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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잠못 이루는 열대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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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0)


여름밤 시원한 곳 찾아(夏夜追凉)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밤이 돼도 여전히

낮과 같이 더운지라


문 열고 잠깐 동안

달빛 속에 서보네


대숲 깊고 빽빽하여

풀벌레 우는 곳에서


바람 없어도 시원함이

언뜻언뜻 느껴지네


夜熱依然午熱同, 開門小立月明中. 竹深樹密蟲鳴處, 時有微凉不是風. 


내 고향 영양은 평지가 해발 200m 이상인 산촌이다. 한여름에도 밤에 선선함이 느껴지는 준고원지대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 대구로 나왔다. '대프리카'살이 첫 해 한여름 어느 날 나는 도저히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것이 더위 탓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뭔가 답답하고 불쾌한 기분만 느껴졌다. 그것이 열대야 때문임을 다음날 뉴스를 듣고 알았다. 즉 하루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라고 했다. 이후 대프리카 한여름은 열대야가 일상이며 심지어 대구 사람들은 ‘덥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덥부심’이 무엇인가? ‘전국에서 제일 덥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도 대구 시내 중심인 대구역 지하도는 아스팔트가 아니라 돌로 포장되어 있다. 그곳 아스팔트가 여름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계속 녹아내려서 할 수 없이 돌을 깔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근래에는 도시 녹지 확대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여 여름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는 보도도 있다. 그럼에도 최저기온 31도 이상 밤이 지속하는 초열대야는 여전히 자주 발생한다. 정말 밤이 돼도 여전히 낮처럼 무덥다. 하지만 벌써 계절은 중복을 지났으므로 한여름밤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가 달빛 아래에 서보면 미약한 한기가 언뜻언뜻 스쳐지나감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가을의 선선함은 그렇게 벌써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여름에 덥지 않으면 어느 계절에 덥겠는가? 또 태풍 '종다리'가 길을 반대로 돌아서 온다지 않는가? 길을 반대로 돌았으니 일상으로 고착된 무더위를 뒤흔드는 힘 또한 강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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