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삼십삼칸당三十三間堂
산주산겐도さんじゅうさんげんどう. 이리 쓰면 알아들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三十三間堂이라 삼십삼칸당이다. 이름으로 보아 33칸 건물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칸이라는 개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칸이라는 말은 間으로, 건물이 몇 칸이라고 할 때는 간이 아니라 칸으로 발음한다. 칸, 글자 그대로 공간 space를 의미한다.
이 칸은 오직 동아시아 목조건축에서만 해당한다. 그것도 건물 기둥을 기준으로 성립한다. 그 건물 기둥도 작은 기둥이 아니라 주기둥이라 할 만한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 칸은 이런 主기둥과 다른 주기둥 사이 숫자다. 어떤 건물이 몇 칸인가는 이 주기둥 총 숫자에서 1를 빼면 된다. 다시 말해 주기둥이 10개면 9칸이고, 5개면 4칸이다.
흔히 건물 규격을 말할 때 전면 몇 칸 측면 몇 칸이라 한다. 전면 5칸, 측면 3칸이면 전면에 기둥이 6개요, 측면은 4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인공은 왜 33칸당이라 했겠는가? 주기둥이 34개나 되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앞 그림은 삼십삼칸당을 에도 강호江戸시대 때인 18세기 후반에 가천풍춘歌川豊春(우타가와 도요하루, うたがわ とよはる, 1735~1814)라는 사람 작품이다. 기둥이 34개가 되어야 하는데, 그림에 다 표현됐는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암튼 전면이 33칸입니다.
그렇다면 측면은?
보다시피 5칸입니다. 건물 전체 길이는 118.2미터에 달합니다. 종묘 정전 길이가 101m보다 깁니다!!! 그러면 우리가 넘버투? 나한테 해코지 한 것도 아닌데 괜히 기분 나쁘죠? 그렇다고 혹 홧김에 이상한 짓은 하지 마세요.
위선 그 위치를 확인하자. 아래에서 보듯이 이조성과 어소 중심으로 보면 그 정남쪽이라 해야 할 자리에 위치한다.
이 절은 불교 종파로 보면 천태종에 속한다. 천태종은 중국 수나라 승려 지의智顗(538~597)라는 분이 개창한 새로운 불교 종파로, 그 문을 연 데가 천태산이라는 데서 그 가르침을 계승하는 불교 파벌을 훗날 저리 부른다. 천태종이 어떤 종파인가는 그 영어 표현이 Lotus School이라는 데서 잘 드러납니다. 학원 이름이 연꽃입니다.
연꽃을 앞세운 불교 대표 경전이 바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약칭 《법화경法華經》입니다. 천태종은 이름처럼 이 법화경을 절대적인 존재 기반으로 삼습니다.
그럼 법화경이란 뭐냐? 그 챕터 중에서도 제25편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이 가장 유명합니다. 하도 유명해서 법화경 중에서도 이 챕터만 쏙 빼서 별도 경전처럼 취급하기도 합니다.
이 관세음보살 보품품을 간단히 축약하면 관세음 보살이 이 세상 모든 고통 환난에서 구제해 주는 분이다. 그러니 열심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만 외쳐도 그것만으로도 이 분 가호를 받는다 이겁니다.
복잡한 거 하나도 없습니다. 교리도 단순하고 가르침도 참 쉽죠. 그래서 역대로 불교라고 할 때 관세음보살은 외려 부처님보다 인기가 많습니다.
관세음보살은 특징이 있어 보통 한 쪽 손엔 연꽃을 든 모습이 많습니다. 하도 인기가 많다 보니 고유 컬러도 있어 흰옷을 즐겨 입는데 이때는 백의白衣관음이라 하며, 또 하도 능력도 많아서 손이 천개가 된다는 이때는 천수千手관음이라 한답니다.
내친 김에 흔히 부처랑 보살을 헷갈리곤 하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부처님은 파머 머리에 몸에는 옷가지 말고는 걸치는 것이 없는 반면에 보살은 보관寶冠이라 해서 각종 금은보화로 장식한 고깔 비스무리한 모자를 쓰고 몸에는 각종 금은보화 장식을 걸치십니다. 이거 보면 참 부처님 억울하죠? 좋은 건 다 보살 차지니 말입니다.
이런 불교 기초를 염두에 두면 이 삼십삼칸당은 이해가 참 쉽습니다.
관세음보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법화경에 기반한 천태종 사찰이니, 이곳에 모시는 넘버원 불보살은 누구겠습니까? 볼짝없이 관음 아니겠습니까? 이런 오야붕적 존재를 본존本尊이라 하는데, 이곳은 관음 중에서도 손이 천 개라는 천수관음千手観音이십니다.
