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대는 보스니아니 혹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니 하는 이름은 듣보잡이다.
그냥 유고슬라비라라는 이름으로 퉁쳤을 뿐이며, 그런 유고 기반 사건이라 해서 세계사 시간에 배운 딱 한 가지는 오직 사라예보 총성이 있어, 이걸로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는 일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유고슬라비아, 혹은 약칭 유고가 연방국가이며, 인종 종교가 얽힌 그리 복잡한 불안불안한 동거 상태였으니, 그것이 페레스트로이카 여파로 민족 분쟁이 폭발하면서 내가 아는 유고라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고 그에서 무수한 새로운 국가가 생겨났다.
아 하나가 더 있다. 사라예보 탁구. 1973년 4월 9일, 당시만 해도 공산권이라 해서 동토凍土의 땅이라 일컬은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이에리사와 정현숙, 박미라가 일본을 꺾고 우승한 일이다.
암튼 내 세대에 죽은 사람들이 다시 환생한다면, 저 발칸 지도를 보고선 도대체 이게 뭐냐 되물을 것이 틀림없다.
서울역사박물관이 개최 중인 국제교류전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바로 이 유고 연방 해체와 그를 둘러싼 진통 속에서 터진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현대사 대참사를 그 무렵에 태어나거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 시각에서 다루는 참으로 가슴 아프고 먹먹한 전시다.
이런 전시회를 한다는 사실은 두어 번 저 박물관을 지나며 표지 선전 간판을 보기는 했지만, 오늘에서야 우연히 하도 후덥지근해 무더위 식힌다 해서 들렸다가 좀 늦은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소문이 나지 않은 전시이기에, 또 이렇다 할 눈에 띨 만한 홍보전략도 눈에 띠지 않았기에 그렇지 나로서는 참으로 간만에 그리스 비극 작품 한 편을 읽은 듯한 상념에 젖게 한다. (지난 5월 4일 개막한 이 전시는 오는 8월 25일까지 한댄다.)
위선 이번 전시 상대는 보스니아 War Childhood Museum이라 한다. 전쟁기 어린 시절 박물관? 이름이 요상타.
이런 박물관이 있나 하는 되물음은 나라고 다를 수는 없으니, 이르기를 그에서 대여한 작품? 들을 통해 사라예보 포위전(1992-1995)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겪은 38개 이야기로 꾸몄다 하는데, 그 장면 하나하나가 먹먹하다.
이 전시는 우리더러 분노하거나 울어달라 하거나 강요 혹은 윽박하지 않는다.
이런 전시 기법 나는 참말로 마음에 든다.
강요 윽박하는 전시가 그 구호가 제아무리 정당하다한들 파시즘 선전과 무에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몹시도 아프다.
저 박물관은 2017년 상설전시실을 개관하고 201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상을 수상했다 하는데 이번 전시를 보니 왜 그랬는지를 알겠다.
간단히 말해 저 박물관 혹은 이번 특별전은 관통하는 도도한 흐름은 휴머니즘이다.
전쟁을 경험한 어린이들 경험에 초첨을 맞춘 세계 유일의 박물관이라 하며, 2013년 출판된 책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한다.
이 박물관 창설자이자 관장인 Jasminko Halilovic(야스민코 할릴로비치)는 1988년 생이라 저 내전이 발발했을 1992년을 기점으로 보면 네 살이었고 그것이 끝났을 때는 일곱살이 되어 있었겠다.
저 보스니아 내전은 국민투표를 통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회주의 공화국 독립을 선언했지만 모두가 찬성한 것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었다.
이 독립할 공화국을 구성하는 사람 중에는 그에 반대하는 세르비아계가 적지 않았으니 양측 갈등은 마침내 전쟁으로 발전했다.
독립을 좌시할 수 없다는 세르비아는 군대를 동원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로 진격한 것이며, 이 와중에 그 유명한 인종청소가 자행되는 일로 발전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전시는 희한하게도 이 참사를 이렇게 보라, 저리 보라 강요하지 않는 데 매력이 있다 하겠다.
그 전시 몇 장면은 하나씩 토막으로 잘라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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