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개인의 의지로 어디까지 성취를 이룰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거작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미 근대적 서구측량기술이 들어와 거의 유사한 시기의 伊能忠敬의 지도는 훨씬 진보한 형태의 것이기 때문에 김정호의 지도를 상대적으로 폄하하는 이야기도 보지만,
인간의 성취의 가치란 그런 절대적인 부분보다 자기가 주어진 조건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로 평가할 부분도 있는 것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거질을 보면 이 사람이 평생동안 한길을 팠고, 그 성취가 대단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각설하고-.
대동여지도 목판이 있다.
도대체 대동여지도는 왜 목판에 새겼을까?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동여지도는 관찬서적도 아니었고 목판 역시 국가에서 재정지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마 어떤 독지가 도움을 빌어 김정호 스스로가 주동이 되어 목판에 새긴 것이 아닌가 하는데, 한때 나는 김정호가 목판에 대동여지도를 새긴 동기는 이 지도를 팔아 상업적 이득을 보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조선판 전국고속도로 지도?) 사실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김정호가 스스로 목판 제작까지 달라붙었고, 그 제작의 동기가 아직도 불분명하다는 것 그 자체가, 뒤집어 이야기하면 김정호 열정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19세기 초반, 조선의 자본주의적 기초가 취약한 상태였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당시 조선이 일본처럼 상업 출판이 흥성한 상태였다면, 아마 대동여지도는 김정호 개인이 목판제작에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출판업자가 붙고, 그가 상업적 동기에서 책을 찍어 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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