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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15)
호국사에서 가을을 읊다(護國寺秋吟) 여덟째
[宋] 백옥섬(白玉蟾) / 김영문 選譯評
안성 석남사. 2011. 11. 12
별빛이 천 점
반딧불 같고
구름은 한 쌍
두루미 같네
외로이 시 읊으며
추위에 잠 못드는데
떨어지는 나뭇잎
휑한 창을 때리네
星似螢千點, 雲如鶴一雙. 孤吟寒不寐, 落葉打空窗.
절집은 청정하고 고적하다. 스님들은 티끌 세상과 인연을 끊고 불도에 매진한다. 가족, 연인, 친구를 떠나 진리를 탐구한다. 멀고도 깊다. 진실로 텅 비어 있지만 오묘하게 존재한다. 가을 밤 절집 지붕 위로 별이 쏟아진다. 늦여름 풀숲에는 반딧불이 찬란했다. 반딧불이 가득 덮힌 하늘에 하얀 두루미 한 쌍이 날아간다. 아니 흰 구름이다. 분별할 것도 없다. 청정함에는 추위가 묻어있고, 고적함에는 외로움이 배어 있다. 그 추위와 외로움의 어깨 위로 마치 무극(無極)의 죽비처럼 붉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내린다. 휑한 마음의 창을 스산하게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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