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매서운 기운 이르니
북풍 얼마나 차가운지
근심 많아 밤 깊어진 줄 알고는
우러러 늘어선 뭇별 보네
삼오 십오일 달은 찼다가
사오 이십일이면 어그러지네
손님이 먼 곳에서 와서는
편지 한 통 나한테 주는데
앞에선 긴 그리움 말하다가
뒤에선 오랜 이별 말하네
편지 소매에 넣어두고선
세 해 되도록 글자는 그대로
한마음으로 구구히 품고선
내 맘 헤아리지 못할까 두렵네
孟冬寒氣至,北風何慘慄。
愁多知夜長,仰觀衆星列。
三五明月滿,四五蟾兔缺。
客從遠方來,遺我一書札。
上言長相思,下言久離別。
置書懷袖中,三歲字不滅。
一心抱區區,懼君不識察。
주석 :
三五: 十五日.
四五: 二十日.
三歲: 三年.
滅: 消失.
區區: 指相愛之情.
《문선文選》 권29에 수록한 작가 미상 한대漢代 19종 오언시五言詩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중 17번째다.
이 역시 본래 제목은 없으며, 편의상 구별을 위해 그 첫 구 맹동한기지孟冬寒氣至를 내세워 임시방편으로 그리 삼을 뿐이다.
여타 한대 악부시가 그렇듯이 이 구절 역시 어려운 대목은 거의 없다. 다만 愁多知夜長,仰觀衆星列。이것만이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해가 아리숑숑한 데가 없지는 아니하며, 또 그런 까닭에 잡힐 듯 말 듯하다.
愁多知夜長은 글자 그대로는 근심이 많아지고 나서야 비로소 밤이 깊었음을 안다는 뜻이 되겠거니와, 이걸로는 이해가 쉽지는 않다.
다만 이 시 계절 배경이 밤이 가장 긴 한겨울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뜩이나 긴 밤에 근심 또한 그리 많아지니 얼마나 더 괴롭겠는가?
이런저런 걱정 혹은 그리움에 전전반측하는 밤, 잠도 안 오는 판국에 밤조차 기니 이 얼마나 더 괴롭겠는가? 미치고 환장할 노릇 아니겠는가?
따라서 저 구절은 가뜩이나 긴 겨울밤, 근심조차 많아 더 괴롭다는 뜻을 내포한다 하겠다.
문맥으로 보아 이 시는 화자가 고향 같은 데 홀로 남은 여자다.
그 남편은 무슨 일인지 다른 데로 떠난지 오래, 아마도 수자리 서러 갔거나, 돈 벌어 오겠다며 배타고 훌훌 날아가서는 돌아오지 아니한다.
그러다가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는데 꿈에도 그리던 님이라, 앞 대가리에서는 그대가 보고 싶소 라 말을 꺼내고선 이내 당신 보고픈데 보지 못하니 괴롭소 라 한다.
그 편지 받아드니 오죽 심란한 마음이 더 심란하겠는가? 3년 전에 온 그 편지 소매에 넣어두고서는 틈만 나면 읽어보는데, 하도 자주 봐서 글자가 지워지지 않을까 걱정일 정도다.
저 맘 조금은 이해한다. 그리 아픈 사랑을 해 본 적 있으므로, 그 아픔이 어느 만큼인 줄은 대강은 짐작하겠다.
저 시에선 날짜를 곱셈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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