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 2019-12-20 09:00
국립중앙박물관, 내년 4월 5일까지 특별전
양날 도끼 돌, 루오베시 출토, 석기시대 ⓒ핀란드문화재청 민족학자료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에 조금은 이색적인 전시를 기획했으니, 21일 개막해 내년 4월 5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선보이는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 전이 그것이다. 이를 박물관에서는 핀란드국립박물관과 기획했다고 하는데, 북구쪽 전시가 매우 드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 의의에 대해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최초의 북유럽 역사 문화 전시로 핀란드 디자인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전시"임을 내세우거니와, 이를 통해 "핀란드의 물질문화와 디자인의 가치를 탐구"하겠다고 한다.
필루 형식 도끼 나무-철, 케미예르비 출토 ⓒ핀란드국립박물관 민족학자료컬렉션
전시 제목에 '10000년'이라는 대목에 들어간 까닭은 그 전시품에서 비롯하거니와, 한마디로 이번 전시 품목은 '구석기 이래 노키아까지'라 할 만하다. 이를 위해 고고, 민속, 현대 산업디자인, 사진, 영상을 포함한 관련 유산 140여 건에다가 한국 유산 20여 건을 찬조출연케 한 점이어니와, 나는 아직 이 전시를 관람하지 못했다.
아무튼 우리 공장 소개와 박물관 자체 소개를 종합하면 돌도끼와 휴대폰, 나무썰매와 현대스키, 곰 뼈와 현대 디자인 의자가 나란히 놓여 관람객을 맞이한다는 것이어니와, 이를 통해 "이색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조합은 인간과 물질, 그리고 사물과 기술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생각해 보는 특별한 관찰과 공감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스툴 나무, 사비타이팔레 출토 ⓒ핀란드국립박물관 민족학자료컬렉션 나뭇가지 그대로를 활용해 만든 의자다. 이 나뭇가지로 의자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어떤 누군가를 떠올려 본다. 나뭇가지를 보는 순간 의자의 다리를 떠올렸던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 이런 모양으로 버려져 있는 가지를 발견하고 의자 다리를 만들게 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형태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인가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창조적 과정이란 인간이 자연과 환경을 ‘해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를 본 몇몇 지인이 이 전시가 볼 만하다고 추천하거니와, 오늘이라도 나는 찾아보려 한다.
아무튼 이번 전시를 이와 같은 전시 취지를 선전하고자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을 만들다> <물질은 살아 움직인다> <사물의 생태학> <원형에서 유형까지> <초자연에서 탈자연으로> <사물들의 네트워크>의 총 6부로 구성했다 한다.
설피 나무, 코르필라티 출토 ⓒ핀란드국립박물관 민족학자료컬렉션 지형의 특징을 이해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형적 제약에 맞서 이를 극복할만한 새로운 이동 수단이 필요했다. 가장 효율적인 이동 방법을 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엿보게 한다.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이동 수단은 바로 도보 이동이다. 도보 이동에 필요한 신발이야말로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인간과 땅의 상호작용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설명해 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이번 전시에는 건축가 플로렌시아 콜롬보(Florencia Colombo)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빌레 코코넨(Ville Kokkonen)이 참여했다 하는데, 고리타분 박물관의 변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있다.
<부츠> 가죽-나무, 포리 출토 ⓒ핀란드국립박물관 민족학자료컬렉션
관람료가 성인 1인당 기준 3천원이라 한다.
〈노키아 커뮤니케이터 9000i> 모바일폰, 1996 ⓒ헬싱키디자인박물관 컬렉션
〈02D 294〉 부조, 알바 알토(Alvar Aalto), 자작나무 베니어판, 1947 ⓒ알바알토박물관 핀란드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했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의 부조 작품이다. 알토는 이 부조를 제작하기 위해 공장에서 장식장을 제작하는 장인의 손을 빌렸다. 이 부조는 가구 다리를 L자 형태로 적절히 구부리기 위해 진행한 일련의 실험 결과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를 결에 맞춰 세로로 잘라 구부리는 원리를 표현하고 있다. 창의성은 인간의 환경, 끝없는 관찰, 그리고 끊임없는 물질과의 상호 관계성에서 도출되기도 한다.
〈라이티넨 SS2010> 남성 수트, 디지털 프린팅한 면, 크리스 비달 테노마와 협업으로 고안한 투오마스 라이티넨의 ‘테크 그리드(Tech Grid)’ 문양, 2009 ⓒ핀란드국립박물관 핀란드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투오마스 라이티넨(Tuomas Laitinen)이 ‘배틀스타 갈락티카(Battlestar Galatica)’나 ‘새파이어 앤 스틸(Sapphire & Steel)’과 같은 공상 과학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알려진 남성 수트이다. 이 수트는 미래형 인간에 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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