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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돌리고 나서려는데 문득 아쉬어 뒤를 쳐다봤다. 조만식이 손짓한다. 잘 가그레이, 또 보제이. 나도 화답했다. 또 봅시다 영감. 한데 어찌하여 영감이 예 섰소? 아직 못다한 건준의 꿈이 있소? 영감이 꿈꾸며 '준비'한 '건국'은 무엇이었소?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었소? 그나저나 영감 요새 남한에 나타나면 환영은 썩 받지는 못할 듯 하오. 건국이 아니라 정부수립이라 하니 말이오. 캬캬캬.
영감한테 손짓하고는 돌아서 차를 몰아 전망대를 내려오는데, 중턱 산길에 턱하니 바리케이트가 쳐졌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젊은 군인 두 마리가 초소에서 지킨다. 나도 황당하고 지도 황당한 모양이다. 넌 뭐냐? 아마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아마도 저짝에서는 이 놈 뭐하다 지금에서야 끄질러 내려 오느냐 하는 표정이다. 그 옛날 같으면 나는 붙잡혀 가서 취조 당하곤 카메라 압수당했을지도 모른다.
차를 몰아 나오면서 내내 이젠 갈 때가 되었나 하고 생각해 본다. 저 강너머 땅을 헤집고 나아가 평안도며 함경도로, 그리고 내가 그토록 만나고 싶은 마운령 황초령에 서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젊은날 성욕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마 이 생활 마지막 현장은 북녘 산하가 되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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