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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3) 테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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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네스코 본부

 

박았다. 유네스코 본부 앞에서 기념사진 박았다. 듣자니 그곳 7층인가 하는 식당에서 내려다보면 에펠탑 일대 파리 시내가 조망한다 하므로, 내부를 들어가고 싶었지만, 마침 그날이 혁명기념일이라 휴무였던 데다, 출입카드가 없으면 내부 진입이 불가능했으므로 단념하고 말았다.

이곳에 파견 근무 중인 문화재청 Y 사무관이 마침 출입카드를 집에다 두고나오는 바람에 내부를 안내하지 못해 미안하단 말을 한다. 뭐 유네스코는 이걸로 됐다 했다. 그 안쪽이 궁금해 미칠 정도의 신비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처자들을 저녁 대접한다 했으므로, 그 인근 식당 적당한 곳을 찾아 요기를 했다. 그러고선 에펠탑 고철덩이 일대에서 펼쳐지는 혁명 기념 공연과 불꽃놀이를 관람했다. 그렇게 처자들한테 신세진 첫날이 갔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여담이나 날씨 얘기를 좀 해둬야겠다. 내가 유럽을 여행한 때는 7월 14일부터 다음달 8월 13일까지 딱 한 달이다. 유럽 날씨야 변덕이 심하기로 유명하지만, 이 기간 지중해 연안은 푹푹 쪄서 35도를 넘지 않는 날이 없었던 듯하고, 로마는 기록적인 가뭄이 계속됐다고 한다.

파리는 좀 골 때려서, 도착 이후 그에서 처음으로 머문 사흘간은 푹푹 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가, 귀국에 즈음해 다시 찾은 마지막 이틀간은 벌써 가을이라 마로니에 이파리는 누른 빛을 띠며 오그라들기 시작했더라. 내가 더위를 몰고 다니는 사람인가 했더랬다.

파리를 떠나 로마에 도착한 이튿날인가 파리 주재 우리 공장 김용래 특파원 부인 박민영 선생이 보내준 메시지를 보니 그날부터 파리 기온은 급전직하했다고 한다.

나는 체질이 더위에 쥐약이다. 내 여름 답사 사진들을 보면 거개 내가 수건을 목에 두르고 다니는 모습인데, 연신 흘러내리는 땀 때문이다.

 

거지 몰골로

 

나는 한반도 무더위를 선사한 단군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산다. 한반도는 저주받은 땅이다. 한데 그런 저주받은 한반도 여름과 하등 다름 없는 한달을 유럽에서 보냈다.

그래도 기분은 째졌다고 말한다. 이런 날을 주신 연합뉴스 박노황 적폐경영진에 무한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래도 너희 퇴진하는 날은 소금 뿌릴 테니 알아서 해라.

또 하나 말해두고 싶은 대목은 유럽을 감싼 테러의 기운이다. 내가 유럽을 가기 직전 유럽은 테러가 수시로 터졌다. 테러 안전지대로 꼽혔다는 런던이 뚫렸고, 같은 테러 청정 지역이라던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도 그에 신음하는 중이었다. 에릭 홉스봄이 한 세대를 더 살았더라면 《테러의 시대》를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이곳에 장기 거주하지는 않으므로, 그에 따른 변화상을 제대로 감지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내가 찾는 주요 문화시설 곳곳에는 폭탄 감지기인지 뭔지 하는 설비가 빠짐없이 구비되었고, 가방 검사를 했으니, 이것이 혹 테러 빈발에 따른 여파는 아닌지, 자신이 없으나 기록해 둔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 쪽, 특히 수도 로마 쪽 사정이 조금 묘했다. 주요 국가기간 시설마다, 주요 문화시설마다 로마에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것이 테러가 불러온 변화인지, 혹은 파시즘이 구축한 유구한 전통인지는 몰라서 적어둔다. (November 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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