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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보호법, 규제에서 개발촉진으로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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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호법은 '규제'를 위해 존재한다.

이런 문화재보호법이 왜 '개발촉진법'이 되어야 하는가?
삽질공화국 오명을 쓴 이명박 정부가 그 마지막 방점으로
문화재발굴 인허가권은 물론이요 그것을 전담하는 기관의 인허가권까지 모조리, 야지리 지자체에 넘긴단다.

경주?

아파트로 만들어라!

***

풍납토성



2012년 6월 5일 나는 저와 같이 썼다.

9년이 지난 나는 저 생각이 바뀌었다.

문화재보호법은 개발촉진법이어야 한다고 이젠 생각한다.

물론 맥락을 따지면 바뀌었는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명목이 바뀐 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초지일관 수십년 반세기 같은 자세를 구가한 백기완이 아니다.

이것이 변절일 수도 있겠지만 시대가 변하는데 내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고 변명해둔다.

덧붙여 저 말이 저 때 왜 나왔는지는 아래 성명서가 촉발했음을 밝혀둔다.

풍납토성 옛 미래마을지구




성 명 서

매장문화재에 관한 법령은 매장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의 원형을 유지․계승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보호․조사 및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매장문화재의 보호와 관리는 국가의 몫이다.

각종 행정업무의 지방이양이 지방분권화 과정에서 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실과 그 당위성은 실로 공감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매장문화재 발굴허가권, 조사기관 등록 업무, 발견신고 처리 업무 등을 지방으로 이양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사항에 대하여 우리 협회는 반대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당해지역에서 시행되는 각종 개발사업의 승인권자이자 시행자이다. 그런데 발굴허가권 등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한다면, 개발권자가 발굴허가권을 동시에 갖게 된다. 이는 개발과 문화재 보존이라고 하는 상반되는 입장을 견지토록 하고 있는 법의 근본 취지와 어긋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발굴허가권을 행사하면, 특정 사안에 치우친 형태의 발굴허가가 남용될 수도 있고, 특정 개발사업체와 연계한 각종 이권에 휘둘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또한 문화재 보호정책의 근간을 훼손시키는 개악이다.

따라서 매장문화재의 보호와 조사를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관장하여야 함은 당연하고, 이를 지방분권이라는 미명하에 매장문화재 업무를 지방에 이양하고자 하는 것은 지방분권의 신장 및 발전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이에 우리 협회는 매장문화재 관련 주요 업무의 지방이양을 반대한다.

2012년 6월 4일

(사)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 회원일동

***

당시 자료를 보면 두 가지 성명 버전이 있다. 어찌된 셈인지 난 기억에서 사라졌다.

같은날 나는 아래와 같이 썼다.


정녕 이명박 정부는 삽질공화국으로 끝나려는가?
개발의 걸림돌이라는 이유로 매장문화재 조사 인허가 일체를 지자체 시도지사에게 넘긴단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수사권, 기소권, 재판권을 모두 한군데다 몰아준단다.

애초에는 자치경찰 실현하겠다고 나선 지방분권촉진위원회라는 곳에서 그 대신 피라미 잡기에 나서 엉뚱한 매장문화재로 분풀이를 하려는가?


“매장문화재 업무 지방이양”에 대한 우리의 입장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령”(이하 매장법령)은 매장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의 원형을 유지․계승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보호․조사 및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의 국토는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고, 이를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의무이다.

최근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 매장문화재 발굴허가권, 조사기관 등록 업무, 발견신고 처리 업무 등을 지방으로 이양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지방분권을 촉진시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찬성한다. 하지만 그 논의과정에 있어서는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는 개발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국가, 지자체, 민간 등에 의하여 진행된 개발 사업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고 매장문화재를 보존하고자 노력하여 왔다. 이는 문화재청이 개발사업의 주체가 아니었기에 가능하였다. 하지만 매장문화재 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될 경우 매장문화재 보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지역에서 시행되는 각종 개발사업의 승인권자이자 시행자이기도 하다. 여기에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매장법령”의 발굴허가권 등이 이양된다면 개발권과 매장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상반된 이해가 충돌하게 된다. 이 경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명약관화하다.

“매장법령”에서는 유적의 무분별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엄격한 절차와 심의과정을 거쳐 발굴조사를 허가하고 있다. 발굴조사 자체는 유적의 현상을 변경하는 파괴행위로 제한적으로 실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발굴허가권이 지자체로 이양된다면, 지자체의 경제논리에 의해서 기존에 보존되고 있는 유적에 대한 발굴이 쉽게 결정될 우려도 있다. 특히 경주, 부여 등 고도보존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면 문화재 보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다.

발굴허가권과 조사기관 등록 및 취소의 권한이 동시에 이양되는 것도 문제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매장문화재 조사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독차지하게 되면, 이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민주국가에서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유적에 대한 개발과 보존 권한을 동시에 몰아준다면, 보존보다는 개발을 염두에 둔 문화재 정책을 실시할 위험이 증가된다.

매장문화재 업무의 지방이양이 지방분권 촉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매장문화재 업무를 이양 받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도 문화재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으나 매장문화재 전문가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심지어 지역 내에서 매장문화재위원회를 구성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또한 이 업무를 담당할 조직이 갖추어지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대다수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업무만 이양한다고 해서 지방분권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오히려 현 제도의 공백이 생겨서 예기치 않은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검토할 때 매장문화재 업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이 사안에 대한 여러 문제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지방의 여건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조심스럽게 추진되어야 한다. 문화재는 한 번 파괴되면 다시 원형을 회복하기 어렵다. 선조들이 남겨 주신 소중한 문화재를 보호․보존하여 후세에 넘겨주는 것은 우리의 숭고한 사명이다. 이를 위해서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안하여 매장문화재 업무 지방이양을 재고하여 주시기 바란다.

2012년 6월 4일

사단법인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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