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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는 한대漢代에 유행한 애절한 민가 모음이라, 이런 노래가 한둘이었겠느냐만, 개중에 더욱 애절하다 해서 남조南朝 양대梁代에 소명 태자가 그 방대한 시문 앤솔로지 《문선文選》을 편찬할 적에 유독 이 19수만 골라 채록했으니, 이 경우 고시란 그냥 옛날 노래라 여기면 만사 형통이다.
개중 첫번째가 '행행중행행(行行重行行)'이라, '가고가고 또 가고가다' 정도를 의미한다.
가고가다 또 가고가다
그대와 생이별했네요
떨어진 거리 만여 리
각자 하늘 끝에 있지요
갈 길 험하고 멀어
만날 날 언제일까요?
북방 말은 북풍에 기대고
남쪽 새는 남쪽가지에 둥지 틀지요
떨어진 날 이미 멀고
허리띠는 날마다 느슨해지네요
뜬 구름 햇빛 가리고
떠난 사람 돌아올 생각 없네요
그대 생각에 늙어만 가는데
세월은 홀연히 이미 저물었네요
아서라, 더는 말하지 않을께요
부디 밥이나 잘 챙겨 드세요
行行重行行
與君生別離
相去萬餘里
各在天一涯
道路阻且長
會面安可知
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
相去日已遠
衣帶日已緩
浮雲蔽白日
遊子不顧反
思君令人老
歲月忽已晚
棄捐勿復道
努力加餐飯
2천년 전 노래인데도 어려운 구절 한 군데도 없다. 이것이 민가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어려운 전고를 남발하고, 까다로운 낱말 동원하면 그것이 대중가요이겠는가? 이런 방식을 쓴 이가 당나라 시인으로는 백거이를 든다. 소동파 역시 그와 가깝기는 하나, 적절히 어렵다. 하지만 민가 혹은 대중가요가 지닌 최대 강점은 절절함과 솔직함이다. 저 봐라, 어디 꾸밈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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