천태종이라는 기반, 관음보살과 법화경이라는 주축을 고려하면 이 절 이름 연화왕원본당蓮華王院本堂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압니다. 연화, 곧 연꽃은 관음보살한테는 마스코트와 같죠. 그래서 연꽃의 왕 연화왕蓮華王은 곧 관음보살 별칭입니다.
이 삼십삼칸당은 마주하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건물도 압도적이고 그 안에 모신 조각 하나하나 다 압도적입니다. 모르겠습니다. 혹 내가 불교에 원한이 많다면 다 불신지옥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종교 선입관 혹은 믿음을 떠나 허심하게 본다면 그 무수 찬란한 조각솜씨를 찬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여년 전 제가 갔을 적에 안타까운 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사진을 못 찍게 합니다!!!! 사진 찍는다고 조각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진들을 검색해 보니 책자를 긁은 것들이라 지금도 못 찍게 하는 모양입니다. 광륭사 보살님도 아마 못 찍게 할 겁니다. 물론 건물 외양은 상관없습니다.
이 삼십삼칸당은 건물 그 자체와 그 안에 모신 조각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먼저 건물입니다. 일본 국보인데 지금 우리 앞에 선 건물은 그 만든 시점이 1266년입니다. 이렇게 오래된 목조건물을 볼 적마다 좀 화딱지가 우리는 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 건물은 창건기 그것이 아닙니다.
애초 창건은 후백상 천황後白河上皇(1127~ 1192)이라는 사람이 이궁離宮, 다시 말해 별장으로 세운 법주사전法住寺殿이라는 건물입니다. 당시에는 오층목탑도 같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1249년 화재로 탑과 건물이 훼손되고 1266년에 본당만 재건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경도 지역에서 이보다 오래된 목조건물은 대보은사大報恩寺 본당밖에 없습니다.
뭐 건축 구조에 대한 잡다한 설명이 많으니, 그딴 거 알아봐야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됩니다. 이 정도로 건물 얘기는 마치기로 하구요, 다음으로 불상들을 보겠습니다.
건물 내부 중앙이 오야붕 차지입니다. 이 자리에 가마쿠라 겸창鎌倉시대 승려 담경湛慶이라는 분이 제작한 앉은 천수관음이 계십니다. 그 좌우로 각각 계단 모양 불단을 마련하고 그 위에 각각 500체 천수관음상을 놓았습니다.
본존인 천수관음 뒤에 안치한 다른 천수관음은 선 모습입니다. 따라서 이곳에 모신 천수관음만 도합 1천1분입니다. 손을 천개 지닌 분을 강조하고자 아예 그런 관음을 천개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계단에 가득가득 열을 지어 안치한 천수관음 앞으로 28부중상部衆像을 안치했으니 그 좌우 끝단에 모신 이가 각각 풍신風神과 뇌중상雷神像이다. 간단히 바람신과 우뢰신입니다.
본존인 천수관음 좌상은 목조품입니다. 천수라 하지만 천개를 다 표현하기는 힘들어 실제는 11면 42비臂라 팔은 마흔두개입니다. 像 자체는 높이 3.348미터, 받침대인 대좌台座와 뒤쪽 장식인 광배를 포함할 때 전체 높이는 7미터를 상회합니다.
대좌 쪽에 묵글씨가 있어 이를 만든 사람은 대불사大仏師 법인 담경法印湛慶과 소불사小仏師 법안 강인法眼康円, 그리고 소불사小仏師 법안 강청法眼康清임을 알려줍니다. 1251년에 만들기 시작해 1254년에 마쳤다고 합니다.
천장 장식인 닫집 또한 유명하니 눈여겨 봐 주기 바랍니다.
다른 천수관음 역시 목조지만 서 있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본존과는 다르다는 점은 말씀드린 대로이고 이 분들은 키가 대개 166~167cm 전후입니다. 당시 성인 남자 평균키는 160안팎이었을 텐데 그보다 큽니다.
이들 천수관음을 동시기에 만든 건 아닙니다. 1249년 화재에 살아남은 창건 당시 평안平安시대 작품이 124점, 겸창 가마쿠라시대 재건 당시 만든 것이 876점이며 기타 실정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추가한 것이 한 분입니다.
구별을 위해 번호를 매겨 놓았습니다.
삼십삼칸당 서쪽 처마 아래서는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화살을 쏘는 궁술 경기가 안사도산安土桃山시대 이래 행해진다는데 글쎄 무슨 의미일까. 한반도에서 그런 기능을 수행한 관덕정觀德亭 역할을 이 사찰이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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