 여름 휴가로 이태리를 다녀왔다. 따로 외장하드를 준비하긴 했지만, 준비한 모든 메모리 카드를 다 소진하지 않아, 그대로 담아온 것이며, 얼마전 그것을 다운로드한다고 회사로 모조리 가져다 놓은 것이다. 얼마 전에도 이런 황당한 일이 있어, 이후에는 그런대로 메모리 카드를 체크하곤 했던 것이지만, 오늘 새벽은 기분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전전반측 때문이었는가 이.. 2018. 7. 29.
필담筆談, 말을 대신한 문자의 소통 내장한 사진 정보를 보니, 촬영일자가 2007년 10월7일이라 박힌다. 중국 사천성 아미산 인근 낙산대불樂山大佛이라는 당나라 시대 거대한 강안江岸 불상을 친견하러, 배를 타고 가는 길이다. 강이 아니라 바다처럼 보이나, 이곳은 종국에는 장강長江이라는 거대한 강을 형성하는 지류 중에서도 세 강 줄기가 합쳐지는 지점이라, 벽돌탑이 희미하게 돌출한 저 강안 작은 산 오른편 강안에 전면을 바라보는 낙산대불이 서 있다. 내가 이곳은 아마 세 번인가 찾았다고 기억하거니와, 개중 첫 번째 아닌가 한다. 이때 조유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과 월간조선 사진부장 출신 퍼타그러퍼 이오봉 선생, 《한국의 고고학》 발행인이자 도서출판 주류성 업주 최병식, 그리고 나를 포함한 네 명이 동행했다. 대불 현장으로 접근하는 배는 이곳 .. 2018. 7. 29.
[노회찬을 애도하며 - 다시 읽어보는 ‘어부의 노래’](홍승직 해설 번역) [노회찬을 애도하며 - 다시 읽어보는 ‘어부의 노래’](홍승직 해설 번역) (漁父辭) 역사와 전통은 있지만 최근 들어 경영진이 무능하여 날로 부실해지기만 하는 ‘갑’ 회사가 있다. 이에 반해 ‘을’ 회사는 후발 주자로서 ‘갑’으로부터 온갖 멸시와 푸대접을 받았지만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고 탁월한 전략을 세워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여 결국 ‘갑’을 인수 합병할 작전을 짜게 된다. 여기서 ‘갑’의 중역들은 두 파로 나뉜다. 어차피 무능한 오너가 계속 경영을 맡으면 회사가 망할테니 차라리 ‘을’에게 합병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은근히 합병을 부추기는 ‘에라파’와 그래도 어떻게든 무능한 경영진이 정신 차리도록 계도하여 회사를 살려보자는 ‘구라파’다. 아무래도 가망이 없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구라파’에 남은 중역.. 2018. 7. 29.
잠못 이루는 열대야 한시, 계절의 노래(130) 여름밤 시원한 곳 찾아(夏夜追凉)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밤이 돼도 여전히낮과 같이 더운지라 문 열고 잠깐 동안달빛 속에 서보네 대숲 깊고 빽빽하여풀벌레 우는 곳에서 바람 없어도 시원함이언뜻언뜻 느껴지네 夜熱依然午熱同, 開門小立月明中. 竹深樹密蟲鳴處, 時有微凉不是風. 내 고향 영양은 평지가 해발 200m 이상인 산촌이다. 한여름에도 밤에 선선함이 느껴지는 준고원지대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 대구로 나왔다. '대프리카'살이 첫 해 한여름 어느 날 나는 도저히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것이 더위 탓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뭔가 답답하고 불쾌한 기분만 느껴졌다. 그것이 열대야 때문임을 다음날 뉴스를 듣고 알았다. 즉 하루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라고 .. 2018. 7. 29.
이대근과 만난 항우 해하가(垓下歌) [秦] 항우(項羽) 力拔山兮氣蓋世時不利兮騅不逝騅不逝兮可奈何虞兮虞兮奈若何 힘은 산도 뽀개고 기운은 세상을 엎네때가 좋지 않고 애마 또한 달리지 않네애마가 달리려 하지 않으니 어쩌리오?우야, 우야, 난 어쩌란 말이더나? 騅(추)는 유방과의 마지막 결전에서 항우가 타던 말 이름이요, 虞(우)란 그의 애첩이다. 전장에 출동했는데, 애첩을 동원하니 질수밖에...남아의 기개를 말할 적이면 언제나 끌어대는 항우의 마지막 말이다. 실제 항우가 저리 노래했는지는 모른다. 그보다 대략 100년 뒤에 태어난 사마천이 그리 적었으니 그렇다 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힘!하기야 내가 필명으로 자주 쓰는 '지도로'로 역시 그 욕망의 표상이다. 역대 신라 왕, 아니 전 세계 제왕을 통털어 아마 음경이 가장 컸던 듯하.. 2018. 7. 28.
절박함이 안내판을 만든다 주로 유럽에 국한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네들이 자랑하는 유명 관광지 혹은 문화유산 현장을 국내의 그것과 견줄 때 두드러진 특징이 불친절성이다. 예컨대 파리 에펠탑을 보면, 주변 어디에서도 에펠탑을 소개한 안내판을 발견할 수 없으며, 같은 지역 노트르담성당도 그렇고, 루브르박물관도 마찬가지다. 로마? 콜로세움 어디에도 안내판이 없고, 판테옹 역시 마찬가지이며, 베드로성당도 안내판을 구비하지 않았다. 피렌체도 그렇고, 베네치아도 그렇다. 한데 이런 사정이 그리스로 건너 가면 판이하다. 내가 작년 풍찬노숙 막바지 한달을 파리와 로마와 아테네를 주된 목적지로 삼아 돌았거니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아테네였으니, 이곳이야 말할 것도 없이 파르테논 신전이 자리잡은 아크로폴리스를 뺄 수 없거니와, 이를 중심으로 .. 2018.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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