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발굴체험, 혹 나만 좋은 고고학 교육 프로그램 아닌가?

by taeshik.kim 2023. 10. 15.
반응형

나는 그리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반대했는데, 그렇게 어케든 시작한 일이 이른바 성공할 때 나는 뻘쭘해진다.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또 그에서 비롯된 예지 능력이라 해도 좋겠지만, 암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했지만 막상 그런 일이 호응이 좋을 때 나는 머쓱해진다. 

이런 일이 내 근자의 경험에서 보면 아주 젊은 친구들과 일하게 되면서 뼈저리게 경험했으니, 그래서 늙으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 하는지 모르겠다. 
 

전곡선사박물관



요새 내가 문화재 현장을 돌면서 부쩍 자주 나만 좋은 전시라는 말을 한다. 주로 고고학 발굴현장이라든가 박물관 같은 데를 돌면서 더 절감하게 된 것인데,

나 역시 어느새, 혹은 본래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런 내 눈에는 참 그럴 듯하다, 이 정도면 괜찮다 하는 데지만, 조금만 그 자리를 비켜나서 지켜보면 허망한 일이 한두번이 아니니

이 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저 현장을 어찌 바라보는지를 조금만 관찰해 보면 참말로 내가 수십년 절감하며 배웠다고 한 것들이 모조리 핀트가 빗나갔음을 절감하면서 힘이 죽죽 빠지곤 한다. 

각설하고, 고고학 또한 시민사회 곁으로 다가가겠다 해서 무수한 움직임을 발악에 가까운 수준으로 벌이고 있거니와, 그런 프로그램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발굴현장 체험이라는 요물이 있다. 

고고학이 내놓는 교육프로그램이라는 걸 보면 모조리 이런 체험이라, 선사고고학 전공자들은 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석기만들기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폼 낸다면서 무슨 원시인 복장이라 해서 동물가죽 비슷한 옷 걸치고선 아프리카 어느 부족 흉내를 내면서 돌도끼 휘두르며 나무를 쪼아대는 쇼를 벌이는가 하면,

이건 전곡선사박물관 이한용이 자주 하는 공연인데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드는 시연을 하곤 한다. 

나는 저런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들을 본다. 아주 유심히, 그리고 아주 장기에 걸쳐 지켜본 결론이 아니라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신기한 현상이 있다. 
 

공방 차린 이한용



첫째 이를 준비하는 쪽에서는 아주 신나한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고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거의 도취 수준이다.

석기 만드는 체험을 하는 친구들 손바닥을 보면 거의 지문이 사라졌을 정도다. 고글 쓴 이한용은 거의 신내림 무당 수준이다. 

둘째 그 참여자들 또한 그런 대로 반응은 좋은 편이다. 특히 이한용 돌깨기는 내 아들놈 경험을 보건대 거의 유일하게 문화재 현장 혹은 그 체험 현장을 통털어 유일하게 호기심을 보인 프로그램이다. 이를 보면 그런대로 참가자들 반응은 좋은 편이다. 

문제는 저 바깥을 벗어난 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내 아들놈 얘기를 했지만, 돌깨기에 호기심을 보였다 해서 저 놈이 무슨 구석기를 알며, 고고학에 관심이나 있겠는가? 이내 지가 좋아서 미치는 곤충 잡으러 나가고 없다. 

내가 묻고 싶은 점은 이것이다. 

21세기 고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시민사회와 호흡하겠다고 선보이는 저런 프로그램들이 혹 준비하는 나와 우리, 그리고 그 참여자 일부만 좋은 것은 아닌가? 

이 물음은 심각히 물어야 한다고 나는 본다. 

항용 고고학을 논할 때 외국이건 한국이건 그 학도들이 매양 인디아나 존스를 이야기하면서 실제의 고고학은 영화가 그리는 그런 낭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 영화가 심은 고고학 낭만 깨는 일로써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고고함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보는 고고학은 정작 인디아나 존스 고고학 딱 그것이다. 그네들이 그렇게 실상과는 다른 고고학으로 왜곡을 일삼았다는 딱 그 인디아나 존스 식 접근에서 한 치 벗어남이 없다.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도가 아니라 하면서도, 실제 그네가 구사하는 모든 교육프로그램은 인디아다 존스다. 이는 한국만 아니라 외국 또한 거의 똑같다. 

이 외국 고고학 교육현장은 국내 고고학도들한테 무척이나 영감을 주는데, 왜인가? 가서 보니 호응도도 높고 참여도도 높아, 와 우리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이런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과연 그런가? 

나는 이를 의심한다. 혹 나만 좋은, 우리만 좋은 고고학 아닌가? 고고학은 낭만 아니라매? 

고고학 발굴체험? 혹 나만 좋은 그런 프로그램 아닐까? 나는 이를 묻는다. 

더는 에두를 필요 없다. 직설로 들어간다. 

소꿉 장난 같은 저런 프로그램 이젠 버릴 때다. 나만 좋은 프로그램은 버릴 때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니 이런 우리를 알아주며 이런 고고학을 사랑해 달라 하는 그런 프로그램은 이젠 버릴 때라고 본다. 낭만고고학은 버려야 한다. 

어찌할 것인가?

계속 내 머리를 맴돈다. 나도 당장은 답이 없다. 

그래도 나는 고기 굽는 영디기를 도우러 전곡을 갈 것이다.

가서 변강쇠 같은 한용이 돌깨기 쇼도 환호갈채하며 볼 것이다.
 
#고고학 #대중고고학 #고고학교육프로그램 #낭만고고학 

반응형

댓글