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원님!>
교토에 살던 후쿠다 세키지로(1882-1979)란 사람이 있었다.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간사이법률학교 졸업 후 제약회사 사장, 비료회사 사장 등을 지낸 뒤 정치에 몸을 던진다.
교토시 의원, 교토부 의원을 거쳐 1932년부터 1942년까지 3연속 중의원 의원을 지낸 그는 1945년 이후 두 차례 의원 선거에 출마하지만 낙선하고, 정계를 떠났다.
10선도 모자라 자손에게까지 지역구를 물려주는 요즘 일본 의원에 비하면 짧게 끝낸 편. 그러고 구순을 훌쩍 넘겨 살았다(정계를 떠나서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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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쿠다 상은 젊은 시절 한국에서 잠시 소학교 교장을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자료가 다 보인다.
대정 12년(1923)인지 소화 12년(1937)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가 중의원 의원을 지내던 1937년이겠지 싶은데,
개성에 있던 개성도서관에 <제69회 제국의회보고서>를 한 권 보내준 모양이다.
이에 개성도서관장은 2월, '후쿠다 세키지로 님'께 엽서를 하나 보낸다.
감사히 책 잘 받았사옵고,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수령증인 셈. 관장 도장까지 꾹 찍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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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이 땅의 남과 북을 나누고 갈라놓았다. 개성은 북이 되었고, 남의 사람은 일제강점기 개성에도 도서관이 있었다는 그 당연한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
지금 개성에 일제 때 개성도서관 건물이 남아있을는지 모를 일인데, 혹 저 후쿠다상이 보낸 보고서가 버려지지 않고 거기 있다면 그야말로 천행 아닐까?
그 소식을 알 만한 분 어디 안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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