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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고전용어] 수당지계垂堂之戒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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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는 글에 이런게 있다. 북한산 이야기다.


其曰白雲者, 在仁壽峯西, 卽山之最高處. 백운대라는 곳은 인수봉 서쪽에 있는데, 여기가 바로 이 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望之甚危懔, 鑿石爲路, 往來者皆攀附而上. 바라보면 아슬아슬하고 바위를 파서 길을 만들어놨는데 오가는 이들은 모두 부여잡고 기어서 올라간다. 

不甚艱苦, 而苟一跌足則俯身直墜而下, 幾至于千萬仞也.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정말이지 한번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몸이 꼬꾸라져 수직으로 천길 낭떠러지로 쳐박힌다. 

余每一欲登臨, 而自古有垂堂之戒, 故不敢之. 내가 매양 한번 올라보고 싶기는 했으나 예로부터 수당의 경계가 있기에 감히 올라가지 않았다. 

 

이에 보이는 “수당지계垂堂之戒”, 곧 수당의 경계 라는 말은 《사기史記》에도 나오고 《한서漢書》에도 나오니,

 

家累千金坐不垂堂 집에 천금이 있으면 앉을 때에 당의 가장자리에 앉지 않는다.

또는

千金之子坐不垂堂 천금의 자산을 가진 집안의 아들은 앉을 때에 당의 가장자리에 앉지 않는다.

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요샛말로 하자면, 재벌집 아들은 몸조심을 하느라 마루 끝에 앉지 않는다 라는 뜻이다.

한데 마루 가장자리, 끝에 앉으면 왜 안 되는가의 물음에는 해석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마루(정확히는 堂은 마루랑은 좀 다름) 끝은 지붕 처마 끝자락 바로 아래이므로 지붕에서 혹시라도 기왓장이 떨어지면 다치기 때문.

둘째, 마루 끝에 앉으면 아래로 떨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

대개의 사전에는 첫째 풀이 중심으로 실렸다. 주희가 쓴 《통감강목通鑑綱目》이라는 책에는 둘째 풀이로 주석이 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퇴계문집고증退溪文集攷證》이라는 책에는 떨어질까 염려하여 가장자리에 앉지 않는다고 풀어놨다.

그렇다면, 한국문집에 실린 글에 저 표현이 있으면, 둘째 풀이에 맞게 번역하는게 일단 옳다. 한데 기존 번역서 주석에 대부분 첫째 뜻으로 설명한 것은 어인 일인가?

 

*** 편집자注 ***

 

이상은 한국고전번역원 박헌순 선생 글이다. 두 가지 뜻 중에서 후자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은 저런 뜻으로 조선시대에는 사용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인 듯하다. 선생이 말하는 퇴계문집고증이라는 책은 아마도 풀 네임 퇴계선생문집고증退溪先生文集攷證 이라는 풀네임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저 말은 《사기史記》 권 제101 〈원앙열전袁盎列傳〉에 “천금을 지닌 부잣집 아이는 당 밖의 위험한 자리에 앉지도 않는다고 한다.〔千金之子, 坐不垂堂.〕” 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자기 몸을 아주 조심함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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