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잠 깬 올림픽공원 한성백제박물관이 《고구려와 한강》을 주제로 내건 특별전을 개막했다기에 얼굴 전면 대개비 기념해서 남영동 사저를 출발해 찾아나섰더랬다.
가서 본 소감을 일별한다.
1. 고구려는 그릇밖에 안만들었구나
그릇 가겐 줄 알았다. 박물관이란 간판 없었음 이 그릇 얼마예요 주문 넣을 뻔 했다.
온통 사방천지 그릇이었다.
왕뚜껑도 있고 짬지 공가서 오줌 싸는 오줌통도 있다.
2. 고구려는 그릇 강성대국이었다
얘들은 할 줄 아는 게 그릇 만들기밖에 없었나봐.
물론 가끔 철기 목기도 곁들여 놓기는 해도 저네들은 칠백년간 그릇만 만들다가 망했나봐.
3. 강성대국 고구려 그 힘은 그릇에 있었나봐
백제 신라보다 그릇이 쎗나봐
그릇치기 대회 했나봐.
그러다 막판에 인화문토기 앞세운 신라에 묵사발 났나봐.
안다.
그릇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걸 어찌하겠는가?
고고학을 토기 유형분류학으로 착각하는 한국 고고학 그 처참성에서 무슨 다른 걸 기대하겠는가?
토기 그림 그리고
그 분포양상 그리고
그 선후관계 그려서
땅따먹기하는 게 한국고고학이란 거 인정한다.
가끔 기술사네 해서 토기 제작술이 어케 변했고 또그 연원 추적해서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니 하는 게 한국고고학이란 거 안다.
학계가 그런 판국에 무삼 새로움을 기대하겠는가?
하다 못해 저 그릇들로 어떤 요리를 해쳐먹었는지 그 요리는 쪼림인지 끓임인지 데치긴지, 시루라면 그 사용이 무엇을 말해줌인지 뭔지 이런 거 정돈 해주어야 고고학 언저리라도 갔다지 않겠는가?
덧붙여 기왕 그릇 전시할 거 맥락 쏵 개무시하고 순전히 미학 디자인 관점에서 전시하는 기법도 생각해 봄 직하지 않겠는가?
고구려와 한강이라 해서 하다 못해 장대한 한강 항공사진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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