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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장경각, 신주神主로서의 목판 신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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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운부군옥 목판. 본래는 초간정에 봉안하던 목판으로 지금은 예천박물관에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종가, 혹은 서원 같은 데서 빠지지 않은 공간으로 장경각藏經閣이 있다.

물론 이 장경각은 경판각이니 하는 다양한 이름으로 일컫기도 하니,

예컨대 권문해가 편찬한 백과전서 대동운부군옥 목판을 보관하던 공간은 초간정草澗亭이라 해서 마치 정자처럼 일컫지만 실제로는 장경각이다.

이 장경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내가 보건대 제대로 접근한 글이 없다. 

그렇다면 장경각은 무엇인가?
사당이다!

신주다! 

이 장경각은 예외가 없지는 않지만, 서원이나 해당 종가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사당 인접지점에 위치한다.

신성공간이라는 뜻이다. 
 

필암서원 장판각 위치를 봐라. 사당 구역이다.

 
이는 장경각이 지니는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장경각과 목판은 어떤 관계인가?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데서 우리는 왜 조선시대가 그토록 목판에 목을 매었는지 그 의문을 푼다. 

저 장경각은 예외가 없지는 않겠지만 근간에서는 해당 문중을 대표하는 인물의 문집,

더욱 정확히는 찍어낸 인쇄물이 아니라, 그것을 찍어내는 전단계인 목판을 모신 공간이다. 

목판을 두는 공간이 아니라 봉안, 곧 모시는 공간이라는 데서 장경각이 지닌 독특한 의미가 만천하에 폭로한다. 

왜 목판인가?

그건 조상신 자체였다! 

목판과 그것으로 찍어낸 인쇄물은 시조 혹은 중시조와 그에서 비롯한 후손 지류의 관계와 똑같다. 

책 자체를 신주로 모신 흔적이 없으나, 그것을 찍어낸 목판은 그 자체가 신주였다. 

왜 조선시대에 목판을 만들지 못해 환장했는가?

답이 자명해졌으며, 이것이 바로 조선시대 목판이 성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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