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저작에서 좀체 보이지 않고 외국 서적 서문에서는 자주 보이는 집필 동기로 이런 것이 있다.
"어느날 아이가 이것을 물어왔다. 적당한 책을 찾지 못해 내가 이 책을 썼다."
좀전에 마눌님이 서재를 다녀갔다.
이번 주말 애를 박물관에 데리고 가서 의궤 교육을 시킬 예정이라면서 적당한 책이 있는지 찾아내라 윽박을 지르곤 표연히 사라졌다.
의궤..한영우 교수가 쓴 두터운 책 정도밖에 없고 관련 도록 두어 종이 있다고 기억한다.
이래서 내가 무엇인가 누구인가를 주제로 삼은 역사문화 문고시리즈를 오랜 기간 구상했다.
막상 연구서라 하지만 책임지지도 못할 쓰레기 같은 주장만 나열한 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순신?
애들용 위인전 말고 맡길 만한 이순신 개론서 한 권 있는 줄 아는가?
임진왜란?
무슨 씨잘데기 없는 그런 주장들만 나열한 논문집 뿐이요 막상 그 개론은 이젠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에 모든 걸 걸 빼앗겨 버렸다.
하지만 백과사전은 얄팍하기 짝이 없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
600매 내지 800매 안팎의 개론서가 시급하다.
의궤까지 내가 해야 겠는가?
한영우 선생 책을 줄이면 된다 하겠지만 그것이 원천에서 불가하다.
개론은 축약이 아니다.
정재훈 선생이 왜 문화재 개론을 썼겠는가?
답답해서다.
탑에 대한 논문 저서는 쏟아져 나왔는데 막상 탑이란 무엇인가를 전론한 책이 없다는 역설 우째 봐야 하는가?
사사자 석탑에 대한 논문은 쏟아졌는데 막상 한국문화에서 사자가 차지하는 위상을 다룬 책 한 권 있는 줄 아는가?
코끼리는?
호랑이는?
없다.
각중에 열받는 밤이다.
출판업자들은 뭐하는가?
(2017년 3월 24일)
***
속 빈 강정 빈깡통이라는 말이 이런 때 해당한다.
진짜로 찾아보면 그럴 듯한 개설 하나 없다.
말도 안 되는 주장만 일삼은 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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