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보다 젊을 때는 책 원고는 적어도 초벌구이 기준으로는 열흘이면 썼고
아무리 늦잡아도 한 달이면 완성하고 이후엔 도판 고르기와 참고문헌 검색 작성에 들어갔다.
더 젊은 시절에야 도판만 해도 일일이 도록 보고서 따위 뒤져 스캔을 하곤 했지만
AI시대인 요즘은 웬간한 저런 자료는 다 웹서칭 가능하고 무엇보다 증폭 기능 사용하면 앉은 자리서 쏵 새로 만들어낸다.
한데 이 세상 모든 것이 느린데 세월만 줄행랑을 쳐서 돌아보니 나는 늙어 힘이 들어죽을 지경이다.
도판만 해도 열 장 작업을 하면 그대로 꼬꾸라지고 원고 역시 몇 매 넘기지도 못해 다시 꼬꾸라진다.
마왕퇴 급피치 올리기야 나나 신동훈 교수나 마찬가지지만 오늘 밀어내기마냥 마구잡이로 쏘아붙이던 신 교수님이 나가 떨어진 모양이라
나 역시 그러해서 이러다 진짜 내가 마왕퇴 미라될 듯해서 바람 쐴 겸 한성백제박물관 히타이트 구경을 나왔다.
제버릇 개주랴?
관람 마치고 나와선 인근 카페 들러 랩탑 켜놓고선 이런저런 원고들을 손질 중이다.
이러니 집에선 뭐로 보이겠는가?
집필이라 하지만, 무위도식으로밖에 더 보이겠는가?
더구나 노화에 따른 저 피로를 이기지 못해 낮에도 걸핏하면 몇 번이나 꼬꾸라져 자빠자는 모습만 보이니 무위도식으로밖에 더 보이겠는가?
주변에 혹 글을 쓰는 사람들한테 부탁하노니, 40대까지 열라 쓰라 하고 싶다.
오십 줄 넘어가면 이 짓도 힘들어 못할 짓이고, 더구나 이젠 환갑을 앞두게 되니 미칠 노릇이다.
20~30대까지 열라 내공 쌓고, 여력 있으면 책도 내고 하다가 마흔줄에 들어서면서 각 잡고 내가 쓸 책을 모조리 써 놓고선
쉰줄 넘어가면 그냥 노닥거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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