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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담헌을 만나는 길 1-홍대용 선생 부부의 묘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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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담헌 홍대용(1731-1783)이란 인물을 잘 모른다.

단지 고등학교 때 그가 베이징에 다녀오며 지은 <을병연행록>을 번역한 <산해관 잠긴 문을 한 손으로 밀치도다>를 꽤 재밌게 읽었던 적이 있고,

중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박지원(1737-1805), 박제가(1750-1805)와 함께 '북학파'로 묶이는 사람으로, 또 국어 시간에 "의산문답"이나 "홍덕보묘지명"으로 만나는 이름에 청나라 선비 엄성과의 우정 정도를 기억할 따름이었다.




그러니 그를 만나기엔 퍽 얕은 지식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잖는가? 그 유명한 병천순대로 내장을 채울 즈음, 근처에 볼 만한 데가 있나 해서 찾아 보니 '홍대용선생묘'가 1km 안에 있다지 않는가.

옳거니 싶어서 자동차를 몰았다.




들어가는 길 한 켠에 차를 세우고 살살 걸어갔다. 묘는 제법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 회양목 몇 그루를 앞에 심어놨는데 둥글둥글하니 전지작업을 해놓고 있었다.

담헌 선생과 그 아내 한산이씨가 같이 잠든 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주변을 살펴보니 무덤의 치레가 참 간명하다.

망주석 둘과 상석, 향로석에 비석 하나.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봉분의 크기가 작지 않다. 잔재주 없는 당당함이 느껴진달까.




비석을 읽어보니 철종 때 안동김씨 세도정치의 중추 중 하나였던 유관 김흥근(1796-1870)이 비문을 지었다.

그가 담헌의 손자와 이종사촌지간이었다니, 남양홍씨 가문의 성세가 짐작된다.

이 무덤이 있는 곳을 구미평이라 한다고 한다. 1km 너머 아우내장터가 있는 곳에 나지막이 솟은 산을 구미산이라 한다니 거북이 꼬랑지가 참 길기도 하다.

그 시절엔 청주 땅이었는데 지금은 천안 땅이라 담헌을 '천안의 인물'로 떠받드니 세상사 알 수가 없는데, 풍수를 모르는 내 눈에도 이 자리가 제법 괜찮아 보인다.




두두룩이 솟은 언덕 위에 자리한 혈에 앉힌 것 하며, 앞에 산이 한 겹 두 겹 옷고름 매듯이 자리해 이른바 장풍이 잘 될 만한 형국에, 무덤 뒤에 꿈틀대는 용맥에다가 지도를 보니 바로 앞에 흐르는 명당수...

과학적으로(이 표현이 중요함)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서도.

기왕 담헌 선생을 뵈었으니, 뽕을 뽑아보자! 싶어서 다음 행선지를 홍대용과학관으로 잡았다.




거기선 또 이야기가 길어지니 다음 포스팅에서(기다릴 분이 있을지는 모르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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