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두 가지 뜻이 있는데,
1. 발을 싸매고 달려가다.
2. 발을 싸매고 주저하다.
한국한문고전에서는 1번 뜻으로 많이 쓰였다.
그런데, 발을 싸맨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자료를 조사해보니
《회남자淮南子》에 이르기를
“옛날에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려 하자, 묵자가 듣고서 걱정이 되어 노나라로부터 달려갔다. 열흘 밤낮을 달려 발이 누에고치처럼 부르텄는데도 쉬지 않았다. 옷을 찢어 발을 싸매는 지경이 되도록 달려가서 초나라 왕에게 유세하였다. [昔者, 楚欲攻宋. 墨子聞而悼之, 自魯趨而十日十夜, 足重繭而不休息, 裂衣裳裹足, 至於郢, 見楚王曰, 臣聞....]”
라고 하였다.
이로써 보면, 발에 물집이 생겨 누에고치처럼 되었는데 그 고통을 줄이고 발을 보호하기 위해 헝겊으로 발을 동여맨다는 뜻인 듯하다.
《송원학안宋元學案》에는
“명도선생의 마음으로 마음을 삼는 자는 옷을 찢어 발을 싸매어(?) 신발 신기를 기다리지 않고 길을 나설 것이다. [明道先生之心爲心者, 裂裳裹足, 不俟屨而在途也.]”
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버선발로 뛰어 나간다’는 뜻으로 쓴 것 같은데, 아리송...
열상裂裳은 미해결.
한국고전에서는 ‘裹足千里’, 또는 ‘千里裹足’으로 나오는데, 과족이니 열상이니 하는 낱말 뜻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번역은 해야 하니, 우선 이렇게 얽어보기는 하는데,
‘발을 싸매고 천리길을 달려’라고 하면, 독자가 ‘왜 발을 싸매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고, ‘절박한 심정으로 천리길을 달려’라고 하면, 발 부르튼 상황이 살아나지 않고,
한데 옷은 왜 찢지?
***
이상은 한국고전번역원 박헌순 선생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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