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네들은 왜 이름이 이 모냥이냐?" 방탄이 뭐냐? 총 맞았데?"
아직도 나는 그 의뭉함을 풀지 못했다. 가요 담당한데 물어도 뭐 뾰죽한 답이 없었다.
다시 한 마디 뇌까렸다.
"방탄이 총이라면 이 친구들 백지영이랑 관계 있는 거 아냐? 총 맞은 것처럼?"
그랬더니 가요 담당이 깔깔 웃는다.
"어째 아셨어요? 방탄이 키우는 친구가 방시혁이에요. 총 맞은 것처럼 작사작곡한 친구요."
해직 생활 끝내고 복직해 생판 인연도 없는 전국부에 있다가 이 공장 문화부장으로 발령난 지난해 4월 직후 어느 무렵 일이다.
그때만 해도 나는 방탄이가 누군지 알지도 못했고, 알 생각도 없었다. 그래도 양심이 없지는 않아 가요 담당 기자를 불러서 물어봤으니, "문화부장질 하면서 그래도 이런 친구들을 알아둬야 한다는 얘들이 있을 것 아니냐? 그 놈들 몇몇만 불러봐라. 유투브 들어가서 들어볼란다" 했더니, 대뜸 그 친구가 첫손에 꼽은 이가 방탄소년단이었다.
당시 그의 정확한 워딩은 잊었으나, "다른 건 몰라도 방탄이는 요즘 대세라 알아두셔야 한다. 그리고 레드 벨벳이랑 트와이스랑 블랙핑크 정도는 알아두셔야 한다"는 골자였으니, 그 말을 듣고는 대뜸 유투브로 들어가 방탄소년단 노래 두어 곡을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조우한 방탄이 노래들이 좀 묘했다. 이른바 아이돌에 그렇고 그런 시각을 지닌 이가 많을 것이로대, 나 역시 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무엇보다 그 떼거리주의, 그리고 판에 찍은 듯한 천편일률 이런 데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으며, 방탄이 역시 그럴 줄로만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다.
더불어 꼭 아이돌이 아니라 해도, 요즘 노래는 가사보다는 리듬 위주랄까 그래서 가사는 정확히 들리지도 않으니, 그런 반감도 적지 않았다.
한데 이 친구들 노래가 좀 묘한 까닭은 한 번 듣고서도 뭔가 친숙함을 준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가사야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음미가 힘들었으되, 요새 젋은 친구들 노래답지 않게, 그 첨단을 걸으면서도 두번째 들으니, 벌써 나한테는 이미자 조용필 나훈아 같은 노래가 되어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로 BTS 세상이 도래했다. 이들이 빌보도를 정복한 것이다. 것도 두번이나 연타로 말이다.
이 친구 인터뷰를 내가 조금은 깊게 살피는 편인데, 이 친구가 BTS 핵심이다. 부쩍 애늙은이 같은 말을 많이 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내 세대 누구나 그렇듯이 빌보드는 우리한테는 꿈이었다. 우리 세대에 빌보드는 김광한과 김기덕이란 두 걸출한 DJ로 각인하거니와, 이들이 오후 2시에 진행하는 팝 라디오 방송은 곧 당시 빌보드가 대표하는 팝시장 최신 흐름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들이 매주 한 번은 그 주 빌보드 차트를 전했거니와, 당시는 마이클 잭슨 전성시대라, 그 아성에 라이오넬 리치니 하는 기라성이 밤하늘 은하수처럼 빛났거니와, 그러다가 이내 두란두란과 컬쳐클럽, 왬의 시대가 도래했다. 요새 한창 관에서 깨어난 퀸은 그 시대 표상 중 한 그룹이긴 했지만, 퀸은 그 시대 뛰어난 그룹 혹은 싱글 가수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고교 재직 시절인 그때, 이렇다 할 팝시장 정보 접촉창구는 오직 김광한과 김기덕에 있었을 뿐이거니와, 당시 싱글 순위는 오직 음반판매량이 있었을 뿐이거와, 요새야 그것을 측량하는 지수도 무지막지하게 많아졌으니, 어떻든, 우리한테는 실로 꿈만 같은 그런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방탄이가 마침내 최정상에, 것도 두 번이나 올랐으니, 이 어찌 사건이 아니리오?
오늘을 기준으로 내가 방탄이라는 친구들을 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10개월에서 조금 모자란다. 인류 문명사에서는 찰나 중의 찰나에 지나지 않을 이 시기에 BTS가 무슨 개뼉다귀인 줄 알던 어떤 문화부장이 그들의 소위 세계 정복에 광분하여 괜히 어깨가 쭛뼛했으니, 참 세상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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