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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무자비한 희생을 요구하는 콜로세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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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witter.com/Reuters/status/1389593182896336897?s=09

Reuters on Twitter

“Italy plans to restore the floor to the Colosseum to give visitors an idea of how the arena looked 2,000 years ago https://t.co/0uXYTew0ad”

twitter.com



콜로세움이 앞으로 이런 식으로 바닥재를 깔게 된단 것인데 이것도 논란이 없을 순 없다.

이는 결국 고고학의 오랜 논쟁과 직결하는데 현실세계는 가상세계 혹은 요새 유행하는 실감형콘텐츠의 세계와는 달라서 현장은 언제나 단 하나의 층위만 노출할 뿐이다.


The Colosseum brings back the gladiator's wooden stage

https://m.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065543717800254

The Colosseum brings back the gladiator′s wooden stage

SEOUL, May 3 (Yonhap) -- The Colosseum in Rome, Italy, a world-renowned site, will be revived as a stage where gladiators stood 1,500 years ago by rebuilding the now-disappeared stadium floor with woo ...

m.k-odyssey.com



간단히 보기를 들면 어떤 건축유적 하나를 발굴한다 치자. 삼국시대 이래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층을 노출한다 치자. 그 발굴현장을 사람들한테 보여준다 치자.

문제는 이에서 발생한다. 지하에서 출현한 다양한 문화층 중 어떤 문화층을 보여줄 것인가?

이 문제가 생각보다는 훨씬 현장에선 심각하다.


줄고래식 바닥



왜인가? 이는 필연적으로 선택이며 그 선택은 또 필연적으로 희생을 수반하는 까닭이다.

어느 하나의 문화층을 노출한단 것은 나머지 문화층을 은닉하거나 파괴한다는 뜻이다. 은닉은 그 아래층 문화는 덮어버린다는 뜻이며 파괴는 그 위층 문화는 날려버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층위를 노출로 선택할 것인가?

그 유적의 실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화층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여기서 칼싸움?



덧붙여 그렇게 노출한 문화층이라 해서 같은 시대에 동시에 존재했다고 그 어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시대만 비슷할 뿐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불국사는 실은 각종 시대 문화층의 짬뽕이다.

청운교 백운교 선 석축은 신라시대 것이라 하지만 솔까 모른다. 극심한 파괴와 보수가 되풀이된 것을 70년대에 보수하면서 도로 쌓아올리고선 이것이 김대성 시대의 불국사 석축이라 선전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회랑? 그 회랑 자체는 현대건축물이며 그 디자인은 조선후기 때 바닥이다. 대웅전? 그 토대는 신라시대라 하지만 이것도 모른다.


콜로세움 내부



황룡사지..현재 노출한 그것은 고려 고종 때 불타내린 그것이 얼개지만 이것도 각 시대 층위가 혼종착종 닐리리 짬뽕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것이 신라의 황룡사라 선전한다. 사기다.

저 콜로세움 colosseun..이건 영어표현이며 본래는 colosseus라는 라틴어지만 그것은 물론이고 그에서 비롯하는 이태리어는 복자음을 다 발음하니 콜롯세우스 정도로 읽어야 하거니와

현재 이 친구는 로마시대 영광은 온데간데 없고 생선 뼈다구마냥 몇몇 껍데기만 남았을 뿐이어니와 그나마도 비름빡은 절반 이상을 근대에 도로 쌓아올린 짜가다.


관중석? 앉을 데가 없다.



그 원형극장 그라운드가 실은 묘하기 짝이 없어 기나긴 발굴성과를 토대로 그 모습이 노출해 있거니와 그 모양은 간단히 말하면 우리네 온돌 구들장 딱 그것이다.

것도 뚜껑은 다 날아간 이른바 줄고래 딱 그것이다.

이 꼬라지 보면서 모든 이가 지니는 의문은 이런 데서 대체 어케 마차타고 글래디에이터들이 쌈박질을 했으며 사자나 호랑이는 대체 어디서 사람을 물어뜯었을까 하는 것이어니와


요로케 만들겠다는데 이리 되면 왼편 풍광은 사라진다.



기록을 보면 이곳에다 물을 채워 전함을 띄워놓고 해전놀이도 했다는데 대체 물은 어케 채웠으며 얼마나 채웠단 말인가?

이건 바닥 사정이고 이른바 관중석 꼬라지를 보면 더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현재 드러난 사정을 보면 관중석 자체가 없다. 황제는 대체 어디메서 걸터앉았는지 의문에 의문이 잇따른다.

글타고 저념들이 우리처럼 친절하지도 아니해서 실감형콘텐츠로 그런 의문을 풀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넘들이 이참에 돈 좀 더 벌어보자는 심산인지(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게 그거 아니라도 언제나 현장은 관람객으로 미어터졌다. 코로나에 폭망했지만 말이다) 저 줄고래 바닥에다가 나무판대기들을 좍좍 깔아보겠단다.


스타디웅 회랑인데 입점을 위한 로비가 치열하지 않았겠는가?특혜와 부패의 냄새가 난다.



문제는 깔게 되면 현재 노출한 뚜껑없는 줄고래 바닥시설이 희생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선택은 나머지의 희생이다.

이런 모순을 저들이라고 모를 리는 만무한 법. 이걸 접이식 판대기로 해결하겠단다. 어떤 땐 덮었다가 어떤 땐 내장을 꺼내서 보여주겠단 것이다.

저 판대기는 지금도 관람편의를 위해 임시로 도입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식인데 이참에 이걸 좀더 고급화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 현장은 언제나 피가 튀긴다.

선택에 따른 무자비한 처형이 있는 곳,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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