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영감답다.
내가 그의 성격을 알기에, 더러 《초한지(楚漢志)》 번역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어떤 모양새로 나올까 못내 궁금했거니와, 내가 고국을 비우고 애굽을 다녀온 사이에 그 소식이 전해졌으니, 아래 우리 공장에서는 간단한 출간 소식만 전해졌다.
다만, 그 의미 혹은 성과에 견주어 그 평가가 적어도 기사로서는 충분히 언급되지 아니해서 몇 마디 덧보태고저 한다.
무엇보다 이번 완역작업은 그것을 시도한 이가 김영문 선생이라, 나와는 좁게는 같은 김녕김씨 일문이라 더 애착이 깊거니와, 그는 차치하고라도 그가 기존 이런 작업에 손대어 선보인 성과들이 녹록치 아니하니, 그는 언제나 족보를 중시하는지라, 같은 번역을 해도, 언제나 뿌리가 있는 번역을 하니, 이 분야 그 집대성으로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를 꼽을 만하다.
항우와 유방이 천하 쟁패를 위해 벌인 그 전쟁을 소재로 하는 《초한지(楚漢志)》는 그 명성만큼이나 수많은 이본이 존재하거니와, 그렇지만 국내 시중에 선보인 이런 류는 하나같이 족보가 없어,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원전에 있는 것인지, 역자가 선보인 데는 어디인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김옹 역시 이런 세태에 분개해,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에 대해 그리했듯이 《초한지》 또한 족보를 찾아서, 원모를 가장 잘 유지한 것으로 판단한 저본을 기준으로 이를 어미로 삼아 차근차근 옮겼다. 이런 점에서 김옹이 고른 저본이 정확한 생몰연대는 알 수 없지만, 명나라 때 인물인 견위(甄偉)라는 사람이 완선한 《신각 검소각비평 동서한연의(新刻劍嘯閣批評東西漢演義)》 중 《서한연의(西漢演義)》를 저본으로 삼았다. 김옹에 의하면 이것이 바로 《초한지(楚漢志)》의 뿌리이며, 그 결정판이라 한다.
나아가 김옹 스스로 밝힌 바에 의하면 "번역 문체는 대조가 가능하도록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표현을 살리려고 힘썼다" 한다.
《삼국지연의》가 그렇듯이 《초한지(楚漢志)》 역시 역사를 소재로 하는 역사소설이라, 이에서 관건은 어디까지가 실제 역사에 기록된 fact이며, 어느 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인지 판가름이라, 저자는 "정사와 다른 부분에는 상세한 각주를 달아 둘 차이를 설명"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자세가 자칫 문학성을 훼손할 우려가 없지도 않으나, 동양 전근대 연의소설은 이런 작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는 점에서 이번 작업은 의의가 자못 크다고 할 만하다.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원전에서 발견되는 오류도 최대한 바로잡고자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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